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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르헤시아 Jun 03. 2020

무의식적 편견

무의식적 편견은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의식적 편견보다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 첫째, 무의식적 기질은 널리 분포하고 자동적이며, 그 기질이 발현될만한 계기가 마련되면 활성화된다. 이것은 매우 강력하고, 모든 인류 공동체가 공유하는 특성이다.  둘째로, 법률과 대중의식 캠페인이 공공연한 차별을 뿌리 뽑을 수 있는 반면, 무의식적인 편견을 해소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다. 무엇인가 바뀌어야 하는 것이 있다는 사실마저도 인식하지 못하는 마당에, 그 무엇을 바꾸는 일이 일어날 수 있겠는가? 무의식적 처리 과정의 놀라운 측면은 그것의 존재가 너무나도 자주, 그리고 거세게 거부당한다는 사실이다. 젊은 날의 나 또한 그랬다. 본능적이고 방어적인 이런 반응은 스스로를 다른 누구보다도 객관적이고, 균형 잡혀 있고, 공평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학계에서 더욱 강하다. 또다른 이유는 (의미상의) 무의식적 편견에 대해 모르고, 그런 것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조자 모른다는 것이다. 비밀스럽게 타인을 피부색, 성별 혹은 나이에 의해 판단했던 사례들을 떠올리고 싶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 그런 사례를 지적한다면, 왜 그 사람을 그렇게 판단했는지에 대해 장황하고 그럴듯한 이유를 수없이 둘러댈 것이고, 그 사람을 차별했다는 생각은 결코 하지 않을 것이다. 해괴하기 그지없지만, 마음이 움직이는 방식이 그렇다. -크리스토퍼 코흐(『의식』, 이정진 역/알마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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