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가장 정중하게 깨우는 법

13 day: 커피를 끊고 찻물을 올리는 이유

by 박하몽

새로운 습관을 형성하는 데는 평균적으로 66일의 시간이 소요되며, 기존 습관을 바꾸거나 나쁜 습관으로부터 해방되는데 필요한 시간은 최소 90일의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나에게는 아침에 일어나면 커피기계에 캡슐을 넣고 커피를 내려 마시는 루틴이 있다. 커피가 몸속으로 들어가면 감고 있던 눈이 어느 순간 스르륵 열리고, 정신이 번쩍 들면서 커피는 필수품이 되었다.


하루에 커피를 3잔 이상 마시면서 하루 종일 각성상태로 일을 했었다. 어느 순간 커피에 너무 의존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면서 커피를 최대한 하루에 1잔을 마시기로 양을 줄이고, 특히 아침에는 커피 대신 차를 마시는 것은 어떤가 고민하게 되었다.


나의 아침을 여는 티팟:)


아침에 일어나기 힘든 사람으로서 커피는 훌륭한 각성제다. 그러나 잠을 깨우는 게 아니라, 억지로 뇌를 ‘가동’ 시키는 기분이 들었다. 인간의 몸에는 스스로 깨우는 ‘코르티솔’ 호르몬이 있는데 우리 몸의 부신피질에서 분비되는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우리 생존에 없어서는 안 될 고마운 존재이다.


천연 각성제라고 불리는 코르티솔은 혈압과 혈당을 높여 뇌와 근육이 움직일 준비를 하게 한다. 또한 몸의 염증을 가라앉히고 면역 체계를 조절해 준다. 우리 몸의 코르티솔 수치는 아침 1~2시간에 스스로 시동을 걸고 예열하는 자연스럽게 각성한다. 이 골든타임에 커피(카페인)를 마시게 되면 호르몬 교란이 일어나고, 몸이 이미 충분한 코르티솔을 내보내는데 카페인이 추가로 들어와 뇌는 코르티솔을 만들지 않아도 된다고 착각한다.


스스로 깨어나려는 몸의 노력을 무시하고, 카페인을 불러들여 내 몸의 기능을 고장 낸 것 같아 미안했다. 약해진 위장을 보호하고, 내 몸의 고유한 리듬을 되찾아주기 위해 내 몸이 스스로 엔진을 예열하는 아침의 첫 한 시간, 나는 카페인이라는 가속 페달을 밟는 대신 찻물이라는 온기로 그 소중한 시동 소리를 지켜보기로 했다.




차의 기원은 중국 농업의 신으로 불리는 신농씨가 산천을 돌며 약초를 맛보다가 독에 중독되어 나무 아래서 쉬고 있었다. 마친 곁에서 끓이고 있던 물솥 안으로 이름 모를 나무 잎사귀 몇 장이 바람에 날려 떨어졌고, 그 물을 마시자마자 정신이 맑아지고 몸 안의 독소가 씻겨 내려가는 기분을 느꼈는데, 그것이 바로 찻잎이었다고 전해진다.


신농이 독을 해독하기 위해 차를 마셨듯, 나도 밤사이 쌓인 피로와 커피의 ‘독성’을 씻어내기 위해 차를 마시기로 했다. 신농이 차로 몸을 정화했듯, 나 또한 ‘생존을 위한 카페인’이 아닌 ‘치유를 위한 한 잔’이 절실해졌음을 밝히며 습관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찻물을 끓이고 차를 우리기 시작했다.


가스레인지 위에 물을 담은 주전자를 올려서 물을 끓이고, 선물 받았던 히비스커스 차를 티팟에 넣고 우려냈다. 이 시간은 단순히 차를 우리는 시간이 아니라, 내 몸이 스스로 깨어나길 기다려주는 ‘인내의 시간’이다. 기본 3분을 기다려야 한다. 그 사이에 모닝페이지를 꺼내 무의식과 의식 사이에서 글을 끄적이기 시작하고, 3분 타이머에 알람이 울리면 따스한 차를 마시기 시작하면 몸속까지 따스함으로 채워지고 기분 좋게 깨어난다.




커피의 날카로운 각성이 사라진 자리에 차의 은은하고 깊은 맑음이 채워진다. 위장은 편안해지고, 모닝페이지 속 문장들은 한결 차분해진다. 아침에 차를 마시는 행위는 단순히 음료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의 리듬을 존중하고 나 자신을 정중하게 환대하는 의식이다.


내일 아침에도 나는 기꺼이 찻물이 우러나길 기다리며 제일 먼저 나 자신을 마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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