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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창선 Jul 25. 2019

[나도작가다 녹음후기] 글쓰다 EBS에 소환당해보았다.

내 목소리를 들어보니 손발이 오글거려 트라우마가 생길 지경.

작가. 라는 말은 사실 아무에게나 쓰는 말이 아니라고 합니다. 출판계에 계신 분들도 함부로 '작가' 라는 호칭을 붙이지 않는다고 들었어요. 그만큼 무게와 고통이 수반되는 호칭이 아닐 수 없겠습니다. 책을 한 두권 쓰고나니 디자이너 말고 종종 작가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들을 때마다 세상 오글거립니다.


그저 '글쓰는 디자이너' 정도의 형용사가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기분 벗고 주무시죠'를 쓰고 여기저기 인스타에 올라오는 후기를 스토킹하며 지내곤 했답니다. 그러다 메일에 '제안하기' 로 들어온 소식 한 통이 보였습니다.


EBS라디오국에서 절 소환한 것입니다. 이리와서 당신의 목소리를 들려주십쇼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것도 제가 쓴 글을 육성녹음하는 것이었죠. 일단 메일을 보자마자 2분 정도 제 목소리가 신경쓰여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아주 고민도 없이 바로 '네 좋아요!!!' 라고 답장을 보냈답니다. 얼마나 놀라운 기회에요. 하다하다 이젠 음성으로도 진출하는구나..싶어서 뭐 나중에 졸라 대단한 사람이 되는 건 아닌가!? 하는 기대도 품어보았습니다.


일단 EBS로 찾아가 보겠습니다. 슝...

EBS본사는 일산에 있습니다. 허허벌판 같은 곳에 있죠. 지하철로는 에바인 것 같아서 택시를 타고 갔습니다. 자유로를 질주하는 택시기사 아저씨도 신이 나셨는지 150km를 밟으셨습니다. 피가 등쪽으로 쏠리는 위대한 중력의 힘을 느껴보았습니다. 이내 중력가속도 6G에 가까워졌는지 기절 직전 무렵 EBS에 도착했습니다.

거대하고 웅장합니다. 헬름협곡같은 거대한 EBS를 보니 조금 지릴 것 같았습니다. 어젯 밤 핸폰 충전하는 것을 깜박해서 배터리가 5%밖에 없었습니다. 부득이 그들의 전기를 조금 빌리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화장실에서 영역표시도 해보았습니다.


1층엔 스페이스공감 스튜디오가 있습니다. 사진엔 보이지 않지만 뒷쪽엔 견학온 학생들이 가득했습니다. 그 옆엔 1인 시위하는 어떤 분도 보였는데 시위문구나 자리구성이 굉장히 DJ박스같았습니다. 상당히 힙한 시위구나...라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습니다.


핸드폰 충전은 9V고속충전을 하였습니다.(TMI) 금새 충전되더군요. PD님은 회의가 늦게 끝나서 헐레벌떡 뛰어오셨습니다. 그리고 슝슝슝 라디오국으로 올라갔죠. 몇 층이었더라... 6층인가? 7층인가? 그랬던것 같습니다.

바로 이곳이 라디오국이 있는 곳입니다. 각 스튜디오가 직관적인 번호도 빡빡 찍혀있더군요. PD님이 NPC처럼 저를 인도하였습니다.


마음이 급해진 PD님의 전광석화 발걸음 시전. PD님 축지법 쓰신다. 얼굴을 공개하는 것을 꺼려하셨지만 리얼동안이셨습니다. 근 몇 년간 본 동안 중 가장 최강의 레벨을 자랑했다고 한다...


이곳이 바로 스튜디오랍니다. 위에는 현재 시간이 있고, 초록색은 런닝타임입니다. 녹음은 저 안쪽에서 진행되는 것이랍니다. 방송이 시작되면 ON AIR에 불이 켜집니다. 개간지나..(촌놈티)


저의 녹음트랙입니다. 이번에 진행하는 녹음은 EBS에서 진행하고 있는 팟캐스트 '나도 작가다' 프로그램입니다. 저같이 천재적인 작가들을 초대해 책의 한 챕터 정도를 육성으로 녹음하는 것입니다. 이는 상당한 자아성찰과 아스트랄한 충격을 선사합니다. 하지만 주목적은 충격주기가 아니고 오디오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랍니다.


영롱한 브런치 화면을 띄워놓고 써놓은 글을 녹음합니다. 저 마이크는 신기한 아이인데 가까이 대고 말을 해야 불이 켜집니다. 자동시스템이죠. 헤드셋을 끼면 제 목소리가 피드백됩니다. 진심 한 구절 말하고 흠칫 놀랐습니다. 고막도 놀라고 청신경도 놀라고 대뇌도 놀랐습니다.

'뭐여?!'

라는 두뇌의 충격이 들리는 듯 했습니다.


4분20~30초 정도로 끊어야 합니다. 처음엔 그게 굉장히 길 줄 알고 천천히 말했는데 은근히 짧더군요. 뒤로 갈수록 비와이가 되었습니다. 라임위에내목소리를싣고흐르는시간속에내심장은존내빨라져가두둠칫


이건 설정컷입니다. 말하고 있는 시늉을 내고 있는 것이지요. 실제로는 졸라 굳은 표정으로 긴장하며 녹음했습니다. 전라도 사투리를 숨기려니 더 어려웠달까요. 하아....그냥 사투리를 맘껏 쓰는 콘텐츠를 만들고도 싶습니다.


녹음을 다 끝냈습니다. 귀여운 척을 해보았습니다. 단 20분 정도의 녹음이었는데도 영혼이 털린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내 목소리로 내가 쓴 글을 들려드린 다는 것은 꽤나 설레는 일이더군요. 물론 실제 목소리는 아니고 좀 MSG가 들어간 목소리입니다. 브런치글은 거의 제 실제육성을 담는 편이라서 이번에 녹음한 그런 다정다감한 목소리하곤 거리감이 있답니다.


보정본을 들어보니 숨소리도 싸아아악..사라지고 깔끔하게 뽑혔더라구요. 흐뭇했습니다. 저 말고도 여러 작가님들이 소환당하셔서 참고막교육을 경험하신 듯 합니다. 앞으로는 귀로 듣는 콘텐츠가 점점 많아질 것 같습니다. 이번에 들려드린 글은


https://brunch.co.kr/@roysday/345

이 글이랍니다. '기분벗고 주무시죠'의 마지막 챕터이자 제일 하고 싶었던 말이었죠. 사실 술자리에서 막창에 진로이즈백을 마시며 꼰대처럼 말해야 제맛인데... 너무 다정한 느낌이어서 현기증..하아아아아아...


ㅋㅋㅋ.. 아래 대망의 그것을 링크걸어놓았으니 모두 한 번씩 들어보시며 제 보이스를 경험하고 하트도 누르고 리플도 남겨주시고.. 악플도 환영합니다. 없는 것보단 낫겠죠. 저도 EBS도. PD님도 수고하셨고, "나도 작가다" 프로그램의 멋진 성장을 응원합니다. 짝짝.


대망의 그것.

http://www.podbbang.com/ch/1772869?e=23107647



이것은 제가 5월부터 발행할 재미진 꽁짜뉴스레터 히히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65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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