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받는 글쓰기
모든 것은 괜찮다.
어려움도 결국 해결된다.
우리는 안전하며 인도받고 있고 보호받고 있다.
-줄리아 카메론 <아티스트웨이_심화편>, p.20.
나는 아이들이 "우리 집만 이래요." 이 말을 할 때마다 작아진다. 뭔가 바꿔야 할 것 같고, 잘못하는 것 같은 마음과 자식들에게 내 삶의 방향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은 불안감이 들곤 했다.
이날 아침 이런 내용으로 모닝 페이지를 가득 채웠는데 마음이 정리가 되는 듯했지만 방향 전환이나 해답을 찾지 못했다.
아름 언니가 내 고민에 답을 달아 주었다.
"저는 우리 집은 이래"라는 것이 좋더라고요~ 언니만의 육아원칙에도 다 이유가 있겠지요. 내가 왜 아이들의 말에 민감하지?를 생각하기보다, "내가 왜 이렇게 하려고 마음먹었지?"를 생각하시면 생각의 방향이 달라지지 않을까 싶어요.
언니만의 고집이 언니만의 가치관으로 당당하게 "내게는 이게 중요해"라고 누구한테나 말할 수 있기를 응원해요.
아~ 나는 왜 이럴까?라는 질문보다는 "내가 왜 이렇게 하려고 마음먹었지?"라는 질문으로 답을 찾아보면 되겠구나!
12시간 이상 풀가동한 에어컨을 밤 12시에 껐다. 늦은 시간가지 깨어 있던 둘째는 "너무 더워요. 이 시간에 에어컨 안 켜는 집은 우리 집밖에 없을 거예요."라고 한다. 너무 더운 날은 밤새도록 틀지만, 이날은 실내온도가 적정 수준이고 바깥 온도도 그리 높지 않아서 껐는데, 아이는 이런 상황을 받아들일 마음이 전혀 없다.
다시 에어컨을 켤까 하다가 그냥 말없이 안방으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나는 왜 밤에 에어컨을 껐을까?
나는 왜 그런 마음을 먹었을까?
아이들이 거실에서 자거나 공부를 했다면 거실 에어컨을 끄지 않았을 것이다. 아이들은 각자의 방에서 공부하거나 자는데, 거실 에어컨을 밤새 틀어놓는 것은 비효율적으로 보인다. 에어컨도 잠시나마 쉴 시간이 필요하다. 24시간 틀어 놓으면 에어컨은 언제 쉬니? 환기는 언제 시키고? 너무 무더운 날에는 밤새도록 틀어주마.
나는 왜 다시 에어컨을 켜지 않았을까?
나는 왜 그런 마음을 먹었을까?
짜증스럽게 말하는 둘째 말에 호응해 주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 집만 이래요." 이 말에 내가 아주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는 걸 둘째가 아는 게 싫었다. 내 마음은 다쳤는데, 아무렇지도 않은 척 웃으며 "더웠구나! 그럼 다시 에어컨 켜줄게." 이렇게 말하는 것도 싫었다.
적고 보니 난 아이들의 마음보다는 내 마음을 더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상대방의 마음을 한번 읽어준 뒤 내 마음을 표현했더라면 자연스럽게 이 불편한 상황이 해소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다음 날 둘째는 에어컨을 밤새 틀어놓는 안방에 와서 잠들었다. 비어 있는 2층 침대의 2층을 차지하며 잤다. 제일 추운 자린데 둘째는 불평 없이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