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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정문일침

야언(野言)

by 파르헤시아

세상을 비난하면서 자기만 옳다고 해서는 안 되고, 남은 깔보면서 자기만 존대하게 여겨서도 안 된다. 이것이 스스로를 다스리는 도(道)이다. 모든 병을 고칠 수 있으나 속기(俗氣 속물근성)만은 치유할 수 없다. 속기를 치유하는 것은 오직 책밖에 없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하루에 착한 말을 한 가지라도 듣거나 착한 행동을 한 가지라도 보거나 착한 일을 한 가지라도 행한다면, 그날이야말로 헛되게 살지 않았다고 할 것이다. 이 세상에 단 하루도 안개가 끼지 않는 아침이 없지마는 그 안개가 아침을 어둡게 만들지는 못하고, 이 세상에 단 하루도 구름이 끼지 않는 낮이 없지마는 그 구름이 낮을 밤으로 만들지는 못한다. 세상의 이치로 볼 때, 너무도 굽혀졌던 것이 펴질 때는 그 기세가 맹렬하게 마련이고, 오래도록 엎드려 있던 것은 격렬하게 튀어오르기 마련이다. 덕(德)을 진전시키기 위한 수업으로는 자기 자신을 바르게 하는 것이 최상이다. 자신이 바르게 되면 남도 바르게 되고, 자신이 바르게 되면 일도 바르게 된다. 자신을 바르게 하는 한가지 일이 이루어지면 천하의 온갖 변화에 응할 수가 있는 것이다.


-신흠(申欽 1566~1628), '야언(野言)', 『상촌집(象村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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