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나는 식물의 푸른 대답을 듣는다

12 day: 살식자에서 식집사로 거듭나기

by 박하몽

매일 아침 일어나서 집안 환기를 시키려고 창문을 연다. 거실 베란다 문을 열면 그곳에는 나를 제외하고 우리 집에서 유일하게 살아있는 존재가 자신의 살아있음을 푸르름으로 인식시켜 준다. 지난 생일 선물로 받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는 지인의 질문에 용기를 내어 식물을 키워보겠다며 오래 사는 식물을 받았고, 가족이 되었다.


살면서 먹는 고사리 말고, 고사리과의 식물이 존재하는 것을 처음 알았다. 선물 받은 식물은 '블루스타'라는 고사리종이다. 식물이 집안에 들어오면 항상 죽어서 나갔다. 물을 안 줘서 말라죽거나 물을 너무 많이 줘서 과습으로 죽었는데 다육이가 과습으로 죽는 것을 보고 더 이상 식물을 들이지 않았다. 나는 살식자(식물을 죽이는 사람)이다.


KakaoTalk_20260319_211625934.jpg 작년에 선물 받은 불스타양:)


블루스타를 선물 받고 매일 아침마다 분무기를 뿌리면서 물을 주고, "안녕 불스타양. 잘 잤어?"(불스타는 내가 식물에게 지어준 이름이다)라며 인사를 하며 잎사귀 상태를 확인하고 식물의 상태도 살피는 것이 아침 루틴이 되었다. 그리고 땅을 뚫고 나오는 새싹들을 보면 기특하고,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용기를 얻는다. 오늘도 살아있는 존재로 인해 삶의 위안을 받는다.


블루스타를 키우고 나서는 식물원이나 식물을 볼 때 같은 식물 종을 만나면 블루스타를 만나면 반갑고 나의 블루스타와 비교하게 된다. 그래도 내 블루스타가 더 예쁘다고 생각하는데 1년 동안 정이 많이 들었고, 매일 인사를 하다 보니 내 인생에 소중한 존재로 자리 잡으면서 콩깍지가 씐 것 같다.


무언가를 키운다는 것은 새로운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불스타양'과 헤어질 한 번의 위기가 있었다. 물을 너무 많이 주는 바람에 과습이 왔고, 엄청나게 무성한 잎들이 시들시들해지더니 머리가 우수수 빠지듯이 잎이 빠지기 시작했다. 이러다가 정말 죽는 건가 싶어서 인터넷과 지인에게 물어보며 과습을 잡아서 살리려고 전전긍긍했던 시간이 있었다.


어린아이가 아플 때는 울어서 자신의 아픔을 알리지만, 식물은 소리 내어 알리지 못한다. 이번에 식물이 아프면서 얘도 말하면 좋겠다는 생각과 식물 병원이 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했다. 결국에는 불스타양은 나의 간절한 바람을 느꼈는지 과습을 이겨냈고, 힘든 시간을 함께 겪으니 나의 식물이 더욱 애틋해졌다.




무언가를 키운다는 것은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키운다'는 행위에서 느끼는 기쁨은 결과물을 얻는 만족을 넘어, 내면의 질서와 생명력이 맞닿을 때 생기는 깊은 충만함에 가깝다. 식물은 나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식물은 나의 손길을 묵묵히 받아들이며 아침에 일어나 무해한 존재와의 연결은 밤새 잠들어 있던 나의 감각을 가장 부드럽게 깨워주는 통로가 된다.


우리 집 베란다는 햇볕이 잘 들어 식물이 잘 자라는 따스한 곳이다. 다음 생일에는 불스타양의 친구를 데려와서 베란다를 식물들로 가득 채워 싱그럽고 따스한 베란다 정원을 관리하며 더 많은 이름들을 불러주고 인사하는 살식자에서 식집사로 거듭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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