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에는 두 가지 큰 저울이 있다. 하나는 시비(是非) 즉 옳고 그름의 저울이고, 하나는 이해(利害) 곧 이로움과 해로움의 저울이다. 이 두가지 큰 저울에서 네 가지 큰 등급이 생겨난다. 옳은 것을 지켜 이로움을 얻는 것이 가장 으뜸이다. 그 다음은 옳은 것을 지키다가 해로움을 입는 것이다. 그 다음은 그릇됨을 따라가서 이로움을 얻는 것이다. 가장 낮은 것은 그릇됨을 따르다가 해로움을 불러들이는 것이다. 전체가 모두 완전하더라도 구멍 하나가 새면 이는 바로 깨진 옹기그릇일 뿐이요, 백 마디가 모두 신뢰할 만하더라도 한 마디의 거짓이 있다면 이건 바로 도깨비 장난에 지나지 않는 것이니 너희들은 말(言)을 아주 조심해야 한다. 말을 과장하여 떠벌리는 사람은 일반 사람들이 믿어주지 않는 법이니 가난하고 천한 사람일수록 더욱 말을 참아야 한다. 남이 알지 못하도록 하고 싶으면 행위를 하지 않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이 없고, 남이 듣지 못하도록 하고 싶으면 말을 하지 않는 것만한 것이 없다. 천하의 재화(災禍)와 우환(憂患) 또는 천지를 흔들며 몸을 죽이고 가문을 뒤엎는 죄악은 모두 비밀리에 하는 일에서 빚어지는 것이니 일을 할 때와 말을 할 때에는 부디 깊이 성찰(省察)해야 한다.
-정약용('다산시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