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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꽃작가 Aug 12. 2021

[육아에세이]#03 너는 나의 비타민이야

엄마 이리 와 봐.

엄마, 얼른..! 

블록이 잘 안 끼워져.

우유 줘.

뭐 달콤한 거 없어?

배고파.

맛있는 거 먹고 싶어.

엄마, 그리고

엄마, 이것도

엄마, 저것도

또...


한 때, 아이 때문에 내가 할 그 무엇인가를 하지 못한다고 생각했었다. 책이라도 읽어보려고 졸린 눈을 비비며 겨우 일어난 새벽에 아가였던 둘째 아이가 갑자기 잠에서 깨어 울어 재낀다. 하필 지금 일어나는 아기 때문에 나의 소중한 자유시간을 누리지 못하는 것이 무척이나 아쉬웠고, 아이가 다시 빨리 잠이 들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아이를 토닥인다.


첫째 아이가 어렸을 때에는 사실 새벽 기상이고 뭐고 마음의 여유가 없었는데, 둘째 아이가 태어나고서는 마음에 여유가 좀 생겼는지 아니면 첫째 아이에 비해서 덜 예민한 아기라 신경을 좀 덜 썼었는지 아니면 두 아이의 육아로 심신이 지쳐서 그랬는지 '나'혼자 오롯이 보낼 수 있는 시간을 만들기에 집착을 했다. 


나 혼자 보낼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 바로 '새벽'이었고, 그때부터 나의 새벽 기상이 시작되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새벽'이라는 시간에 점점 집착을 하고, 혹시라도 그 새벽에 아이가 깨면 솔직히 짜증이 나기도 했다.

'아, 왜 하필 지금 깨서..'라는 마음이 들었다. 새벽에 일어나지 못하고 눈을 뜨니 해가 환한 아침이라도 되면 그렇게 나 자신에게 화가 날 수 없었다. 나 자신에 대한 화는 결국 아이들에 대한 짜증으로 번졌고 그런 날은 하루 종일 우울하기도 했다.


 새벽에 일어나지 못했다고 해서 이렇게까지 화가 날 일인가?


일부러 아침이 될 때까지 잠을 자보기도 했다.  그래서 한동안 새벽 기상을 멈추었다. 잠도 푹 자고, 아이들을 돌보는 것에만 집중을 했다. 잠을 많이 자니 컨디션은 좋아졌고, 활력이 생겼다. '잠'이 문제였던 것일까.  길어야 고작 두 시간인 새벽 시간에 내가 하면 뭘 한다고 그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에 대해 아이들에게 까지 나의 화를 전달하는 것인지 나 자신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새벽 기상을 열심히 했을 때를 돌이켜보면 잠을 자는 시간에 상관없이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났었고, 잠이 덜 깨면 커피에 의존하기도 했었다. 새벽을 무리해서 보내다 보니 몸이 개운함을 느낄 수 없었고, 그 영향은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던 것이다. 


내가 그토록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서 새벽에 일어나게 된 것도 결국 아이들 덕분이었다. 아이들이 아니었다면 나는 결코 새벽의 달콤함을 맛볼 수 없었을 것이고, 자투리 시간의 소중함을 알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새벽에 일어나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다. 오롯한 나 자신은 그 어디에나 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순간에도, 함께 하지 않는 순간에도 언제나 그 중심에는 '나 자신'이 있다. 


무리해서 새벽에 일어나지 않아도 더 이상 화가 올라오지 않았고, 어쩌다 일어난 새벽에 아이가 잠에서 깨어도 짜증이 나는 마음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나 홀로 보내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날에는 그 시간을 다른 방식으로 메꾸는 방법도 찾았다. 아이가 잘 노는 그 틈에 좋아하는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아이의 낮잠 시간에 집안일은 잠시 내려놓고 책을 조금 읽는다. 


엄마와 나 자신이라는 팽팽한 줄다리기에서, 그 줄을 내 손에서 내려놓는 순간 마음에 평화로움이 스며들었다.  


이 모든 마음은 '아이'가 가져다준 선물이다. 


아이가 있다는 이유로 대충 라면으로 때웠을 점심을 야채를 넣고 간장과 참기름을 넣은 볶음밥을 먹고, 귀찮은 화장실 청소를 매일같이 하면서 깨끗한 화장실을 유지한다. 


아이라는 존재는 내가 어제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가장 큰 이유이다. 아이에게 말해줘야겠다. '너는 나의 비타민'이라고. 너는 내 삶의 활력소라고. 너로 인해 내 하루하루가 건강해지고 있다고 말이다.


You're my ener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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