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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몽 May 21. 2024

서른아홉, 어쩌다 1인 가구

결혼할까? 혼자 살까?

1인 가구가 가장 많이 분배된 연령대는 어디일까? 2021년 통계청에서 1인 가구 연령대별 비중을 조사했는데 1위는 20대로 19.1%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2위는 30대(16.85%), 40대(13.6%)로 4위를 차지했다. 나도 1인 가구에서 높은 비율을 담당하는 2030 연령층에 속한다. 아직은.  

   

예능 <나 혼자 산다>라는 프로그램이 장수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은 이유도 1인 가구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여기서 나오는 1인 가구의 삶을 엿보며 다른 사람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보는 재미가 있어 시청하는 애청자 중 1인이다.     


내가 1인 가구로 살아가는데 특별한 이유는 없다. 비혼을 꿈꾸거나 결혼을 안 하겠다는 주의도 아니다. 어쩌다 보니 1인 가구가 되었고, 지금의 삶에 불편함이나 외로움을 느끼지도 않는다. 어려움을 느꼈다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 1인 가구가 가장 많이 느낄 것이라고 예상하는 외로움을 아쉽게도 느낄 겨를이 없다.

     


 

결혼은 27세가 되면 자연스럽게 하는 것인 줄 알았다. 서른이 지나고는 연애에 에너지를 쓴다는 게 부질없다는 생각과 과도한 감정 소모로 연애에 흥미를 잃었다. 주변의 친구들은 서른 초 중반에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산다. 솔로로 있는 사람은 드물지만 그래도 존재한다.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이라고 ‘아모르파티’는 노래한다. 나는 연애해서 결혼한다는 것이 공식처럼 주어진 시대를 살았다. 지금은 연애하다 동거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사랑하며 사는 것은 반대하지 않지만, 결혼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선택’이라는 표현이 너무 찰떡이다. 

     

요즘 연애 프로그램이 많이 소비되고 있다. 나를 비롯한 다른 청년들이 내 연애보다 남이 연애하는 모습을 보며 도파민을 분비한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게 남 연애 듣는 건데 사람들의 흥미와 필요를 잘 찾아낸 것 같다.      


현실의 연애는 재밌지만은 않다. 충돌과 짜증에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연애 프로그램은 나의 일이 아니니 감정적으로 떨어져서 볼 수 있고, 연애에 결과와 상관없는 일이라 더 편하게 대리만족 할 수 있다.       


연애하지 않는 청년들이 많아진 것에는 취업이라는 경제적 문제도 있다. 게다가 배달과 OTT의 발달로 집 밖에 나가지 않아도 재미나고 흥미로운 것들이 넘쳐난다. 이 모든 것들을 이기고 밖에 나가 연애를 할 수 있을까? 많은 물질적 비용과 시간을 사용하면서 데이트를 하는 게 더 좋을까?     

 

1인 가구가 더 이상 심심하지 않도록 매일 새로운 콘텐츠가 쏟아져 나와 심심하지 않게 하고, 핸드폰에서 배달 버튼 한 번이면 맛있는 음식이 현관문 앞까지 와서 먹을 수 있다. 1인 가구에 최적화된 시대를 살고 있다. 1인 가구가 되라고 권장하는 느낌이다. 정말 무서운 놈들이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 아직은 멀리 갈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멀리 가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함께 하고 싶지만, 1인 가구의 삶에 매우 만족하며 살고 있어 이 틈으로 누군가 들어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      


1인 가구는 점점 증가할 추세로 보인다. 아마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아서일까? 함께 멀리 가고 싶은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 나의 1인 가구의 삶은 마흔에도 지속될 것 같다. 아니면 고양이 친구를 입양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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