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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르헤시아 Jul 04. 2022

믿음

무엇보다도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인간은 믿음을 구하는 동물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무언가를 믿고 싶어 한다. 그러나 믿음에 의문을 품을 만한 근거가 충분할 때는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으면 안 된다.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그것이 진실이기를 바란다고 해서 그것이 정말로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 믿음을 뒷받침해 주는 증거의 신뢰도에 따라 믿음의 강도를 조절하는 것이다. 그리고 믿음을 강력하게 뒷받침해 주는 증거가 없으면, 어떤 맹신자가 있어도 이 믿음을 진실이라고 믿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놀랍게도 인간의 본성 속에는 자신이 가장 모르는 영역에서 가장 강한 믿음을 갖는 역설적인 면이 있다. 우리가 믿음을 원하는 이유는 삶에서 확실성을 바라기 때문이다. 그러나 삶은 아주 복합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것을 흑백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편이 더 편해도, 자신의 믿음을 확신하는 편이 더 마음 편해도, 우리가 모르는 것이 참으로 많다는 점을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이것이 특히 중요한 이유는 아예 믿지 않을 때보다 잘못된 믿음을 가졌을 때 더 많은 문제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심리학자 톰 길로비치의 말처럼, “우리를 곤란에 빠뜨리는 것은, 흔히 우리가 모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것들"인 것이다. 그러므로 무언가를 믿을 때는 엄격해야 한다. 믿음을 뒷받침해 주는 확실한 증거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믿음을 유보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토마스 키다('생각의 오류', 박윤정 옮김, 열음사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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