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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꽃작가 Jan 01. 2021

나는 너를, 너는 나를 사랑하는가

결혼한 지 5년 된 커플이 있다. 사랑하지만, 때로는 말이 잘 통하지 않아서 답답할 때도 있다. 남자는 여자를 다 알고 있다고 하지만 여자는 자신을 다 안다고 말하는 남자가 당황스럽다. 자신은 남자가 자신의 마음을 몰라줘서 화가 나는데 말이다. 여자는 함께 있어도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하고 뭔가 채워지지 않는 그 마음에 방황을 한다. 그러다 우연히 한 남자를 만난다. 대부분의 불륜이 그렇듯이, 그러려고 의도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여자와 새로 만난 남자는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면서 만남은 점점 잦아진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이다. 만나서 커피를 마시고, 술을 한 잔 마시는 만남의 횟수가 늘어날수록 여자는 남편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고, 여자가 새로 만나는 남자는 여자와 여자의 남편 사이에 끼는 것이 부담스러워진다. 하지만 둘은 만남을 그만두지는 않는다. 그러다 결국, 여자가 새로 만난 그 남자는 여자를 떠난다.
여자는 마음이 너무 아프다. 정말 오랜만에,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고 자신을 채워줄 것만 같은 남자를 만났는데 그 남자가 떠났으니 말이다. 여자는 남편에게 사실을 고백하고 남편은 그런 여자에게 말한다. “너랑 죽을 때까지 함께 할 줄 알았어. 그런 너를 내가 지금 잡으면 나는 너무 비참해질 것 같아. 그냥 가. 지금 가.” 여자는 그 길로 곧장 자신을 떠난 남자를 만나러 가고, 그 둘은 함께 한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과 함께하는 설레임은 영원하지 않았다. 간절히 원했던 시간들은 어느새 일상으로 자리잡았고, 여자는 자신이 떠나온 남편이 때로는 그리웠다. 시간은 흘렀고, 여자는 또다시 마음 한 구석이 텅 빈 것 같았다. 여자는 여전히 자신을 채워줄 것 같은 그 사람과 함께였다.


우연히 보게 된 영화의 줄거리입니다. 영화 속에서 여자와 남편은 사랑한다고 계속 말을 주고 받지만 여자는 정말 사랑을 해서 사랑한다고 말을 하는지, 사랑하지 않는데 그냥 습관처럼 말을 하는것 같기도 합니다. 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사랑을 하면 내 마음이 허전하지 않을까?”

“내 허전한 마음을 채워주는 것이 사랑인가?”


함께한 세월이 길다고 해서 상대방이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 누군가, 혹시라도 정말 내 마음의 허전함을 채워줄 사람이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요?


글쎄요, 그런 사람은 없는 것 같습니다. 아니, 확실히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나 스스로도 마음의 허전함을 채우지 못하면서 내 마음을 채워줄 타인을 찾는다고요? 음...


물론 잠시 느낄 수 있습니다. 누군가와 함께 할 때 나의 허전함이 채워진 느낌 말이에요. 하지만 그 순간은 짧고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마음이 허전해지고 말죠. 결국 내 마음의 허전한 공간의 크기를 줄일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뿐이라는 것을 나중에야 깨닫게 됩니다.


이 사람한테도 만족하지 못하고, 또 저 사람한테도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은 결국 자기 자신이 싫은 사람일 수 있습니다. 나의 미운 부분을, 보기 싫은 부분을 가리고 싶어서 그것을 가려줄 만한 사람을 자꾸만 찾아서 이리 저리 돌아닙니다. 어느 한 곳에도 마음을 둘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마음의 허전함에 집착을 하면 할수록 나의 허전한 공간은 넓어지고 또 넓어져서 나는 내 허전함 속에 빠져서 허우적댈 것입니다. 선착장이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 등대가 보이지 않아서 이리 가지도, 저리 가지도 못해서 바다 위에 둥둥 떠있는 배처럼 말입니다.


결혼 10주년인 올해, 2021년.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당신과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같이 못살겠다고 했다면 아마 백 번, 천 번도 더 넘게 헤어졌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함께 하고 있는 이유는 함께 지내면서 쌓인 시간과 서로에 대한 믿음 때문 입니다. 안 좋은 것 보다는 그래도 좋은 게 하나라도 더 많으니까요.


사랑을 지속하는 힘은, 서로의 마음을 한 번 더 들여다봐 주는 것에서 오는 것 같습니다. 내가 너를, 그리고 네가 나를 여전히 바라보고 있고 좋아하고 있다는 그 믿음 말이에요. 


당신의 옆에 있는 사랑하는 그 사람에게 알려주세요. "나는 여전히 당신을 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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