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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르헤시아 Jan 22. 2021

선택

"아침마다, 죽어서 땅에 묻힐 때까지 이렇게 다짐해야 해요." 콘스탄틴이 바투 붙어 있어서 그녀의 검은 잇몸까지 다 보였다. "자기 자신에게 물어봐야 해요. 저 바보들이 오늘 내게 지껄인 말을 믿을 것인가?"  콘스탄틴이 자기 엄지를 내 손에 꾹 눌렀다. 나는 알아들었다는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백인을 두고 한 말이라는 것을 알 만큼은 나도 똑똑했다. 그래도 비참한 기분은 가시지 않았다. 아무리 잘 봐줘도 나는 못생겼겠지만 그녀가 내게, 내가 그저 어머니의 백인 자식이 아니라 뭔가 다른 존재인 것처럼 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나는 살면서 끊임없이 정치에 대해, 유색인에 대해, 여자로 사는 것에 대해 무엇을 믿으라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콘스탄틴이 내 손에 자기 엄지를 꾹 누른 그 순간,  내가 무엇을 믿을지는 나 자신의 선택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미스 스키터는 내 시선을 피하며 메마르게 웃는다. "지나간 일은 마음에 안 둬요." 그녀는 허탈하게 웃는다. 나는 가슴이 아프다. 누구나 마음에 두기 때문이다. 흑인이나 백인이나 모두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잊지 못한다. 


-캐스린 스토킷(장편소설『헬프 1』, 정연희 옮김, 문학동네,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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