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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월 Apr 07. 2023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돈 주고 산다고?

스마트폰 전쟁 기록 1

2023년 4월 2일 아이들 스마트폰 사용 규제를 모두 풀기 전까지 아이들에게 시도했던 규칙과 여러 고민들을 기록한 것이다.




2016년, 맑음이가 초등학교 2학년이 되기 하루 전 날, 내 육아휴직이 끝났다. 이전까지는 엄마가 집에 있으니 하교 후에 바로 집으로 오면 됐지만, 2학년부터는 하교 후 돌봄 교실을 이용해야 했다. '2학년 교실-돌봄 교실-태권도장-집' 이 동선을 맑음이 혼자 알아서 해야 했는데, 혹시나 중간에 무슨 일이 있을 때 소통할 도구가 필요했다.


안 되겠다 싶어 개학 전날 서둘러 휴대폰 대리점으로 갔다. 너무 늦었는지 키즈폰은 재고가 없었고 스마트폰만 남아 있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에 2학년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쥐어 주었다. 대신 구글 계정 등록하지 않은 채 오직 전화만 되도록 해 놓았다. 이런 사실을 맑음이에게 말하지 않았고 맑음이도 처음 만나 본 스마트폰이라는 게 그런 건 줄 알았다.


맑음이는 한동안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으나 별 재미를 못 느끼자 가까이 두지 않았다. 엄마 외에는 전화를 거는 사람도 없고, 폰 안에 게임이 내장돼 있는 것도 아니어서 딱히 재미를 느낄 만한 사유가 없었다. 한동안 사진만 어마어마하게 찍어 대더니 그것도 시들해지자 전화기를 어디에 뒀는지 찾는 게 일일 정도가 됐다. 자연스럽게 구글 계정을 만들고 뭔가 할 거라고 생각한 나의 기대(?)를 벗어난 채 맑음이는 그냥 그렇게 지냈다.


3학년에 되자 아이들은 '클래시 로얄' 게임을 많이 했고 대화 중에 관련 캐릭터 이름도 자주 거론하는 모양이었다. 맑음이는 그 게임을 해 본 적이 없어서 대화에 낄 수 없었는지 계속 친구 주변만 맴돌았다. 게임을 안 하면 친구를 사귈 수 없는 건가? 게임을 하지 않더라도 그 게임에 대해 알고 있으면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겠다는 생각에 '클래시 로얄' 캐릭터를 정리해서 알려 주었다.


"이게 고블린이고, 이게 메가나이트야"


<클래시 로얄 백과사전>이 책으로 나왔다면 바로 주문했을 텐데 그런 책은 없었다. 닝메카드나 마블은 캐릭터를 분석한 책이 출판돼 있어서 애들과 같이 보면서 공부할 수 있었는데, 게임 관련 책은 그런 게 없어서 아쉬웠다.


그러다 게임을 직접 해 봐야지 이렇게 캐릭터를 외운다고 되나 싶어 맑음이 몰래 구글 계정을 등록해 놓고 플레이스토어에서 클래시 로얄 앱을 다운받았다. 어느 날 엄청 선심을 쓴다는 표정으로 맑음이에게 클래시 로얄 게임하는 방법과 유의 사항을 알려 주었다. 모든 숙제를 끝내고 딱 10분만 게임을 할 수 있으며, 푸름이 눈을 피해 '옷방'이라 불리는 곳에서 해야 한다는 것. 이 2가지를 지키지 못하면 다음에 게임 시간을 줄 수 없다고 했다.(지금 생각하면 게임 10분이 말이 돼? 하는 생각이 들지만, 게임을 잘 몰랐던 엄마는 10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내 아이의 전두엽을 지켜주기 위해서)


아이 전화기 사용 시간과 앱 사용 시간 등을 내 전화기로 관리할 수 있었고 맑음이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렇게 맑음이는 꿀 같은 10분을 많이 아쉽게 즐겼다. 게임을 시작한 뒤부터는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클래시 로얄 이야기도 하고 캐릭터 흉내도 내며 놀았다.


엄마는 10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맑음이에게는 갈증만 가득한 시간이었는지 모른다. 꿀 같은 10분이 너무나 아쉬웠는지, 맑음이는 엄마의 눈을 피해, 엄마가 깔아 놓은 통제 앱을 피해 뭔가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휴대폰을 긴급 모드로 바꾸면 엄마의 통제를 벗어나 마음껏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아이들끼리 공유가 되었던 모양이었다.(당시에는 SK의 '쿠키즈'라는 앱을 쓰고 있었다.) 그것을 알게 된 맑음이는 혼자 있는 시간에 마음껏 게임을 즐겼는데, 어느 날  스스로 죄책감이 들었는지 엄마 몰래 게임을 많이 했다는 사실을 조용히 털어놓았다.


내가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도 아이는 언제든지 내 통제를 벗어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통제하는 것에 손을 놓을 수는 없었다. 폴더폰으로 바꾸기도 하고, 주말에는 게임 무제한 기능을 써 보기도 하고, 평일에 할 일을 마친 뒤에는 10시까지 게임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도 했다. 허용의 폭이 커져도 아이는 항상 아쉬워했고, 통제의 선을 넘으려고 했으며, 오늘 하루만이라는 예외를 적용하기를 바랐다.


그러다 맑음이 6학년, 푸름이 4학년 때, 용돈을 올려줄 겸 의미를 부여해  조금 많이 올려 주었다.(우리 집은 1년에 1000원씩 용돈이 올라간다.) 집안 청소 하는 거 1000원, 게임 안 하는 거 1000원, 초록이 돌봐 주는 거 1000원, 이렇게 기본 용돈에 3000원을 더 주었다. 일주일에 4000원을 받다 7000원을 받게 된 맑음이, 2000원을 받다 5000원을 받게 된 푸름이 입이 올라갔다.


대신 게임은 주말에만 할 수 있고, 하고 싶다면 시간을 사서 한다. 게임 시간은 5분에 100원이다. 아이들은 불만이 없었다. 주말이 되자 아이들은 게임 시간을 돈으로 샀다. 돈을 낸 만큼만 할 수 있으니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계산했다. 아쉽게 끝나도 엄마에게 불만을 표시하지 않았다. 아이들 스마트폰 사용 가능 시간은 하루 2시간이었는데, 아이들은 스마트폰 사용 시간도 살 수 있는지 물었다. 게임보다 저렴하게 10분당 100원으로 책정하였다. 부작용도 있긴 했다. 시간이 아깝다며 급한 전화를 걸지 않을 때도 있고, 엄마가 같이 좀 검색해 보자고 하면 시간 아까워서 안 된다며 거절하기도 한다.


이것 또한 내 통제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건 어쩔 수 없다고 아이들에게 말했다. 다행히 구글 패밀리 링크 앱은 아직까지 우리 애들이 뚫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어쩌면 뚫었지만 나에게 들키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아이들 고3 졸업할 때까지는 이 앱을 사용할 것이고 아이들도 그것을 따라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였다.


꼼꼼하지 못한 엄마가 설정을 리셋하는 것을 잊어버려서 게임 앱이 다음 날까지 열려 있기도 하고, 사용 가능 시간이 2시간 이상으로 설정돼 있는 날도 자주 있었다. 그럴 때 아이들은 고맙게도 게임을 다하거나 시간을 다 쓴 다음 엄마에게 알려 주었다.(꼭 다 쓴 뒤에 알려 준다.)


저녁 10시 이후에는 전화기가 잠기는데, 잠기더라도 음악을 듣거나 전화기로 노는 방법을 어떻게 알아냈는지 아이들은 가끔 음악을 듣고 전화기로 끝말잇기게임 같은 걸 하기도 한다. 그건 그냥 넘어간다.


시간이 흐르자 아이들은 평일에도 게임 시간을 살 수 있느냐고 묻는다. 평일에는 게임을 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았으니 안 된다고 말하려다가 평일에는 3배 비싼 요금인, 5분에 300원이라고 알려 줬다. 아이들은 고민을 시작했다. 1시간 게임을 하려면 3600원을 써야 하는데 이 금액은 피시방보다 비싸다. 맑음이는 너무 비싸다며 게임 시간을 사지 않았지만, 푸름이는 가끔 이렇게 비싼 금액을 내고 게임을 했다.(푸름이는 하고 싶은 건 하는 아이다.)


이러다 피시방에 갈지도 모르겠다. 아직까지는 모바일 게임을 사랑해서 참 다행인 걸까?


*2022년 5월의 기록


Photo by Allison Saeng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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