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전에 외부 사업팀과 회의가 있었어. 아침부터 바빴지. 근데 이 회의는 좀 특별했어. 왜냐면....
어제 회의 자료를 받아 보니 참석자 명단에 익숙한 이름이 있는 거야. 일반적인 이름이 아니어서 내가 알던 그 사람이 맞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어. 용기를 내서 아주 오랜만에 그 친구에게 카톡으로 인사를 했어. 답이 올 때까지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몰라. 혹시나 아닐지도 모르니까... 다행히도 그 친구가 맞았어.
그 친구가 누구냐고? 우리의 인연은 조금 특별하지. 첫 직장의 입사 동기였거든. 그 친구는 나보다 나이는 조금 어렸지만 똑똑한데다 일도 잘했어. 배울 점이 많은 친구였지. 1년 남짓 같이 회사에 다니다가둘 다 비슷한 시기에 그만뒀어. 난 지금 다니는 회사로, 그 친구는 학교로 갔지.
첫애 맑음이를 낳고 키울 때까지 우리는 연락을 하며 지냈어. 내가 그 친구 집에 가서 맥주 한잔 하다가 하룻밤 자고 오기도 하고, 새로 이사 갈 집을 같이 청소할 정도로 우리는 친한 사이였지. 그러다 나는 육아로 바빴고 그 친구는 공부로 바빠서 서로 소원해졌어. 그 친구의 결혼식을 마지막으로 연락이 끊긴 것 같아.
그 친구의 마지막 모습은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이었지. 결혼식 날도 내가 조금 늦게 도착해서 같이 사진을 찍지 못했어. 나는 그 친구의 얼굴을 봤지만, 그 친구는 내 얼굴을 봤는지 모르겠어.
그러고 우리는 10여 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 오늘 만났네. 근데 어머나... 그대로인 거야. 20대 파릇파릇하던 때 만났던 우리가 40대가 되어서 다시 만났는데... 그대로야 그대로~ 그 친구와 같이 회사 다닐 때, 아침마다 그 친구의 출근하는 뒷모습을 보며 내가 웃었거든. 만화 캐릭터처럼 다다다다 뛰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이제 그런 모습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얼굴만은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어.
회의 후에 같이 점심 먹으며 회포를 풀었으면 좋으련만... 팀 회식이 이날로 떡하니 잡혀 있었어. 어떡해, 할 수 없이 그 친구를 그냥 보냈어.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지만, 잠깐 이야기를 나눈 것만으로도 좋았어.
근데 내가 실수를 한 거 있지. 선생님으로 모셔야 하는데... '야' 이러면서 반말로 말해 버린 거야. 언니 동생 하며 지내던 옛날 버릇이 그냥 나와 버렸어. 나중에서야 내가 너무 경거망동하게 행동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몇 년 동안 하는 사업이니 중간에 종종 얼굴 볼 기회가 있을 것 같아. 그때 회포를 풀어야지. 그나저나... 다음 회의 때 만나면 난 그 친구에게 정중해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