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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몽 May 12. 2024

서른, 아홉의 하루살이 마흔 앓이

서른아홉, 마흔에 대한 생각

출처: JTBC <서른, 아홉>

결혼하지 않은 서른아홉 여자 3명의 일상을 다룬 드라마 <서른, 아홉>을 서른일곱에 시청했다. 미드 <섹스 앤드 시티>의 콘셉트로 나이가 조금 있는 결혼하지 않은 3명의 여자들의 일상이 담겼다. 마흔이라고 모든 것에 의연할 수 없고, 20대나 30대나 마찬가지로 불안한 건 마찬가지라는 말이 크게 공감되지는 않았다.    


서른아홉, 드라마 주인공과 같은 나이가 되었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내는 3명의 친구들의 이야기가 다소 심심하다는 생각 했는데 이제는 인생이 원래 소소한 것들이 넘치는 날들임을 알게 되었다. 현재 나는 프리랜서, 미혼, 1인 가구로 살고 있는데 꿈꾸던 미래를 아니었다. 지금도 꿈에 대해 고민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불안하다. 마흔이 될 때까지 고민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스물에 무대미술과에 들어가 10년 후에는 세계적인 무대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다. 지금 생각하면 비현실적인 꿈이다. 유학도 가고 싶었고, 외국에서 일도 하고 싶었다. 현실을 몰라서 꿀 수 있던 일이었다. 방황하다 스물아홉에는 새로운 꿈을 꾸며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드라마를 쓰고 싶다며 새롭게 시작한 서른에도 나이에 크게 동요되지 않았다. 무언가를 시작하면 이룰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러나 서른아홉은 달랐다.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왔고, 노력했다고 생각했는데 결과는 참담했다. 보상받지 못한 노력은 허무하다.  


서른아홉이 되면서 불안했다. 곧 마흔인데 무엇하나 제대로 해낸 것이 없는 것 같아 막막하게만 느껴졌다. 지난 38년 동안 한다고 했는데 여기서 얼마나 더 해야 하나 생각하니 벌써 지친다. 한번 찾아온 좌절과 번아웃은 무기력으로 연결되었고,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마음과 몸이 무너졌다.     


마음이 무너지니 미래가 그려지지 않았다. 10년, 20년 후에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50대와 60대라니 이상하다. 청춘이라고 불리는 반짝이는 20대, 30대의 시간은 지나가고, 이젠 본격적으로 죽음과 가까워지고, 노화가 시작되는 40대를 맞이하려니 울적해졌다.




마흔 앓이를 시작하며 지금의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았다. 남은 시간을 더 잘살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잘살아 보고 싶다는 것은 부자가 되거나 명성을 얻는 개념은 아니다. 나답게 잘살고 싶다. 


지난 삶은 꿈을 좇아 아등바등하며 앞만 보고 살아왔고, 나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넘어지고 일어나는 시간이었다. 세상 속에서 조금은 다를지라도 나를 잃지 않고 사는 삶을 지속하고 싶다.       


먼 미래만 생각하면 막막하다. 그러나 하루를 생각하면 그래도 살 수 있을 것 같다. 하루를 잘 살면 일주일을 잘 살고, 일주일을 잘 살면 한 달, 1년을 잘살게 될 것이다. 아득하고 그려지지 않는 미래보다 지금 당장의 하루를 지내고 싶다. 하루의 회복이 탄력성을 만들어 내일을 살게 한다. 


누군가에게 들은 말이 위로가 되었다. 오만 원이 구겨진다고 오만 원이 아닌 건 아니라고, 구겨져도 돈의 가치는 여전하며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금은 내가 구겨진 상태지만, 그렇다고 내가 아닌 것은 아니다. 가치가 변하지는 않는다.


마흔에 불안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많은 마흔이 불안했다니 위안이 되면서 잘 살고 있구나 싶었다. 구겨진 하루를 매일 다시 펴내면서 회복 탄력성을 길러내는 마흔 앓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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