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프로젝트 - 매일 글쓰기 4
지난 주말의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남기자면, 출장차 서울을 가는데 그날따라 왠지 새벽 기차를 타고 올라가고 싶었다. 올빼미족인 내가 제시간에 기차를 탔다는 게 마구 뿌듯해서. 페이스북 스토리를 올렸는데 그걸 애정 하는 지인이 보고선 연락이 왔다.
로원! 서울이야?
잠결에 얼핏 기차표가 보여서 꿈인가? 싶었다가 찾아서 연락을 했다구, 마침내 일정 마치는 시간도 딱 맞았고 덕분에 급 집에서 하는 소규모 모임에 꼽사리로 낄 수 있었다.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 속에 헤실헤실 웃느라 입이 너무 아팠어. 술 종류를 고르라길래 막걸리! 했더니 역시 내가 좋아하는 지평 막걸리. 이 집엔 없는 술이 없고, 종류별 술잔이 있다. 막거리 사발을 마치 후후 불면서 먹어야 할 것처럼 두 손으로 후룩후룩 마시는 나를 놀리는 그 시간이 매우 즐거웠다. 아 물론 새벽에 저 숙취로 식도가 아팠지만.. 언니가 만들어 준 칵테일이 너무 맛있었는 걸!
한 참 마시다가 응? 막차가 끊겼어! 라구 냅다 드러누웠는데. 어쩐지 머리가 심하게 아파서 못 자고 있다가 새벽에 혼자 거실로 나왔다. 저 꽃 앞에서 별짓을 다한 건 강아지 두 마리만 알지(...) 체했나? 싶었는데 그냥 숙취였어.. 내 식도.. 그나저나 바로 옆에서 조용한 난리를 치는데 이 언니는 너무 잘 자. 부러웠다. 그리고 다음 날 햇살과 새소리가 가득한 뷰와 함께 느지막이 일어났다. 와, 이 뷰는 언제 봐도 최고다.
멍 때리다가 아침에 타 준 커피를 호로록 마시고. 언제나 언니가 해주는 즉석 '요리'를 먹었다. 무려 황탯국. 컬리표인 건 안 비밀, 근데 너무 잘 나온다. 쌀도 같이 들어있다니.. 최고야. 그렇게 냠냠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다가, 업계 이야기도 했다가. 주말에도 일을 해야 하는 숙명인 우리이기에 (그냥 너무 디폴트라서 이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 강아지 두 마리에게도 인사하고 슬슬 빠져나왔다.
전 날 우리의 대화에서는 역시 즐겁기도 했지만 배울 점 혹은 동기부여랄까 여러모로 유익할 수밖에 없는 모임이었다. 언제나처럼. 날이 너무 좋아 햇살을 맞으며 연희동 윗자락에서 내려오는데, 우연한 세렌디피티가 찾아와 줘서 그냥 고맙고 감사하고, 요즘은 그런 그 순간을 만끽한다.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감내할 부분들이 존재 하여도 말이다.
4월의 브런치 뉴비입니다.
21일 프로젝트로 매일 글쓰기 습관을
만드는 중이에요.
- 4일차 2021.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