결혼은 모르겠고, 내 집은 갖고 싶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옛말이 있다. 나의 동갑 사촌은 일산에 40평대 아파트를 샀다. 집을 샀다는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청소와 관리비가 장난 아니겠다는 생각이었다. 배가 아플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부럽지는 않았다.
그녀는 빠른 년 생으로 대학도 1년 빨리 들어갔고, 처음 입사한 회사에 지금까지 다니는데 내년이면 20년 차가 되는 골드미스다. 지금은 가족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어 그녀가 집을 샀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드디어 독립하는 줄 알았다.
그렇지만 예감은 빗나갔다. 그녀는 아파트가 재건축 소식을 듣고 투자 목적으로 집을 구매한 것이다. 그녀는 철마다 비싼 명품들을 사고 물건을 사는 것을 즐기며 살고 있다. 아직도 가족의 품을 떠나지 않고 살고 있다.
반대로 나는 꿈을 찾아 이것저것 배운다고 계속 시간과 돈을 쓰느라 돈을 모으지도 못했다. 회사에 적응하지 못하고, 여러 일들을 하다가 프리랜서로 지내게 되었고 일정하지 않다가 경단녀가 되었다. 가족에게 독립해 1인 가구로 서울에 사는 그냥 미스다. 우리 둘은 동갑이고, 미혼이지만 상당히 다른 삶을 사는 서른아홉이다.
나는 서른아홉까지 아파트에 한 번도 살아본 적이 없다. 단독주택, 다세대주택, 주상복합 형태 집에서 살아왔다. 처음으로 내 방을 가진 것도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1.5평 정도에 고시원 방보다 조그만 방이었지만 행복했다. 나만의 공간이 생긴다는 것에 기뻤다.
1인 가구 집에 형태는 원룸, 오피스텔, 고시원인 경우가 많다. 1인 가구는 아무래도 돈이 없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이가 어린 층은 어려서 돈이 없고, 많은 층은 많아서 돈이 없다. 주로 이런 집들은 월세로 사용료를 지불한다.
월세는 지출되는 돈으로 사라지는 돈이다. 어차피 집은 못 산다고 생각하고, 월세를 내고 사는 경우가 많다. 지금 시대에 청년이 집을 사기는 힘들다. 영끌로 집을 사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자와 원금을 갚기 위해 20년 정도는 집에 묶여 살아간다.
정년까지 계속 일하면서 그 빚을 갚는데 집에 사는 건지 빚에 사는 건지 알 수 없는 빚으로 빚어진 집에서 살게 된다. 그렇게 열심히 일해서 남은 것은 집 하나. 그게 어딘가 싶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집은 거주의 목적을 넘어 부동산 투자의 개념이 되었다. 몸은 하나인데 집이 여러 채인 사람도 많다. 몸을 나눠서 살 수도 없는데 결국 나머지는 투자를 목적으로 구매한 것이다. 그렇다고 집을 사지 말아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인간은 죽기 전까지는 어디든 계속 거주할 곳이 필요하다.
건축가 유현준은 <어디서 살 것인가>에서 “과거에는 소유하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공간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몇 평’으로 계산되는 공간을 얼마나 소유하고 있느냐가 그 사람의 삶의 질을 평가하는 척도가 되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1인 가구는 어느 정도 크기에 공간이 적합할까? 현재 1인 가구는 점점 증가하고 있고, 1인 가구에 부여된 평수는 너무 작게 나왔다. 1인 가구가 혼자 사용한다고 작은 공간이 적당한 것은 아니다. 10평대 정도는 되어야 집이 쾌적하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집에 크기도 중요하지만, 주변의 인프라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20년 동안 서울에서 지내는데 나의 모든 인프라와 커뮤니티가 형성된 곳이다. 지하철, 버스정류장까지 7분 걸리는 역세권, 10분 안에 갈 수 있는 공원에 숲세권, 20분 정도 걸리지만 도서관도 있어 어디든 갈 수 있으면서 도시 속에서 자연도 즐기고, 좋아하는 책도 볼 수 있으니 좋다.
그렇다면 1인 가구는 집을 사야 할까? 예전에는 집을 장만하는 게 결혼하면서 구했지만, 결혼 적령기는 점점 늦어지고 있기에 계속 가족과 살거나 원룸에서 월세를 내며 살아야 한다. 이제 집은 집이고, 결혼은 결혼이 되었다. 가능하다면 내가 삶을 살 수 있는 아늑한 공간을 구매하는 것은 필요한 것 같다. 결혼은 모르겠고, 내 집은 갖고 싶다.
참고도서
유현준, <어디서 살 것인가>, 을유문화사,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