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반가운 이로부터 안부전화를 받았다. 서로의 안부를 나누는 중에 살가운 대화 내용과 상관없이 뜬금없는"사회적 거리"라는 용어가 머리를 맴돌았다. 대화를 나누면서 어떤 설명할 수 없는 공간을 느낀 것이다.
"Out of sight, out of mind"... 어릴 적 영어를 배우고 유일하게 귀에 익은 영어 속담이다. '눈길에서 벗어나면 마음도 벗어난다', 즉 '사람은 자주 보지 않으면 그 사이가 멀어진다'는 뜻이 되겠다. 앞뒤 문장의 순서를 바꾸면 그 뜻이 더욱 명확해진다.
우리 속담에도, "안 보면 마음도 멀어진다"라는 속담이 있다. 프랑스에도 똑같은 속담이 있다고 한다. 사전에 의하면, 속담이란, '오랜 세월을 거쳐 삶에서 얻은 경험과 교훈이나 어떠한 가치에 대한 견해를, 간결하고도 형상적인 언어 형식으로 표현한 말'이다. 여담으로 검증되지 않은 혹자의 글에, '특히 혈액형 O형의 사람이 이 속담에 딱 어울린다'라고 제법 그럴듯하게 설명한다.
세상사나 인간사나 안 보고, 안 듣고, 드러내지 않으면 마음에서 멀어지기 마련이다. 어디 이뿐이랴?. "마음이 없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는다(心不在焉 視而不見 聽而不聞)", 대학(大學)에 나오는 말이다. 마음에 없기 때문에 보지 않고, 듣지 않을 수도 있다. 혹은 보고 싶지 않으니, 듣고 싶지도 않고, 드러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마음이 진정으로 동하면, 환경과 상황은 아무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으로 안다. 진정(眞情)은 시공간마저도 초월한다.
요즘 사람 마음을 읽는다는 사이비들이 부쩍 눈에 띄게 설친다. 어떤 형태로든 스스로 표현하지 않고, 무심코라도 드러내지 않는 한, 요지경 속 같은 사람 마음을 알 수가 없다. 옛말에도, '사람의 속마음은 겉으로만 봐서는 알기 힘들다 '(只通过外表 很难看清人的内心),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 (知人知面不知心)라는 격언들이 있다. 다만 표현되거나, 밖으로 드러낸 것을 통하여, 단지 추측하고, 그 패턴의 유사성을 가지고 예측할 따름이다. 비록 추측은 가능할지라도, 그 진실을 알 수 없는 게 사람 마음이다. 진실은 본인만이 알기 때문이다.
제 마음도 이해 못하면서,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심지어는 그 마음을 읽는다는 것은 지나친 착각이요, 오해다. 사람의 마음과 생각은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드러내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 모든 오해와 착각, 갈등과 인간관계의 파괴는 대부분 섣부른 추측이나 어설픈 직관 그리고 근거 없는 예단에서 비롯된다고 하겠다. 여기에는 학습된 고정관념, 선입견, 편견, 그리고 잡다한 지식들이 양념 역할을 톡톡히 한다.
성인 공자는 이렇게 말한다. “눈은 믿을 수 있는 것이지만 그 눈도 믿을 수가 없고, 마음은 의지할 수 있는 것이지만 그 마음마저 의지할 수가 없다. 사람을 안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제자들은 기억하라"(공자, 여씨춘추, 팔람/임수)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드러내고 표현하는, 꾸미지 않는 진솔된 대화 그리고 소통의 중요성, 굳이 구구절절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 전화를 계기로 머릿속을 떠도는 뜬금없는 느낌표의 꼬리, 그 뒤를 쫓아가 본다. 그러고 보니 고목 흉내에 익숙한 내가, 아이러니하게도 O형이다.(2015.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