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와 무솔리니가 공개적으로 연설을 할 때 사람들이 그들을 믿었고 박수갈채를 보냈고 감탄했으며 신처럼 경배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아니, 기억해야 한다. 그들은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였다.... 괴물들은 존재하지만 그 수는 너무 적어서 우리에게 별 위협이 되지 못한다. 일반적인 사람들, 아무런 의문 없이 믿고 복종할 준비가 되어 있는 기술자들이 훨씬 더 위험하다. 그러므로 이성과 다른 도구로, 혹은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력을 앞세워 우리를 설득하려고 애쓰는 사람을 신뢰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판단과 우리의 의지를 다른 사람에게 위임할 때에는 신중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진짜 선각자와 가짜 선각자를 구별하기란 어렵기 때문에 모든 선각자를 의심의 눈으로 보는 것이 좋다. 그들의 주장을 일단 거부하는 것이 좋다. 그것의 단순성과 눈부심이 우리를 들뜨게 한다 해도, 무상으로 그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편리하다고 생각되더라도, 훨씬 더 소박하고 덜 흥분되는 진실, 차근차근, 지름길로 가지 않고 공부와 토론과 추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진실, 확인되고 입증될 수 있는 진실에 만족하는 게 훨씬 더 좋다....'거지들’은 저항하지 않는다. 우리가 노예일지라도, 아무런 권리가 없을지라도, 갖은 수모를 겪고 죽을 것이 확실할지라도, 우리에게 한 가지 능력만은 남아 있다. 마지막 남은 것이기 때문에 온 힘을 다해 지켜내야 한다. 그 능력이란 바로 그들에게 동의하지 않는 것이다.
-프리모 레비(1919~1987 '이것이 인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