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정문일침

병폐(病弊)

by 파르헤시아

사람들의 병폐는, 식견이 천박하여 경솔하거나 또는 융통성이 없거나 이 두 가지 중에 반드시 존재한다. 살펴 보건대, 대체로 이 두 가지의 병폐를 면한 사람이 얼마 되지 않는다. 천박하고 경솔함은 '동(動)의 유폐(流弊)'요, 융통성이 없음은 '정(靜)의 유폐(流弊)'다. 스스로 수양하려는 사람이나 남을 가르치려는 사람들은 이 두 가지를 반드시 참작해야만 한다. 두렵고 두렵기는 조금 재주가 있으면서 기운을 부리는 것이고, 민망하고 민망한 것은 전연 알맹이가 없으면서 말을 재잘거리는 것이다. 문장(文章)은 하나의 기예(技藝)에 불과할 뿐이다. 그런데 그것으로 오히려 아담한 것과 속된 것, 진짜와 모방한 것의 구별을 혼동하고 있으니, 어떻게 산수(山水)의 진정한 가치나 우열을 논하겠으며, 어떻게 인물(人物)의 진면목과 품격을 감별하고 평가하겠는가. 오직 공정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야 문장을 알아보는 법이다. 그런즉 편견을 가진 사람과는 구설(口舌, 시비하거나 헐뜯는 말)로 다툴 수 없는 일이다.(이덕무, '이목구심서 耳目口心書')


※참고

1. 유폐(流弊): 일반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나쁜 풍속

2. '동(動)의 유폐': 자기 주관이 없어 줏대없이 남들 따라서 부화뇌동하는 것

3. '정(靜)의 유폐': 아집, 고집, 집착, 선입관, 고정관념, 편견 등으로 분별력과 공감력이 가로막혀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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