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극심한 허리 통증으로 거의 한 달 동안 고생한 경험이 있다. 어느 날 찜질방에서 찜질을 마치고 선 자세에서 아래 속옷을 입다가 삐끗한 것이다. 왼쪽 엉덩이 윗부분과 맞닿은 허리 부위에서 찌르는 듯한 심한 통증이 집중되었다. 침도 맞았고, 마사지 요법, 물리치료도 받았다. 별 효과가 없어서 소문난 의원을 애써 찾아다니기도 했다.
좌골신경통, 허리디스크 등등 여러 다양한 진단과 관련 치료를 받았다. 진단과 치료 과정에서 한결같이 고가의 한방 약재 처방을 권유하거나 심지어는 허리 디스크 수술까지 권유받기도 했다. 일단 치료 후의 경과를 보고 나서 결정하기로 하고 당면한 통증 치료부터 받았다.
여러 곳을 전전한 가장 큰 이유는 진단이 제각각 다른 이유도 있었지만, 어디서든 치료 당시에는 통증이 잠깐 완화한 듯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통증이 점점 더 심해졌기 때문이었다. 결국 허리 전체로 통증이 번졌다. 거동은 물론 아무 일도 못할 정도로 심했다. 누군가는, '평소 멀쩡하다가 갑자기 허리가 아프다고 하는 것은 휴식을 바라고 하는 꾀병'이라고 하고, 또 누군가는 '갑작스럽게 허리 아픈 데는 휴식만이 답'이라고 했다.
허리 통증의 고통은 겪어 본 사람만이 그 설명하기 힘든, 난감한 고통의 실체를 안다. 겉은 멀쩡한데 그 근원과 실체가 밖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한 달가량의 고통의 말미에 대략 1주일 동안 꼼짝없이 드러누워 지내고 나서야, 겨우 통증이 사라지고 원상태로 회복되었다. 물론 거동은 힘들어도 찜질은 계속하였다.
이후로 긴 시간이 지나서 같은 증상을 한두 번 겪었지만, 그리 심하지는 않았다. 휴식 중에 통증이 심할 경우에만 침, 물리치료 등의 통증 치료를 3~4일에 걸쳐 받았다. 대부분의 경우, 자체 찜질을 하고 휴식과 안정을 취하면서, 2주 정도 지나면 원상태로 회복되었다. 이러한 경험은, 왜 그런지는 모른 채, '갑작스러운 허리 통증에는 휴식이 답'이라는 어떤 이의 말을 수긍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며칠 전 옛날과 똑같은 부위의 허리가 또 찌르듯이 아프기 시작했다. 어느 날 갑자기 자고 일어나니 허리 통증이 시작된 것이다. 과거의 끔찍했던 기억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정말 다행스러운 것은 과거 수십 년 전과는 달리, 인터넷에는 허리 통증과 관련된 전문적인 건강 정보가 차고도 넘친다. 물론 효과의 진위 여부를 파악하기 힘들고, 그저 장삿속에 투철한, 수박 겉핥기식의 속 빈 강정 같은 의심 정보도 그만큼 많이 보인다. 만일 상품화된 특정 운동기구를 사용한다거나 일반인이 쉽게 따라하기 힘들거나, 경직된 굳은 몸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고난도의 스트레칭 자세를 요구한다면, 그냥 무시하고 넘기면 된다.
절박한 마음에, 외국 전문 사이트의 전문 정보 및 국내 유튜브 정보를 검색해서 교차 비교하면서 자료를 살펴보니, 특히 내 경우엔 '엉덩이 근육의 뭉침이 허리 통증 유발의 근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엉덩이 근육 중에 평소 사용하지 않는 약한 '중둔근'이, 어떤 계기로 놀라고 뭉쳐서 허리 통증을 유발한 것이다.
전문가들의 말에 의하면, '중둔근 '등의 엉덩이 근육으로 인해 유발된 허리 통증을 일러 '가짜 허리디스크'라고 부른다. 그 이유는 허리 통증의 유발 포인트와 그 통증의 확산 진행 과정이 허리디스크 증상과 매우 비슷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엉덩이의 안쪽에서 골반과 다리를 연결하는 고관절을 고정시키고 골반과 다리의 일차적인 회전을 담당하는 '이상근' 근육으로 인해 유발된 허리 통증을 일러 '좌골신경통'이라고 부른다. 좌골신경통도 통증 유발 포인트와 진행 과정이 허리디스크 및 중둔근으로 인한 허리 통증의 증상과 매우 비슷하기 때문에, 증상만으로는 자칫하면 서로 혼동하는 경우도 흔하다고 한다.
과거 허리 통증을 겪었을 때, 당시 의사들의 다양한 치료에도 불구하고, 치료가 계속될수록 오히려 통증의 확산으로 유독 심하게 고생한 이유를 이제야 이해하게 되었다. 근육 수축으로 유발된 허리 통증은 근육을 이완시켜서 뭉친 것을 풀어 주어야 하는데, 일반적인 통증 치료와 같이 통증 유발점을 지압 포인트로 하여, 그 부분에 집중적으로 침, 지압, 마사지, 찜질 등으로 지속적인 자극을 가함으로써, 오히려 통증 악화와 함께 확산을 촉진시키고, 결국은 허리 전체로 통증이 확산되는 결과를 초래했던 것이다.
어쨌든 비로소 '갑작스러운 허리 통증엔 휴식이 답'이라는 말에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상적인 근육의 경우,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비록 통증의 과정을 거치더라도, 더 이상의 자극을 주지 않는 안정적인 상태에서,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원상태로 회복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감기 혹은 몸살에서 신체가 충분한 휴식을 통하여 자연적으로 회복하는 것과 같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 상, 근육이 뭉쳐서 아픈 것은 해당 부위에 집중적인 스트레칭으로 풀어주면 가장 빠르게 해결된다. 여러 정보를 통해, 신뢰 있는 전문가들이 제시하고 권유하는 '중둔근 스트레칭' 방법들을 일일이 다 찾아서 절박한 마음에 하나하나 시도해 보았다.
그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확실하게 효과적이었던 스트레칭은, 아래 사진과 제시한 동영상처럼 의자에 앉아서 통증이 있는 허리 쪽 다리를 가부좌 자세처럼 다른 쪽 다리 위에 걸치고, 양손으로 다리를 잡고, 허리를 곧게 세운 자세로 허리를 접듯이 상반신을 최대한 앞으로 구부리는 것이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허리(척추)를 꺽으면 안된다. 허리(척추)를 곧게 세운 상태로 엉덩이 골반을 중심축으로 하여 상반신을 접어야 한다. 만일 상반신이 접혀지지 않는 분들은 의자에 앉아 자세를 취하고 책상이나 탁자의 모서리를 두손으로 붙들고 하면 상반신이 접혀진다. 이 방식은 아래 그림처럼, 바닥에 앉아서 가부좌 자세로 다리를 앞뒤로 나란히 정렬시키고 상반신을 힘닿은데 까지 접어도 동일한 효과가 있다. 좌·우다리를 교대로 앞뒤로 바꾸어 정렬하여 스트레칭을 하면 되겠다. 정상적인 근육은 이 자세에서는 아무런 통증이 느껴지지 않고 땅김만 느껴진다. 뭉친 근육은 땅김과 함께 통증이 느껴진다. 유튜브 동영상 ☞"엉덩이 스트레칭'(서울 상무정형외과 편)을 참고하면 바른 자세의 스트레칭 실행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두 가지 방식의 스트레칭을 대략 1회 당 15초~20초 유지하고 총 4회 틈틈이 수차례 시행하였다. 스트레칭으로 허리 통증이 다소 완화되는 것을 직접 체감할 수 있었다. 다음 날 자고 일어나니, 통증이 확연하게 완화되었고, 이틀 후에는 거짓말처럼 통증이 거의 사라지고 원상태로 회복되었다. 해당 스트레칭은 평소 사용하지 않는 근육의 수축을 풀어줌으로써 통증완화가 목적인 스트레칭이기때문에 통증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을 때까지만 계속하면 되겠다. 왜냐하면 중둔근/이상근 근육은 뼈와 관절을 잡아주는 이른바 '속근육'으로 정상 기능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통증완화의 목적이외에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 상태의 지속적인 엉덩이 근육 스트레칭은 불필요하다.
또 주의할 점은 일방적으로 아픈 쪽만 스트레칭해서는 안되며 좌우 모두 균등하게 스트레칭을 해야만 한다. 아픈 한쪽만 장시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스트레칭을 할 경우, 중둔근 뿐만 아니라 고관절과 골반의 연결과 회전을 담당하는 이상근 근육까지 한쪽만 늘어짐으로 인하여 다리의 좌우 균형이 깨지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그래서 특히 다리를 무릎 위로 들어 올리거나 계단을 오를 때 뚝뚝 소리가 나며 다리의 움직임이 갑자기 불편해진다. 이는 골반과 고관절을 연결해 주는 근육과 인대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 경우 계단을 오른 후 평지에서의 정상 보행이 일시적으로 불편해지고 절뚝거리며 걷게 된다.
전문가에 따르면, 속근육 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과도한 중둔근(이상근) 스트레칭은 자칫 허리(척추) 디스크에 무리를 줄 위험성이 있다. 특히 허리 디스크 환자의 경우, 중둔근/이상근 스트레칭은 오히려 디스크를 심각하게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고 한다. 그러므로 허리의 재활 혹은 허리 강화 운동을 목적으로 하는 스트레칭은 당연하게 전문의의 과학적 검사를 통한 정확한 진단을 거친 후 전문가의 지도를 따라야만 한다. 참고로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 의하면, 허리 디스크 재활과 강화에 최고의 운동은 매일 규칙적으로 최소 1시간 이상 바른 자세로 꾸준하게 걷는 것이다.
개인마다 통증의 원인과 통증 유발 포인트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아래에 소개하는 여러 방법들 중에서 자신에게 직접적인 효과가 있는 엉덩이 근육 스트레칭을 찾아서 하는 것은, 관심 있는 개인 각자의 몫이라 하겠다. 만일 바른 자세의 스트레칭이 허리 통증 완화에 전혀 먹히지 않을 경우, 공신력 있는 허리(척추) 통증 전문 클리닉을 방문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하여튼 엉덩이 근육 스트레칭의 직접적인 효과를 체감한 순간 뜬금없이, 비록 얼굴은 기억하지는 못해도, 오래전 언젠가 고통스러워하는 내게 아주 심각하고 진지한 어조로, 허리 디스크 수술을 권유한 의사가 기억났다. (2021.9.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