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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창선 Apr 16. 2019

20% 확률  : '저 사람이 나가면 살만 하겠다.'

하지만 그거슨 훼이크.


'5명이 모이면 그 중 한 명은 반드시 쓰레기다...'

라는 말이 인터넷에 짤로 돌아다니더라구요. 원래는 나루토 113화에 나오는 대사 중 하나였어요. 팀 내에서 이렇다할 능력이나 힘이 없어 민폐만 끼친다고 자책하는 쵸지에게 지로보가 날리는 팩트폭행이었죠. 여기서 말하는 쓰레기는 나약하고 불필요한 존재라는 의미로 쓰였지만, 요즘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짤의 의미는 조금 다른 느낌입니다.


성격이 매우 괴팍하거나 진상스러워서 어울리기 힘든 상대 또는 소위 꼰대적 성향을 지닌 사람들을 지칭하는 의미로 쓰이더라구요. 주로 직장인들 사이에서 애환을 대변해주는 이미지로 소비되곤 합니다. 또라이 불변의 법칙(*사람들이 모인 곳엔 반드시 이상한 사람이 1명씩 존재하고, 아무도 없다고 생각된다면 당신이 그런 사람)도 비슷한 맥락으로 만들어졌죠.


꼭 20%의 확률은 아니더라도 일정 부분 납득이 가는 이론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난 경험을 곰곰히 돌이켜보니 은근히 맞아 떨어지는 것도 같고 말이죠. 물론 '이상한 사람' 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 다를 수 있겠습니다. 사실 누가 봐도 괴팍한 그런 사람은 오히려 드물어요. 대부분은 개인적으로 잘 맞지 않는 경우죠. (물론 정말 일적으로나 인간적으로 비상식적인 사람들도 있긴하지만요.) 


직장이란 게 참 그렇습니다. 수십년간 일면식도 없던 사람이 갑자기 모여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하루 반나절을 붙어 있어야 해요. 문제가 안 생기는 게 더 이상할 노릇입니다.  그럼에도 그래서 가급적이면 멱살을 잡지 않고 둥글둥글하게 지내려고 노력합니다. 우리가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고 자기 생각만 하는 팀장님의 안면을 타격하지 않는 이유는 꼭 처벌에 대한 두려움 뿐만은 아니죠. 사람에겐 학습된 사회성과 본능적인 이타심이 있으니까요.그래서 우리는 대다수의 사람들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원만하게 지낼 수 있습니다. 다만 꼭 한 두 사람이 문제가 되죠.


문제가 되는 부분은 이런겁니다. 이기적이다! 믿을 수 없다! 기회주의자다! 또는 나와 너무 다르다! 


'나와 너무 다른 경우' 는 주로 성향차이가 많더라구요. 나는 내향형인데 저 사람은 엄청난 외향형이랄지, 나는 논리적이고 데이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저 사람은 이상주의에 가치를 먼저 생각한달지 말예요. 그러나 이런 경우는 비교적 쉽게 체념이 가능합니다.(이해가 아닙니다. 체념하는거죠...) 원래 그런 사람이구나...하고 받아들이고 나면 은근히 상호보완이 가능하기도 합니다.


앞의 세 항목은 매너와 연관이 있습니다. 팀장님이 나에게 일을 잔뜩 던져 놓고 맨날 혼자 데이트하러 칼퇴를 한다든지, 약속을 해놓고 단 한번도 지킨 적이 없다든지, 내가 내놓은 아이디어를 낼름 가로채서 자기 것처럼 보고한다든지... 이런 행동이 도덕적으로 잘못되었다던가 인간이 글러먹었다고 할 순 없겠지만, 분명 매너와 예의가 아쉬운 건 사실이예요.


대부분 우리가 서운하고 맘상하는 건 저런 포인트죠. 나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없는 경우 말입니다. 업무적인 차이야 조율을 통해 맞춰갈 수 있지만, 저런 경우엔 참 말하기도 애매하고 어렵습니다. 그냥 빨리 저 사람이 나가버렸으면 좋겠다...는 소원을 추석, 구정, 혜성이 지나칠 때마다 빌 뿐이죠.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또 쉽게 나가지 않습니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정말 운이 좋아 저 사람이 퇴사했다고 해도, 영원의 악순환이 끝난 것은 아니라는 거죠. 더욱 이상한 사람이 들어오거나, 원랜 멀쩡했던 사람이 이상해지거나, 내가 이상해지거나 하는 등. 어떤 식으로든 사무실엔 영원불멸의 이상함이 존재하게 됩니다. 


이런 사람을 만난다면 우린 어떻해야 할까요. 







어떻게 할 수 없습니다...사실 그 방법을 찾지 못했어요. 세상에 고민거리는 건강을 제외하면 딱 두 가지뿐이라고 합니다. 돈과 사람이죠. 돈은 있으면 해결이 되지만 사람은 없어져도 마음의 상처가 남아 날 괴롭혀요. 그래서 우리의 마음은 방어기제라는 멋진 장치가 있습니다. 정신승리라고 할까요. 방어기제는 나쁘지 않아요. 우리를 지키는 최초이자 최후의 보루죠. 자책과 자괴감으로 몸서리 치지 마세요. 그냥 그 사람이 나쁜 게 맞아요. 자신을 관찰하고 성숙한 생각으로 거듭날 수도 있겠지만...사실 괴로움을 통해 성숙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드뭅니다. 인간관계는 일이 아니니까요. 우린 사랑과 위로, 선함을 통해 성숙하죠. 빨리 피하시고, 보지 마세요. 저 사람은 나가지 않습니다. 내가 피해야해요. 억울해도 일단 그렇게 하세요. 이건 자연재해와 비슷합니다. 우박이 쏟아지면 멈추길 기다리는 게 아니라 빨리 지붕아래로 피해야해요. 나에게만 이런 일이 생긴다는 생각이 들면...그것은



당신이 너무 귀여운 탓입니다. 내가 귀여워서 그렇다..라고 생각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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