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周易) 건괘(乾卦) 문언(文言)에, “문사(文辭)를 닦아서 자신의 참된 뜻을 드러낸다(修辭立其誠)”는 말이 있다. 군자가 문사를 닦을 때에는 모름지기 이와 같은 정신으로 공력을 쏟아야만 할 것이다. 하지만 이때에도 정자(程子)가 말한 대로, 위의 문장에서 ‘수(修)’라는 글자는 ‘수식(修飾)’의 수(修)가 아니다. 해당 문장에서 '수(修)'의 의미를 자세히 살펴보면, ‘수성(修省)’ 즉 '마음을 가다듬어 반성하다'의 뜻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성(誠)'이라는 것은 원래 우리 마음의 체(體) 속에 고유(固有)하게 내재해 있는 것이다. 아직 발동하지 않은 상태(未發)이든, 이미 발동하여 드러난 상태(已發)이든 간에 한결같이 '중(中)'의 상태를 유지하며 지나침(過)와 부족함(不及)이 없는 것을 가리켜 말할 때, 우리가 '중(中)'이라고 한다. 본래 진실되고 망녕됨이 없어서 털끝만큼도 허위나 가식(假飾)이 없는 것을 가리켜 말할 때, 우리가 '성(誠)'이라고 하는 것이다. 따라서 제방을 쌓고 울타리에 가두듯 삿된 요소가 없게 하면 성(誠)이 자연히 보존될 것이요, 부지런히 닦고 성찰하여 망녕된 요소가 없게 하면 성(誠)이 자연히 확립될 것이다. 이렇게 성을 보존하고 확립하는 것이 바로 하늘의 덕과 합치될 수 있는 방법이라 하겠다. 이쯤 되면 문사(文辭) 같은 것이야 굳이 의식적으로 닦을 필요가 있겠는가?
-최립(崔岦 1539~1612, '오수재 준에게 준 서문(贈吳秀才 竣 序')'/『간이집(簡易集)』)
※문사(文辭): 생각이나 뜻을, 문장으로 풀어, 즉 자신의 문체(文體)에 담아 글로써 표현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