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사람의 일상적인 감정(常情)은 매양 자신의 잘못된 곳에 대해서는 부끄러움이 오히려 성냄으로 곧잘 바뀌고 만다. 그래서 처음에는 실속없이 겉만 그럴듯하게 꾸미려하다가 결국은 사리에 어그러지고 그 잘못됨이 더 심해진다. 이것이 허물을 고치는 것이 허물이 없는 것보다 더 어려운 까닭이다. 우리들은 허물이 있는 자들이다. 애써 힘써야 할 것 중에 시급한 일은 오직 ‘허물을 고치는 것(改過 개과)’ 두 글자일 뿐이다. 스스로 교만하여 세상과 사람을 깔보고 함부로 업신여겨 남을 능멸하는 것이 한 가지 허물이고, 기예를 자랑하고 재능을 뽐내는 것이 한 가지 허물이고, 영화를 탐내고 이익을 사모하는 것이 한 가지 허물이고, 은혜와 혜택(恩澤) 받기를 생각하고 원한을 잊지 않는 것이 한 가지 허물이고, 뜻이 같으면 한패가 되고 뜻이 다르면 배척하는 것이 한 가지 허물이고, 잡서(雜書) 보기를 좋아하는 것이 한 가지 허물이고, 새로운 견해 내기를 힘쓰는 것이 한 가지 허물이니, 가지가지 결점을 이루 셀 수 없다. 여기에 맞는 약제(藥劑)가 오직 하나 있으니 ‘고칠 개(改)’ 자가 바로 그것이다... 아! 어떻게 해야 이를 얻을 수 있겠는가.
-정약용(丁若鏞 1762~1836), '도산사숙록(陶山私淑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