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삶분의 일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창선 Aug 02. 2019

그러니까 대체 그 '라이프스타일' 이란 게 뭘까

너도 나도 라이프스타일 이라는 데 그게 뭔지 파헤쳐보자.

솔직히 '라이프스타일' 이란 단어 요즘 한 두번쯤은 들어보셨을거에요. 워낙 여기저기...샵에서도 서비스에서도 제품도 보험도 심지어 피트니스에서도 심심찮게 쓰고 있는 단어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그 라이프스타일이란 게 대체 뭔지 알아보겠어요.





개념적

관점에선?


자, 일단 라이프스타일의 원래 의미는 말그대로 '삶의 방식' 이란 뜻이에요. 하지만 여기서 삶이란 게 평생을 뜻하지는 않아요. 어떻게 평생 하나의 방식으로 살겠어요. 중간중간 바뀌기도 하지. 저도 20대 중반엔 아기자기한 디자인 문구를 사랑해서 핫트랙스, 텐바이텐, 1300K죽돌이였어요. 

하지만 요즘엔 심플하고 미니멀한 것을 좋아해요. 상표도 없고 자연색에 가깝고 기능도 복잡하지 않은 물건들로 주변을 채우죠. 삶도 그러하고. 그래서 정확히 말하자면 라이프스타일은 '현재의 삶을 만들어나가는 행동패턴이나 사고방식' 등 의미해요. 



비즈니스 

관점에선?


그러나 이거슨 어디까지나 개념적 정의일 뿐이죠. 실제로 비즈니스에서 쓰이는 라이프스타일은 조금 다른 개념이에요. 결론부터 말할게요. 비즈니스관점에서의 '라이프스타일' 이란 


'블럭의 디테일'


을 의미해요. 자, 이제 저 알쏭달쏭한 말을 풀어볼거에요.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은 각양각색이지만 사실 큰 틀에선 얼추 비슷비슷해요. 직장인의 삶.. 사업가의 삶.. 학생의 삶.. 퇴직 후의 삶.. 결혼 후의 삶.. 등등 디테일한 부분들이 다를 수 있지만 큰 맥락은 공통적인 부분이 많죠.



타겟을 정해보자.

예를 들어 직장인의 삶은 모두 다를 거에요. 직장도 사람도 나이도 직급도 모두 다를 테니까요. 하지만

출근. 지하철 빡침. 출근도 안했는데 집에 가고 싶어. 오전회의. 뭔 말일까. 점심시간. 김치찌개. 순두부찌개. 부대찌개. 순대국밥. 돈까스. 졸려. 뭐했다고 3시지?. 급하게 일처리. 쟨 왜 일을 저렇게 해?. 빡침. 시발. 1시간있음 퇴근이다. 오늘 친구랑 뭐먹지?. 맛집검색. 퇴근. 맛집. 뱃살. 꽐라. 

이런 식으로 일정부분 같은 결을 지니고 있어요. 혹시나 저 글을 보고 맞아맞아!! 라고 하신다면..사실 그건 훼이크에요. 마치 혈액형 성격유형과 비슷하죠. 일부의 정보를 보고 전체에 감정이입하는 거에요. 


'예민한 면이 있지만 한편으론 과감하게 도전하고 싶은 욕망도 있다.' 라는 표현과 살펴볼게요. 안 그런 사람이 어딨어요. 다들 그렇지. 하지만 누군가는 저 문장을 보고 '예민'에 집중하고, 누군가는 '도전'에 집중해요. 자기 상황에 맞춰 해석하는 거죠. 이것을 '바넘 효과' 라고 해요. '바넘 효과'는 일반적 성격이나 심리적 특징을 자신만의 특성으로 여기는 경향이죠. 놀랍게도 이 바넘효과나 자기 이행적 예언효과(내가 했다고 생각하는 자기확신 편향) 덕분에 사람들은 일종의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고, 비슷비슷한 가치관을 지니고 행동하게 돼요. 


사회적인 통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려는 심리때문이죠. 의식적으로 퇴근 후엔 뭔가 맥주를 마셔야 할 것 같고... 맥주를 마실 땐 치킨을 시켜야 할 것 같죠. 아닌데?? 치킨은 내가 그냥 좋아하는 건데?? 라고 말하기엔..우린 너무도 많은 정보와 암시를 겪고 있어요. 나만의 취향이라고 생각했던 행동들은 사실 어떤 외부조건에 의해 형성된 것일 가능성이 높답니다. 


덕분에 대중의 행동엔 일종의 패턴이란 게 존재하게 되었어요. 인간에 본능에 근거한 패턴, 또는 사회적 심리에 근거한 패턴, 도시 인프라에 근거한 패턴 등... 내외부적인 요소가 우리의 행동과 사고를 지배하죠. 


그래서 고객들을 큰 틀로 쪼갤 수 있고, 타겟을 정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타겟의 생활을 쪼개다.

이렇게 정형화된 패턴에 의해 나뉘어진 삶의 방식은 이렇습니다.

미니멀리즘. 맥시멀리즘. 욜로. 빡시게 살기. 덕후. 무위자연 등등... 어떤 기자가 기사에 쓸데없이 -ism 또는 -족 을 붙여서 이상한 단어를 만들어내기 시작하죠. 

부족사회

하지만 비즈니스적으로 이런 개념들은 너무 커서 제대로 타겟하기가 어려워요. 좀 더 쪼개보도록 해요. 삶이 움직이는 판이 있어요. 바로 시간과 공간이죠. 시간에서의 삶과 공간에서의 삶으로 쪼개보도록 해요.



생활밀착형

아이템


시간은 아침7시에 일어나서 새벽1시에 잠들기까지.. 또는 태어나서 죽을때까지.. 또는 입사에서 퇴사까지..와 같이 특정한 시간에 일어나는 서사적인 스토리를 말해요.



공간은 집에서 회사까지. 화장실에서 거실까지. 한국에서 유럽까지. 영화관에서 카페까지. 등 특정한 장소와 장소에서 벌어지는 행동의 집합을 말해요.


이 두 가지는 거의 맞물려 돌아가기 마련이죠. 

아침7시에 일어나 화장실에서 씻고 8시에 지하철역으로 가서 9시까지 회사로 출근한다.

이렇게 시간과 공간의 흐름이 뒤섞여있어요. 이렇게 하루 죙일..그리고 평생을 살아가죠. 비즈니스에선 그 중 일부. 그러니까 '블록'을 꺼내는 거에요.


'오후12시 점심을 먹고 커피를 사서 사무실로 돌아오니 12시40분. 남은 20분동안 페북이나 인스타를 한다'


딱 이 부분을 꺼내요. 그리고 그 점심시간 20분을 위한 어떤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죠. '하루종일'을 타겟할 순 없어요. 특정한 행동이 벌어지는 그 지점을 타겟하는 것이죠. 주로 1시간~2시간 동안 벌어지는 일련의 공통된 행동들을 관찰하는 거에요. 다른 예를 들어볼게요.


퇴근 후 지하철은 빡빡하다. 사람들에 끼어 지하철을 타고 겨우 집으로 가는 도중 맥주를 한 캔 사서 자취방으로 들어가는 데 들어가면 뭔가 쓸쓸...

그래서 집에 가면 자동으로 불이 켜지고 주인이 오는 것을 감지해서 음악을 틀어주는 (다소 무서운) 서비스를 만들기도 하고.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퇴근 후 혼맥타임용 키트를 만들기도 해요. 


퇴근 후 2시간 정도에 벌어지는 감정과 맥락에 의한 서비스인것이죠. 이러한 생활밀착형 비즈니스는 무의식적이고 자연스러워야 하고 가벼워야 해요. 졸라 멋지고 힙스터적인데다가 거창하면 부담스러워서 못 쓰겠죠.



사고방식을

구매하다


더불어 그 시간과 동선에서 발생하는 디테일한 감정들을 다루는 것이기도 해요. 편의점에 갈 땐 어떤 결제수단을 자주 이용하는지.. 시원한 맥주를 유지하려면 어떻게 할 건지.. 집에가서 씻고 마시는지 가자마자 마시는 지 등등.. 사소한 디테일들 속에 녹아드는 것이 라이프스타일 서비스죠. 이는 행동으로 발현되지만 행동의 저변엔 욕망과 취향이 녹아들어 있어요. 그래서 단순히 힙한 취향을 저격하는 것만이 장땡은 아니에요. 말과 행동을 관찰해야죠.


삶의 컨셉과 행동을 규정하는 것은 주로 '물건' 들이에요. 그래서 씨리얼 매거진이나, 애플제품들.. 또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멋지고 간지나는 제품들도 라이프스타일 제품이란 이름을 달고 나오는 것이죠. 그 제품을 사는 이유는 그게 진짜 짱좋아서도 있겠지만... 대부분 그 '느낌'과 '감정'을 사려고 하는 것이거든요. 굉장히 무의식적인 욕망에 근거한 거에요. 자신의 사고방식을 구매하는 것과 같아요. 제품을 통해 사고방식의 메타포를 확인하는 것이죠. 눈으로 보고싶거든요. 자신의 생각과 내가 졸라 잘 살고있다..라는 사실을.


생활밀착형 비즈니스와는 다르게 사고방식은 동경과 욕망에 근거하기 때문에, 자신을 돋보이고 삶을 더 나은 것으로 여기게끔 만들어주는 제품과 서비스가 많아요! 하지만 놀라운 점은.. 이러한 사고방식은 지속성이 그리 길지 않답니다. 


사람 맘이란 게 화장실 들어갈 때 나올 때 모두 다른 법이라...자신에게 맞지 않는 옷이라고 생각되면 1달을 지속하기도 어려울 때가 있어요. 진성 힙스터가 아닌 이상 허리가 부러질 것 같은 하얀 노출 콘크리트 카페에서 오래 일하긴 힘들겠죠.

허리부러짐



그래서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라이프스타일은 반복되는 하루일상의 어느 '일부분' 을 뗀 


블록의 디테일


에 주목하는 것이랍니다. 그 사람의 전체 삶과 취향을 한꺼번에 저격하려고 하면 너무 방대해져요. 보통 취향은 프랙탈법칙과 같이.. 부분의 모양이 전체의 모양과 비슷해요. 그러니 소소한 디테일을 저격하면 그게 현재 소비자 삶 전체로 확대되기 마련이랍니다.



서비스를 잘 만들려면


우선 맥락을 잘 잡아야 해요. 특히 감정적 맥락을요. 퇴근 후 느끼는 감정은 이제 끝났다! 내지는 겁내 피곤함이 주를 이룰 거에요. 이 두 감정 중 어디에 포커싱할 지 정하는 것이 중요하죠.


둘째는 동일한 경험을 선사해야 해요. 음식배달 서비스인데 이게 어떤 날은 3시간 기다려야 하고, 어떤날은 바로오고..이렇게 복불복 뽑기스러우면 어디 쓰겠어요? 저녁먹으려고 날마다 도박하는 것 같잖아요. 소비자가 자신의 생활에 서비스를 접목시킬 수 있게 시간과 공간을 예측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해요.


'적어도 집에서 시키면 1시간 정도면 받을 수 있다.'

라는 암묵적인 공식이 성립되어야 하죠.


셋째는 생활에 녹아들어야 해요. 라이프스타일 서비스는 럭셔리제품들이 아니에요. 삶의 일부에 그냥 습관으로 녹아들어야 하죠. 당연스럽게 스윽스윽.. 고가의 핸드백이나 영화관의 골드클래스 이런 좌석은 이벤트용이에요. 삶에서 자주 있는 흔한 것은 아니죠. 샴푸, 비누, 수건, 배달, 맥주(?), 치킨, 카페, 백팩, 노트북 등.. 아주 밀접하고 가까운 것들의 집합이어야 해요.


마지막으론 너무 가선 안돼요. 생각해봐요.

 화장실 웰니스 제품이에요.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고 나와서 발매트에 발을 톡톡..상쾌한 기분을 느꼈으니 이제 기분이 날아갈 듯 할거야. 음악을 듣고싶겠지! 그러니 샤워 후 음악서비스를 제공하자!

........말이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연관성을 너무 늘린 케이스에요. 샤워 후 상쾌함을 느낄 수 있고... 음악이 듣고싶을 수도 있지만... 그것이 패턴이라고 하기엔 너무 한정적이거든요. 본인의 경험을 전체로 늘려서는 안되는 거에요. 


그러니 라이프스타일을 연구하기위해선 수많은 표본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그 함의를 캐내야 하는 것이죠. 일단 본인의 행동부터. 





이건 TMI


그런 의미에서 제가 쓰고있는 라이프스타일 서비스는 뭐가 있는지 알아보겠어요. 그들이 라이프스타일이라고 안했지만...저는 라이프 폴더에 저장해놓은 앱들이죠. TMI니까 안보셔도 돼요. 하지만 보겠지들?


음..메가박스는 갈릭팝콘이 존맛이고...CGV는 어니언팝콘이 존맛이에요. 메가박스는 M2관 때문에 가요. 씨지비는 아이맥스 때미 가는 편이고.. 이건 정기적인 것은 아니지만 그 영화관에서의 행동과 아이템들이 어느정도 정형화되어 있답니다.


클래스101은 클라이언트였어요. 게다가 조만간 제가 강의오픈할 거라서 요즘 자주 들어가거든요. 

넷플릭스는 주로 씻고 1시간 정도이지만..가끔 일하다가 머리 아프면 중간중간에 보기도 해요. 지정생존자는 개꿀잼이었고, 기묘한 이야기는 거의 미쳤다고 할 수 있어요. 지금은 아주 오래된 미드 로스트 정주행하고 있는데 개막장이에요. 


탭소닉은..음 리듬게임은 재미있답니다. 뭔가 부끄럽네. 심지어 만렙임. 


배민은 저녁 시켜 먹을 때 자주써요. 이상하게 점심엔 쓰지 않아요. 묘하죠?.... 

기타튜너는 말그대로 기타튜닝할 때 쓰는 데 밤11시 쯤일 거에요. 층간소음 오져따..

스벅은 스벅갈 때 써요. 스벅은 주로 오후시간대에 가요. 12시~6시 사이랄까요. 그 이후엔 오히려 더 조용한 동네 카페를 선호하는 것 같아요. 주로 미팅이나 급한 업무볼 때 가는 편이랄까..(아니 왜 카페를 업무보러 가는거지). 


오늘의 집은 요즘 심심찮게 인테리어 구경하러 들어가서 보는 거에요. 이건 곧 이사가 있기 때문이죠.

해피포인트와 CJONE 포인트는 열 때마다 업뎃하라고 해서 개짜증나지만 여름엔 베라 아몬드봉봉을 자주 먹기때문에 애용할 수 밖에 없죠. 스노우는 여자친구와 사진찍을 때 쓰고.. 뉴스픽도 제 클라이언트였어요. 보다보니 좋드라구요? 미세미세는 아침에 출근전에 확인하게 돼요. 요즘은 좀 안하는 편인데. 봄가을겨울엔 거의 매일 보는 것 같아요.


이렇게 보니 특정한 시간과 행동패턴이 나오는 것 같아요. 꼭 연속선상에 있지 않더라도 주기성, 반복적인 행동들을 할 때도 자주 사용하는 서비스가 존재하네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