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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나와 앨리스> 미장센 연구 3 우리의 소녀시대

형식(Format)_스테이징(연기)

by 박하몽

어른이 되어서야 발레를 처음 배웠다. 뻣뻣한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거울에 비친 선생님의 몸짓을 따라 하는 모습이 영락없이 로봇을 연상케 한다. 영화 <하나의 앨리스>는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 한 장면 때문이었다. 바로 앨리스가 잡지사에 오디션을 보러 가서 발레를 보여주며 마지막에 다리를 올리는 아라베스크하는 장면. 발레를 배우기 전까지는 저 자세가 얼마나 어려운 자세인지 모르고, 아름답다고만 생각했는데 다시 보이게 되면서 더 좋아졌다.


(아라베스크: 발레에서 한쪽 다리만 들고 나머지 한 다리로 지지한 채 서있는 동작. 발 끝에서부터 팔까지 이어지는 동작에서 나오는 곡선이 아라베스크 문양 특유의 곡선의 아름다움과 닮아서 붙여졌다.)


영화 <하나와 앨리스> 아라베스크

미장센 연구 마지막 세 번째 형식(Format)은 스테이징(연기)이다. <하나와 앨리스>에서 ‘발레'라는 매개로 하나와 앨리스 외에 또래의 친구들과 발레 교습소에서 시간을 많이 보낸다. 꽃집 귀신이었던 하나를 앨리스가 발레 학원에 데리고 오면서 세상 밖으로 나오게 도와주었으며 친구들도 사귈 수 있게 되었다. 이곳에 친구들은 중학교 때부터 함께 발레를 하면서 친해지고, 나중에는 추억의 사진도 함께 찍게 된다.


1. 움직임 (동작)

영화 <하나와 앨리스>


<하나와 앨리스>에 많이 등장하는 ‘발레’는 춤이라는 요소를 포함하여 많이 등장한다. 처음 하나와 앨리스가 좋아하는 남자아이를 보면서 취하는 포즈도 발레의 포즈이다. 처음 보는 사람이 봤을 때는 호기심으로 보았을 액션이 결국 그 발레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가 많다는 것을 영화를 보면서 알게 될 것이다.


처음의 액션은 발레를 아는 두 여자 아이를 알게 되고, 발레로 친구가 되었고, 앨리스는 빗속에서 춤을 추면서 스트레스를 푼다. 페이퍼 컴퍼니에 스카우트가 되어 많은 오디션을 다니지만 의욕을 가지고 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오디션에서 ‘발레’를 춰볼 수 있느냐는 말에 앨리스는 처음으로 용기를 내고 종이컵과 테이프를 이용해 슈즈를 만들어 스튜디오를 장악하며 발레를 멋지게 춘다.


영화 <하나와 앨리스>

<하나와 앨리스>에서 명장면이라고 많이 꼽는 마지막 장면은 앨리스를 응원하게 되고, 장하다고 박수를 치게 만든다. 자신의 힘으로 무엇인가를 해본 적도 꿈을 가져본 적이 없는 소녀가 용기를 가지고, 또한 그것을 얻는 성장의 과정을 지켜보며 응원을 하게 만드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이 장면은 딜레이적 기법을 이용해 아주 긴 시간 동안 보여준다. 그만큼 발레라는 것이 아름답고, 교복을 입고서 발레를 춘다는 것에도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2. 대사

영화 <하나와 앨리스>

대사에서 중국어로 ‘워 아이 니’라는 단어는 앨리스가 아빠를 만나면서 배웠던 단어이다. 처음에는 별 관심 없는 척하다가, 마지막 아빠와 작별을 하면서 앨리스는 아빠에게 ‘워 아이 니’를 말하며 사랑한다는 말을 전한다. 그 안에는 그리움과 이별, 그리고 언제 만날지도 모르는 아련함이 존재한다.


이 장면은 다시 앨리스가 미야모토와 헤어지게 되는 이별의 장면에서도 반복된다. 미야모토는 해변에서 했던 말이 진심이 아니냐고 묻지만, 앨리스는 농담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마지막 헤어지면서 진짜 애인 같았다는 말을 하며, ‘워 아이 니’라는 말을 해준다. 미야모토는 무슨 뜻이냐고 묻지만 비밀이라는 말만 하며, 앨리스는 또 가슴 아픈 이별을 경험하게 된다.


결국 앨리스는 자신이 외톨이로 혼자 남게 되는 두려움과 이별이라는 것을 계속 경험함으로써 성장을 해나가는 것을 보여주는 대사이며, 가슴이 아리게 만드는 장면이기도 하다.


영화<하나와 앨리스>

미야모토의 주머니에서 앨리스의 카드를 발견하고 절망하는 하나. 하나는 그것을 찢어 버리려고 하지만, 미야모토는 거절하고 하나는 미야모토가 앨리스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절망하게 된다. 그리고 공연을 앞두고 무대 뒤에서 자신이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고백하며, 눈물을 참아가며 이별을 고하는데, 미야모토는 이 사실을 모두 알고 있다며 이별을 할 수 없다는 의사를 밝힌다.


이 장면에서 무대 앞에서는 만담 회장이 만담을 하는 장면과 사람들이 박장대소하며 웃고 있는 장면들이 나온다. 웃음과 울음 진실들이 한데 어우러진 묘한 씬이 나온 것이다. 클라이맥스를 치달았던 씬은 모든 관객들이 빠지고 무대 위의 하나와 관객의 앨리스만 남은 상황으로 급격하게 고요해지면서 끝이 난다.


3. 액션

영화 <하나와 앨리스>

하나와 앨리스는 미야모토 때문에 한 번도 싸움 없이 지내던 관계에 틈이 생기기 시작한다. 결국 싸움으로까지 번지게 되지만, 앨리스도 하나도 사랑보다는 우정을 선택하게 되면서 성장하고 단단한 관계로 변모한다. 앨리스는 자신이 원하던 잡지에서 사진을 찍어 표지모델이 되고, 둘은 여전히 친구로서 잘 지내고 있다는 어린 날의 추억으로 마무리한다.


두 소녀가 잡지를 함께 잡고 있는 이미지를 통해 겨울부터 시작해 여름에 이르기까지 꿈같은 시간들을 통해 ‘성장’했다는 것과 앞으로 둘은 함께 우정을 키워나갈 것이라는 것을 암시적으로 보여주며 유쾌한 이미지로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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