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덕질이 삶에 미치는 큰 영향
무언가를 사랑하는 마음은 인간의 삶에 유익함을 준다. 사람이나 물건 또는 형체가 없는 것일지라도 무기력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 기력 있게 하며, 무채색의 일상을 알록달록하게 만든다. 이처럼 어떤 것을 열성적으로 좋아하고 그런 것들을 모으는 덕질은 새로운 세상을 보여준다. 오랜만에 덕후의 연락으로 무기력한 일상에 덕질에 필요성을 깨달았다.
39년 만에 처음으로 야구장에 갔다. 야구 덕후인 친한 동생이 야구장에 같이 가자고 제안했고, 야구장에서 치킨 먹으면 맛있다는 풍문이 궁금해서 내 인생 처음으로 야구 경기를 직관했다.
지난 7월 11일 고척돔에서 관람한 한화 vs 키움 경기는 뜨거웠던 여름처럼 강렬했다. 야구장 근처에는 음식을 사느라 줄 서는 사람들이 진풍경을 선사했다. 사람들은 먹으러 가는 건지 경기를 보러 가는 건지 두 손 가득 음식 봉지를 들고 있다. 야구장 근처가 맛집이구나. 물론 내 손에도 양손 가득 무거웠다.
야구장에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들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보였다. 응원하는 선수의 이름이 적혀있는 유니폼을 입고, 응원봉을 들고 응원가를 부르고 파이팅을 외친다. 1층부터 4층까지 경기장에 사람으로 꽉 들어찬 평일 저녁 6시 반에 무엇이 이들을 여기까지 오게 했는지 궁금했다.
경기는 시작되었고, 처음에 4점을 먼저 획득한 한화는 키움의 추격에 동점이 되거니 9회 말이 지나 11회까지 연장까지 갔다. 애초에 1시간 보면 많이 볼 거라고 생각하고-체력이 저질이라 쉽게 방전된다-가벼운 마음으로 치킨반반에 맥주를 가지고 입장했다가 치킨은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목이 쉬도록 키응원했고, 한화팬 동생과 키움자리에서 키움을 응원하는 아이러니의 연속이다.
경기는 키움의 역전승으로 끝이 났다. 처음으로 응원했던 팀이 이겼다. 짜릿했다. 이들이 평일 저녁 야구장에 왜 모였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잘하는 팀이 아니어도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는 즐거움이 이들을 야구장으로 움직인 것이다. 찐사랑이다. 응원하는 팀이 생긴다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
야구 덕후와 덕질을 함께하며 덕질이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느꼈다. 덕질은 무미건조해진 삶에 윤활유 역할을 해준다. 엄마만 봐도 알 수 있다. 취미가 엄마는 미스터트롯에 빠져 무한반복으로 방송을 시청하고 조잘조잘 출연자들의 사연을 늘어놓으며 행복해하신다. 임영웅을 좋아하던 중년 여성은 유산을 자식이 아닌 임영웅에게 주겠다는 말이 나왔다. 연락 없고 무심한 자식보다 삶에 즐거움을 주는 임영웅이 현재 살아가는 이유라는 것을 증명한다.
마흔이 지나면 인생에서 특별하거나 새로운 일이 많지 않다. 나이가 점점 들수록-나만의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느끼는 것은 무언가를 바라볼 때 새롭거나 흥미를 가지기 힘들어지는 것이다. 모든 일들이 더 나빠질 것도 더 좋아질 것도 없으며 나의 체력이 저질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안정을 추구하게 된다.
나는 드라마 덕후다. 내가 드라마를 사랑했던 것처럼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된 야구는 내 인생에 새로운 눈을 열어주고 활력을 주었다. 스포츠를 보지 않는데도 야구 정보를 찾아보게 되었고, 팀원들을 검색해 보았다. 덕질은 삶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선을 제공한다.
야구 경기 직관으로 계산 없이 마음 가는 대로 빠졌던 시간의 소중함을 회복했다. 무언가를 사랑하는 것은 행복하고, 새로운 에너지를 얻게 도와준다. 그래서 덕질은 비타민처럼 삶에 활력을 준다. 활력 있는 40대를 위해서 잠시 주춤했던 드라마 덕후의 길을 계속 걸어가야겠다. 역시 덕질은 필요해.
덧글
광복절에 홈런구경하러 야구덕후와 야구직관 예약함. 늦게 배운 야구가 이렇게 무섭다.
아무나 홈런 꼭 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