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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월 Apr 15. 2023

스마트폰 사용 무제한_2주 후

스마트폰 전쟁

스마트폰 사용 시간 무제한을 실행한 지 2주가 지났다. 아이들에게 무슨 변화가 있었을까? 예측 가능한 변화다. 수시로 스마트폰을 한다. 물을 마시러 나오는 중에도 스마트폰을 보고, 물을 마시면서도 스마트폰을 본다.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과 함께한다.


2주 동안 나는 아이들에게서 조금 해방되었다. 스마트폰 사용 무제한이 되니 아이들은 엄마를 붙들고 시간을 사겠다, 시간을 더 달라고 조르지 않았고, 나에게 짜증을 내는 횟수도 줄었다. 이게 좋은 것인지 좋지 않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들과 나의 관계는 좋아진 것도 아니고 나빠진 것도 아니었다. 아이들은 시간이 나면 스마트폰을 보느라 바빴기 때문에 나와 부딪힐 일이 별로 없었다.


영화를 마음껏 보는 건 상관없는데 쓸데없이 시간 때우기 식으로 스마트폰을 쓰고 있을 땐 스마트폰 의존증이 생기지 않을까 살짝 걱정이 되기도 했다.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무제한으로 주면 처음에만 많이 사용하고 점점 시간을 줄일지도 모른다고 살짝 기대를 했는데, 절대 그럴 리가 없다는 걸 아이들은 증명해 주었다.


딱 하나 내가 아이들의 일상에 간섭하는 건 늘었다. 아이 방 문을 열었는데 바닥에 옷무덤이 만들어져 있거나 과자 봉지가 나뒹구는 게 보이면 바로 아이의 스마트폰을 잠갔다. 푸름이는 방 정리가 가끔 안 돼 있어서 2주 동안 3~4번 스마트폰 잠김을 당했다. 스마트폰이 잠기면 아이는 왜 잠갔냐며 짜증을 냈지만, 정리를 다 하면 열어 준다는 것을 알기에 서둘러 방을 정리했다. 아이 방의 심난한 상태가 하루를 넘기지 않았으므로 어찌 보면 스마트폰 무제한 덕분에 아이 방이 깔끔하게 유지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교 후 아무런 스케줄이 없는 푸름이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스마트폰이 보여 주는 세계 속에서 신나게 놀았다. 방밖으로 잘 나오지 않아서 방도 스마트폰 금지 구역으로 설정할 걸 그랬다는 후회가 들기도 했다. 일단 최소 한 달은 일상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아무 제재 없이 지켜보기로 했으니 눈에 거슬리거나 걱정이 될 때는 그냥 눈을 감고 머리를 흔들었다.


침대를 스마트폰 금지 구역으로 설정해 놓았더니 내가 노크를 하고 방문을 열면 푸름이는 침대에서 책을 보는 모습을 보였다. 정말 책을 봤을까? 푸름이는 항상 침대에 책을 두었는데, 아무래도 위장용인 것 같았다. 엄마가 올 때만이라도 조심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게 어디야 하며 모른 척했다.


푸름이의 취침 시간과 기상 시간이 스마트폰 다운 타임인 '10 to 5'와 비슷해지고 있다. 밤에 일찍 자고 아침 일찍 일어나는 건 좋지만, 일찍 일어나서 신나게 스마트폰만 보는 모습을 볼 때면 걱정이 되기도 한다. 잔소리를 하지 않기 위해 난 또 눈을 감고 머리를 흔든다. 그래도 스스로 일어나니 좋긴 하다. 학교에도 지각하지 않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무슨 앱을 주로 사용하나 보니 푸름이는 인스타 사용 시간이 제일 많았다. 어제저녁에는 인스타 라방을 본다며 밥도 책상으로 가져가서 먹었다. 하루에 2시간만 스마트폰을 쓸 수 있었던 예전에는 꿈도 못 꾸던 일이다. 아이들은 스마트폰 무제한이 되면서 보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한다. 하루하루가 너무나 바쁘다. 평생 봐도 다 못 볼 재미있는 영상이 가득한 곳이니... 스마트폰만 있으면 심심할 틈이 없다.



맑음이는 틱톡 사용 시간이 제일 많았다. 아침에 일어나면 졸린 눈으로 틱톡을 제일 먼저 본다. 아침을 먹을 때도 한 손엔 숟가락을 한 손엔 핸드폰을 들고 틱톡을 본다.



틱톡을 많이 보다 보니 시간 개념이 없어졌다. 틱톡을 보다 보면 순식간에 시간이 흘러가 버려, 학원 숙제 다 못했다, 학원 늦었다 하며 학원에 갈 때가 많았다. 요 며칠 지켜보다 안 되겠어서 학원에서 돌아온 맑음이를 붙잡고 잔소리를 했다.


 "학원 숙제를 안 할 거면 학원에 왜 다니니? 학원 다니는 돈으로 맛있는 거나 사 먹자." 

진심이었다. 맑음이가 학원을 다니지 않으면 매일매일 카페에서 작은 사치를 부려도 돈이 남는다. 맑음이는 지금 중간고사 준비 기간이어서 안 된다고 말하고는 전화기에 시선을 고정했다. 아.. 정말....

'학원만 왔다 갔다 하면 공부가 되는 건가? 아... 참자...'


둘 다 유튜브 사용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게 놀라웠다. 푸름이는 유튜브 사용 시간이 전혀 없었다. 인스타나 틱톡이 유튜브보다 훨씬 더 다양한 재미를 제공하나 보다. 둘 다 내가 사용하지 않는 앱이어서 어떤 게 재미있는지는 알 수 없다.

 

아이 스스로 만들어 가는 스마트폰과 일상의 조화, 그 가능성을 눈 질끈 감고 믿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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