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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꽃작가 May 02. 2021

남편이 샴푸를 얼굴에 발랐다.

토요일 아침.

남편의 얼굴이 울긋불긋하다.


“얼굴이 왜 이렇게 빨갛지?

이번에 새로 산 로션 바르고 그런거야?”


“아니야. 며칠 전부터 얼굴이

거칠거칠 해지더니 이렇네.”


남편의 로션이 똑 떨어져서

며칠 전에 주문한 로션이

어제 왔고, 남편은 그 로션을 발랐다.


나는 혹시 이번에 새로 산

로션이 문제인가 싶어서

아이들이 바르는 순한 로션을

남편에게 건넸다.


그래도 이미 불긋불긋해진 피부는

가라앉지 않고 누가 봐도

‘아파 보이는’ 피부였다.


그 날 저녁.

욕실에서 양치를 하면서

얼굴이 따갑다는 남편에게

또 물어봤다.   


“자기야, 로션 다 쓰고 나서

얼굴에 뭐 발랐었어?”


“여기에 있는 큰 바디로션

두 개를 번갈아 가면서 발랐지.”


“응? 욕실에는 바디로션이

하나밖에 없는데, 

뭘 바른 거야?”


“이거랑, 이거 발랐는데?”


“헉…”


“아…..

내가 왜 이걸 발랐을까…

피부가 이렇게 된

이유가 있었구나…”


“ㅋㅋㅋㅋㅋ”


나는 한동안 웃음을

멈출 수 없었고,

남편은 그런 나를

멋쩍은 듯이 바라보았다.


남편은 로션이 떨어진

지난 며칠간,

샴푸를 얼굴에

바르고 있었던 것이었다.


샴푸라니..

샴푸를 얼굴에 바르다니..


“있잖아.. 나 진짜

궁금한 게 있어.”


“뭔데?”


“얼굴에 샴푸를 바르면

하얘지지 않았어?”


“조금만 짜서 팔에도 슥슥

바르고 손에 남은 걸로

얼굴에도 바르니까

하얘지고 그러지는 않았어.”


“그래서 몰랐구나..

그래도 너무 웃겨..

ㅋㅋㅋㅋㅋ”


부부라는 이름으로

남편과 함께 한 지

10년째 되는 5월.


얼굴이 따갑다는 남편이

웃기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웃음을

함께 나누길

바라본다.


이제 샴푸통 앞과 뒤에는

‘샴푸, 바르지 마시오’라고

크게 써 붙여놔야겠다.



남편이 바디로션이라고 착각한 문제의 샴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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