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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르헤시아 Feb 18. 2021

부끄러움

세상만물의 도리와 이치는 저 멀리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다. 모두 자기 자신 안에 이미 갖추어져 있다. 그런즉 자기 자신을 스스로 돌이켜보아 참되고 성실하다면, 이보다 더 큰 마음의 즐거움은 아마 없을 것이다. 자신의 마음을 미루어 타인을 헤아리고, 자기를 귀하게 여기듯이 상대를 존중하고 너그럽게 배려하기(恕)를 힘써 행한다면, 인(仁)을 구함에 이보다 더 가까운 방법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면서, 마치 그게 당연한 듯이 행한다. 몸에 밴 습관처럼 익숙하게 행하면서도,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그 이유 조차 모른다. 그리하여 평생토록 일상으로 행하면서도 자신의 행동이 도리(道)에 합당한 것인지 그 여부를 모르는 자가 많다. 사람에게 부끄러움이 없어서는 안 된다. 자신에게 부끄러움이 없음을 부끄러워할 수 있다면(無恥之恥), 남으로부터 수치를 당하거나 부끄러워할 일이 없을 것이다. 이처럼 부끄러워하는 마음은 사람에게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임기응변으로 교묘하고 얍삽한 짓을 잘하는 자는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쓸 곳이 없다(無所用恥). 만일 보통의 사람들과 다르게 자기 속이든 바깥이든 부끄러움 자체를 아예 모른다면 과연 무엇으로 사람과 같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맹자(孟子), 진심장구 상편(盡心章句 上)


#부끄러움 #무지 #자기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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