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정문일침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르헤시아 Oct 05. 2023

악의 사악성

이란,'자신의 병적인 자아의 정체를 방어하고 보전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정신적인 성장을 파괴하는데 힘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해서 '희생양'을 찾는 것이다. 희생양을 찾되 강한 자가 아니라 약한 자를 찾는다. 악이 힘을 악용할 수 있으려면 우선 행사할 힘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힘을 행사할 영역, 피해자가 있어야 한다. 그러한 지배관계로 가장 흔히 나타나는 것이 부모자녀관계다. 아픈 아이 뒤에는 아픈 부모가 있다는 것이다. 부모 생각에는 아이들을 고쳐야 한다고 판단할지 몰라도 대개 서둘러 고쳐야 할 사람들은 바로 그런 판단을 내리고 있는 부모 자신들이다. 진짜 환자는 부모들인 것이다. 내가 악한 사람이라고 부르는 이 사람들의 행동에 있는 가장 지배적인 특징은 곧 남에게 죄를 덮어씌우는 책임전가다. 그들은 자신들의 악을 세상에 투사한다. 자신은 털끝만큼도 악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들 속에서는 끝도 없이 악을 찾아내는 것이 그들이다. 문제는 양심의 결손이 아니라 양심을 공정하게 다루기를 거부하려는 태도이다. 그들의 '선함' 이란 모두 가식과 위선의 수준에서 선함일 뿐이다. 한마디로 그것은 거짓이다.  그들이 '거짓의 사람들' 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들이 거느리고 살아가는 예의와 매너는 자신들을 의로운 것처럼 보이게 하는 거울의 역할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사는 동네 저 골목에서 우리는 그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들은 부유할 수도 있고 가난할 수도 있으며, 유식할 수도 있고 무식할 수도 있다. 그들이라고해서 유별난 요소는 결코 없다. 우리는 자신으로부터 숨으려 할 때 악하게 된다. 악의 사악성은 직접 드러나게 자행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은폐과정의 하나로서 간접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악은 죄책감의 결손에서가 아니라 그것을 회피하려는 시도에서 비롯된다. 


-M. 스캇 펙, 「거짓의 사람들」(윤종석 옮김, 비전과 리더십, 2007)


매거진의 이전글 믿음과 확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