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도둑질을 한다거나 거짓말을 하는 그런 것이 죄가 아니었다. 죄란, 인간이 또 한 인간의 인생을 통과하면서 자신이 거기에 남긴 흔적을 망각하는 데 있었다. 그가 혼란에 빠진 것은 갑작스럽게 일어난 사건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 뜰 안의 정적과 매미 소리와 파리의 날개 소리였다. 한 인간이 무참히 죽었는데도 바깥 세상은 전혀 그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전과 다름없이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이 한낮의 고요함. 매미 소리. 이런 어리석고 참혹한 일과는 전혀 관계 없다는 듯이 그분은 외면하고 있다. 그것이, 그 사실이 견딜 수 없었다....매력이 있는 것, 아름다운 것에 마음이 끌리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 것은 진정한 의미의 사랑이 아니다. 색 바랜 누더기처럼 되어 버린 인간과 인생을 버리지 않는 것이 사랑이다.
-엔도 슈사쿠(遠藤周作),『침묵』 (공문혜 역, 홍성사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