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함이 매력인 시대, 프리워커스

'프리워커스' 리뷰

by 집착서점

교보문고마다 특징이 있다.

건대 교보는 문학이 강하고, 광화문 교보 국내 최대 서점답게 인문학, 문학, 자기 계발서, 에세이 다 강하다.

하지만 마케팅 서적에 있어서 만큼은 잠실 교보가 가장 강하다(사실 광화문이 좋긴 한데 좀 멀다).


잠실 교보는 들어가자마자 한쪽에 경제/경영서 매대가 일렬로 마중을 나와 있다. 마케팅 서적만을 위한 매대가 따로 있고, 리뉴얼도 잘 되는 편이다. 집에서 가까운 서점은 건대지만, 나는 요즘 잘 나가는 마케팅 서적을 찾기 위해 잠실 교보에 자주 가는 편이다.


프리워커스는 어느 마케팅 인스타그램 채널에서 추천 책으로 처음 접했다. 그때는 '아~ 이런 책이 있구나' 정도로 넘어가 책 구매 희망 리스트에 올려두기만 했다. 그러다 잠실 교보에서 'Free Workers'를 딱 마주쳤을 때 이 책인가 싶었는데, 비닐로 포장되어 있어 내용물을 볼 수가 없었다. 지은이는 필기체로 휘갈겨 쓴 Mobills Group이었고, 시뻘건 책 표지에서 정겨운 한글을 단 한 글자도 찾을 수 없었다.


포장 때문에 내용도 들춰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이거 원서인가?' 하는 생각에 민망하지만 직원분께 여쭤보았다.


"이거 원서인가요?"


직원분도 잠시 다른 곳으로 다녀오더니, 원서가 아니라 한국책이라고 당당하게 말씀해 주셨다.


'그래 그럼 한 번 읽어보지 뭐.'




'프리워커스'는 모베러웍스의 성장 이야기이다(원래는 모빌스 그룹인데, 사람들이 다 모베러웍스라고 불러서 직원들도 어떻게 불러야 할지 고민이라고 한다). 라인프렌즈를 다니다 퇴사하신 세 분(처음에는 두 분)이 일에 회의감을 느끼고 본인들만의 일을 하고 싶어 만든 브랜드라고 한다.


이들의 매력은 바로 겉으로 보이는 '느슨함'이다. 느슨하게 적당히 자기들이 원하는 일을 하고, 자기들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티셔츠(이자 포스터)에 붙여 판매하는 사람들이다.


겉으로는 그렇게 보인다. 그들도 그렇게 보이기를 원한다. 하지만 이들의 성장 스토리를 보면 실상 그렇지 않다. 느슨하지만 느슨하지은 않은 연대를 이룬 이들은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브랜드를 지속해 나간다. 이 브랜드는 완벽하지 않다. 자신감에 차 물량을 2배로 발주했지만, 생각과 다르게 재고를 떠안게 되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들은 숨기지 않는다. 시행착오 과정을 유튜브 채널 MoTV를 통해 가감 없이 보여준다.


과거 기업 총수들은 "2등은 필요 없다!! 무조건 1등을 만들어야 한다!!!"라는 마인드였다. 그때는 그게 필요한 시대였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예전에는 루저 취급받던 이야기가 '실패하는 모습도 아름답다',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경험이다'라며 응원을 보낸다. 시선이 바뀌었다.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다. 시대의 흐름을 인지하고 변화에 적응하며 돈을 버는 것. 그게 똑똑한 방법이고, 모베러웍스는 똑똑하게 그리고 즐겁게 일 해 나가고 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로고가 다가 아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시각적인 결과물에만 치중되어 있다. 사람을 만날 때 첫인상에서 외모가 중요하긴 하지만 그 사람의 성격과 개성, 가치관, 즉 그 사람의 '캐릭터'를 알게 되었을 때 진심으로 좋아하는 마음이 생긴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도 그렇다.



모베러웍스, 메시지를 판다.

사람들은 더 이상 기능만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돈을 쓸 만한 가치가 있는 소비를 통해 자기를 표현한다. 자기를 표현한다는 건 메시지를 표출한다는 얘기였다. 다시 말해, 무언가를 산다는 건 '나는 이런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에요'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우리는 곧 '일 하는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메시지를 만들자'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ASAP : As Slos As Possible
Small Work Big Money
Out of Office
No Agenda
Big Bonus


모베러웍스는 의류 전문 브랜드는 아니지만 매 시즌 '포스터로서의 티셔츠'를 만들고 메시지를 담는다. 때로는 맥주를 만들거나 가구를 만들고, 뜬금없이 누룽지를 만들기도 한다. 이 때문에 혹자는 모베러웍스가 대체 뭐 하는 브랜드인지 묻곤 한다. 모베러웍스는 메시지를 판다.



가능하면 실없게 이왕이면 유쾌하게

우리는 물리적으로 많은 시간을 일하는 데 쓴다. 인생 전체를 큰 피자 한 판이라고 생각했을 때 아마 두세 조각쯤은 일이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배가 썩 고프지는 않지만 피자를 반드시 두 조각 먹어야 한다고 가정해 보자. 어떤 사람은 꾸역꾸역 욱여넣어 먹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왕 먹어야 한다면 즐겁게 먹어보자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


모춘이 모베러웍스는 가수 쿨의 <애상> 같은 느낌이길 바란다고 한 적이 있다. 이 노래의 가사는 남자가 여자를 짝사랑하는데 결국 이루어지지 않는 슬픈 내용이다. 하지만 그 껍데기는 발랄한 댄스 음악이다. 일 역시 우리에게 때때로 슬픔을 주지만 우리는 그것이 쿨의 노래처럼, 리듬감 있는 슬픔이길 바랐다.



브랜드 마케터라는 확성기

숭은 거침이 없었다. 소호와 모춘은 모베러웍스 인스타그램 계정에 사진 하나 올리는 것도 며칠을 고심했는데, 숭은 하루에 아홉 개의 이미지를 연달아 올리기도 하고, 없는 건수를 만들어서라도 매일 같이 포스팅했다. 급기야 우리는 두 사람과 협업하는 동안 모베러웍스의 계정을 숭에게 모두 맡겼고, 제자리걸음이던 팔로워는 천 명 단위로 늘었다. 노출이 중요한 신생 브랜드에게는 멋진 한 장보다 러프한 이미지라도 꾸준히 매일 올리는 게 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걸 배웠다.



모티비 <현실조언> 인터뷰

개, 걸, 윷 콘셉트는 다 안 돼요. 그런 시대가 됐어요. 철저하게 '도' 콘셉트로 가야 된다고 봐요. 코어(core) 한 게 되게 중요해요.

- 김세일, 애플 코리아 디자인 디렉터 -



인스타그램 운영에 있어서는 소비자들과 가벼운 연결성을 유지하는 것이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팔로우를 했다는 건 브랜드와의 연결을 유지하고 싶다는 뜻이거든요. 인터렉션(interaction)을 유지하는 도구로서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활용하시면 좋을 거 같아요.

- 서은아, 페이스북 코리아 글로벌 비즈니스 마케팅 상무 -



(사람 뽑으실 때 어떤 걸 보세요?)

첫 번째가 우리 브랜드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 두 번째는 성장하는 사람이에요. '일하는 사람으로서 내가 더 훌륭하고 유능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 '나하고 일하는 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잘하고 싶을 때 생기거든요.

- 장인성, 배달의민족 브랜드 마케팅 상무 -



저는 '자발적인 확대 재생산'만큼 아름다운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브랜드에 대한 호감을 넘어서 다른 사람한테 알리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가 된다면 브랜딩을 잘한 거죠.

- 김병기, 프릳츠 커피 대표 -






솔직함이 매력인 시대이다. 세상에는 젠틀맨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요즘은 천편일륜적인 젠틀맨들보다 개성 넘치는 사람들의 파워가 세졌다. 오히려 유튜버나 개성 넘치는 아티스트들이 돈을 더 잘 벌기도 한다. 이들은 다름을 추구하고 브랜드 배지를 통해 자신의 개성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메시지를 판다'는 발상이 시류와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이것은 작은 브랜드를 위한 책'에서 언급했듯 딱 30m만 앞서간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만약 모베러웍스가 10년 먼저 탄생했다면 지금만큼의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모빌스 팀의 감각에 더욱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의도했든 안 했든, 시대의 목소리를 잘 읽어 세련된 투박함(?)으로 잘 풀어내었다.


현재 모베러웍스 팀은 영화관을 만들고 있다. 원래 일정 보다 조금 딜레이 되어 9월 오픈을 예정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프리워커들이 만드는 영화관은 어떤 모습일까? 올해 기대되는 일이 또 하나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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