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의 효능

삶의 본질로 향하는 지름길

by 솔트다움 박연희

비가 와서였을까, 온 가족이 집에서 하루 종일 나가지도 못하고 갇혀있어서였을까. 온몸이 이상하리만치 무겁고 머리가 아팠다. 오후 늦은 시간이 되니 몸도 마음도 못 참겠다 싶을 만큼 통증과 답답함이 극에 달했고 급기아 집 밖으로 뛰쳐나갔다. 다행히 비는 그친 후였지만 촉촉한 습기가 공기에 가득 떠다녔다. 찬바람이 기관지에 닿자 잠시 멈췄던 기침을 다시 하기 시작했지만 두통은 점차 나아졌다.


학생 시절부터 편두통을 달고 살았다. 신경을 많이 쓰면 위가 경직되고 소화가 되지 않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내 두통이 시작된다. 그렇게 시작된 두통은 웬만한 진통제로는 멈추지 않고 안구 속까지 쿡쿡 쑤시는 느낌이 든다. 한번 아프기 시작하면 며칠을 그렇게 편두통을 앓곤 했었던 시간들이 쌓여 이제는 나름의 내게 맞는 대처방법이 생겼다. 그중 하나가 바로 걷기, 산책이다.


산책을 하면서 다리를 움직이면 위도 움직이기 시작하는지 아주 조금씩 경직이 풀리고, 천천히 편안한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종일을 괴롭히던 두통이 몇 걸음 만에 나아지진 않지만 20~30분 정도가 지나면 막혔던 정수리에서 쉬~ 하고 풍선 바람이 새어나가는 것처럼 아픔의 고통이 점차 줄어든다.


걷고 또 걷다 보면 내가 스트레스받았던 일들이 조금 가벼이 느껴진다. 마음이 처음보다 가벼워졌기 때문에 두통이 점점 줄어드는 건지, 두통이 줄어들어 마음까지 가벼워진 건지는 알 수 없지만 모든 요소들이 내가 나아지는 방향으로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내게는 산책인 것이다.


회사에서 야근 중에 편두통이 찾아오면 아무도 없는 꽉 막힌 작은 회의실 안에서라도 이리저리 다리를 빠르게 움직이며 엄지와 검지 사이 혈자리를 마사지했었다. 그런데 늘 집에 있는 상황이 되니 뛰쳐나가면 산이다. 뭐가 그리 바쁜지 컴퓨터에 강력 접착제를 붙여놓은 듯 한번 앉으면 꼼짝을 하지 않지만, 두통이 나를 집 밖으로 몰아 내준 날은 감사하게도 오히려 삶에 대한 생각을 매크로 하게 해 보게 된다.


그러고 보니 산책이라는 것은 내게 두통에는 명약이 되기도, 삶에는 거울이 되기도 하는구나.



집을 나선다는 것, 산책을 한다는 것이 내게 어떤 의미인지 곱씹어보니 그것 없이 살면 안 되겠다. 영양제 챙겨 먹듯 꼬박꼬박 나가서 내 몸에도 쉼을 주고 내 인생도 돌아봐주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이 세상 어떤 성공도 몸 망가지고 마음 무너지면 다 소용없다는 걸 앎에도 불구하고 고민하고 생각하고 일을 벌이는 것이 멈춰지지 않으니 물리적으로 공간을 벗어나는 시도를 해보자. 벗어나서 잠시 잠깐 평소와 조금 다른 행복을 내 몸 구석구석 쌓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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