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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르헤시아 Feb 05. 2021

부모의 사랑

세상 사람들은 반드시 손자를 사랑한다. 늘 손자에 대한 사랑이 자식 사랑보다 크다고 하는데, 자식보다 크다는 말이야말로 바로 손자에 대한 정이 자식에 대한 정만 못하다는 의미임을 전혀 모르는 말이다. 자식에 대한 사랑은 마음에 온전하여 입 밖에 낼 겨를조차 없고, 손자에 대한 사랑은 의식에 기억되기 때문에 보통 입 밖에 내는 것이지, 어찌 자식에 대한 사랑이 손자에 대한 사랑보다 못할 정도에 그치겠는가. 예로부터 늘 손자에 대한 사랑을 말하지만, 그래도 자식에 대한 사랑만 같지는 않으니, 나는 부모의 자식이기 때문이다. 부모가 나를 얼마나 사랑했는데 내가 곧 잊어버린다면 금수와 거의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자식은 내 자식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고, 손자는 내 자식의 자식이기 때문에 사랑이 미치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기에게 관계된 사람은 모두 사랑한다. 그런데 유독 자기 부모만 자기에게 관계없는 존재라는 말인가. 아래로 미루어 보면 자식의 자식에게 미치면서, 위로 미루어 보면 자기 부모에게는 미치지 않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미혹이 심하다....맹자가 말하기를 “봉양하되 사랑하지 않으면, 돼지를 기르는 것과 같다(食而弗愛 豕交之也).”라고 했는데, 그 말이 사람으로 하여금 삼가 정신이 퍼뜩 들게 한다. 슬프다, 어찌 두렵지 않은가.


-위백규(魏伯珪,1727~1798), '격물설(格物說)', 존재집(存齋集) 제12권/ 잡저(雜著) / 김건우(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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