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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창선 Jul 08. 2020

강의장엔 20가지 유형의 사람이 모입니다.

MBTI보다 다채로운 강의장풍경:)

요즘 책 나와가지고 북토크 엄청 많이 하고 있거든요. 막 3일 연속 하기도 하고 거의 매주 있단 말야. 본업은 강사가 아닌데, 본이 아니게 이래저래 불러줘서 강의라는 걸 할 때가 있어요. 물론 사람들에게 뭔갈 알려주는 건 재미있는 일이야. 원래 공부할 때도 친구들한테 설명하면서 공부한 스타일이거든. 하지만 전 말에 좀 취약해요. 안해도 될 얘길 해서 손해보는 타입이거든. 내 글도 그렇잖아. TMI투성이야. 아마 이것도 뭐 자기방어나 그런 것의 일종이겠지.



강의실력이 진짜 좋으면 사람들이 막 집중하잖아요. 박수도 우와아앙 치고. 감동도 받고. 근데 나처럼 어중간히 말 많은 타입이 앞에서 얘기하고 있으면 청중의 반응이 아주 재미있다구. 천태만상이야. 내가 봤던 것들 몇 가지 말해볼게요.




1. 아이컨택형


요즘엔 더더욱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다들 눈으로 말해요 모드인데, 그 와중에도 유독 시선을 강렬하게 주시는 분들이 있어. 째려보는 건 아닌 것 같고, 뭔가 눈만 봐도 입이 무슨 표정인지 대충 보이잖아요. 선하고 따뜻한 눈빛을 에어드랍해주시는데, 덕분에 내 맘 속에 무선충전 오케이.


2. 팔짱끼는형


그래 얘기해봐.

응. 무셔우신 분들이야. 전업강사시거나 자신의 주관이 굉장히 뚜렷한 분들인데 '오냐 한 번 뭐라하는 지 들어나보자. 풍월을 읊어보거라.' 라는 상태인거지. 일단 이런 분들은 125도 정도로 등을 젖힌 상태에서 팔짱을 끼고 뒤에서 두세번째 줄에 앉아계시는데... 중간에 팔짱이 풀리거나 미소를 지으시면 아주 안도가 되고 끝까지 팔짱을 끼고 계시다가 홀연히 사라지시면 그날 밤 이불킥 예약인거야. 뭔가 앞에 서서 말할 때는 리액션에 계속 신경쓰게 되더라구. 그래서 전 카메라보고 찍는 영상이나 온라인강의같은 걸 진짜 못해요. 바로바로 리액션이 안보이니까 불안하고 막... 잘하고 있는 건지 어쩐건지 모르겠더라구.


3. 과자먹는형


주로 오예스나 차밍, 몽쉘등을 탐내시고 커피도 잘 드시고. 난 이해해요. 강의 시간이 주로 평일 오후7시반 이렇잖아요. 저녁을 어떻게 먹겠어. 퇴근하고 바로 뛰어와야 이 시간인데 삼각김밥 주섬주섬 먹기도 뭐하고... 나도 이 시간대에 강의하면 거의 굶고 한단 말이에요. 강의하다가 현기증 난게 한 두번이 아니야. 그래서 요즘엔 어차피 코로나때문에 사람도 많이 안모이고 하니까, 가급적 먹을 걸 사들고 다같이 오물거리면서 듣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하고 있죠.


4. 눈피하는형


안시키는 데도 눈을 자꾸 피한달까. 근데 또 안 듣는건 아니야. 그냥 부끄러운 가봐. 아니면 내가 개피곤해서 쌍꺼풀 막 3개씩 져있는건가...부담스럽나. 주로 안경쓴 디자이너님들이 많이 눈을 피하시는데, 중간에서 한두줄 앞에 앉아계신 분들이에요.


5. 벽에기대있는형


요즘에 좀 후리한 공간에서 북토크 할때가 많은데 거의 뭐 빈백이나 벽에 자리를 잡고 누워계신 분들이야. 솔직히 난 이런 분들하고 얘기하는 게 너무 좋드라고. 나도 빈백 하나 달라고 해서 좀 눕고싶기도 하고. 제 강의스타일 아시는 분들은 알겠지만 이게 뭐 거의 현관앞에서 음쓰봉 버리다가 누구 마주친 썰 푼다 느낌의 노가리가 주를 이루거든요.


6. 노트북을꺼내는형

와다다다다다다다다ㅏ다다ㅏㄷ

이분들은 뭔갈 항상 적어야 하는 스타일인데 노트북을 꺼낼 때는 두가지가 있어. 오늘 이거 후기올려야징!! 하는 감사한 분들과, 이것도 미팅의 일환이라고 생각하시는 찐홍보피알마케터님들이랄까. 이쪽분들은 일단 13인치 맥북꺼내시고 뭔갈 끊임없이 적는다구. 아니 내가 말하는 거 절반은 노가린데 뭐 적을 게 있는 건진 모르겠지만... 매우 감사하지. 듣는 것도 빡셀텐데 그걸 적기 까지 해주면...넙죽


7. 중간에눈을감는형

내가 말이 좀 많아질 때가 있어. 업텐션이 되면 속사포가 되거든. 그래서 최대한 강의전엔 우울해지려고 해. 슬픈 생각하고. 전날밤에 술 많이 마시고. 그래서 좀 차분하게 강의를 할 때도 있는데 (차분보다는 좀...다운된?) 이게 종종 졸릴 때도 있어. 게다가 퇴근하고 오셨으니 얼마나 고단한 하루일거야. 일하는 것도 빡센데 강남 한복판까지 와서 이 사람많은 곳에서 또 강의도 듣고있고...후우 진짜 가열차게 사시는 거야. 조는 거 이해해. 엎드려도 돼요.


8. 빵빵터지는형


사실 가장 에너지를 많이 받는 타입이에요. 태어날 때도 폭소를 터뜨리며 태어났을 것 같은 분들. 핵노잼인 것 같은데 계속 웃어줘요. 얼마나 고마워. 선물이 있다면 이런 분들께 드리고 싶어요. 감사함이지. 주로 이런 분들은 앞자리에서 조금 사이드로 비껴나있는 자리에 앉아있어요.


9. 찾아보는형


내가 중간에 말하다가 어떤 브랜드나 업체, 인물을 언급할 때가 있는데 그럼 또 귀신같이 그걸 찾아본다? ㅋㅋㅋ거의 고유명사가 나올 때마다 바로바로 찾아보시는 분들이야. 진짜 공부 잘했을 것 같아. 그런 호기심과 재빠른 검색능력이 중요한 시대잖아. 종종 찾아보다가 내가 틀린 거 있음 바로 고쳐주시기도 해. 3초 민망하지만 잘됐어. 집에가서 괜히 틀렸단 거 알고 발차기 하는 것보단 훨 낫잖아.


10. 센터장님형

보통 기관이나 센터에서 강의하면 센터장님은 어느 순간 중간에 들어와서 쩌기 뒷자리에 혼자 앉아서 듣고계시거든. 요즘엔 마스크써서 표정이 어떤지도 잘 보이지도 않아요. 근데 센터장님이 아닌데도 혼자 떨어져서 저 멀리 혼자 조용히 듣고계신 분들 있어요. 충분히 이해해. 나도 그렇거든. 되게 집중 잘돼요. 다리 꼬아도 옆사람 칠 일도 없고. 가방도 그냥 아무데나 놔둬도 돼.


11. 나한마디너네열마디형


보통 북토크나 이런거 하면 직장에서 많이 오시는데 상사가 멱살을 잡았는지 회유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팀장/팀원, 또는 사수부사수 이렇게 올때가 꽤 많아요. 상당히 있어. 벌써 이번만 6번 북토크 했는데 그 중 4번이 다 그런 분들이 있었거든요. 이런 분들은 센터에 주로 자리하고 같이 오신 분들끼리 앉는데 내가 뭐 한 마디 공감가는 멘트를 던지잖아? 그럼 자기들끼리 조잘조잘 대면서 이런얘기 저런얘기 엄청해. 팔짱끼고 노려보는 것보다야 훨씬 감사한 일이니 나도 같이 조잘대는 걸로.


12. 포토그래퍼형


계속 사진 찍어. 이 순간이 너무 영광스러운가봐. 난 솔직히 그 분이 담당잔 줄 알았어. 근데 아니더라구. 얼마나 큰 관심의 표현이야. 난 매우매우 감사하지. 많이 찍으셔도 돼요. 좀 잘 찍어주시면 더 감사하구.


13. 폭풍질문형


토크 끝나고 질문이 나오는 건 꽤나 드문일이에요. 질문 잘 안해. 특히 사람이 많이 모일수록 그렇지. 근데 왼쪽팔을 귀에 챡 붙이고 손을 드시는 분들이 종종 있어요. 주로 남자분들일 가능성이 높았구, 뭔가 질문이 길지. 오늘 너무 말씀 잘들었고, 어쩌고 시작해서... 지금 현재 나의 상태가 어떠어떠하고...이런데 결국 브랜딩 어떻게 하면 좋을 지 모르겠다. 로 끝나는 질문인데... 사실 들으면서 조마조마하긴 해. 왜냐면 ㅋㅋㅋ 이게 듣다보면 나도 까먹거든. 뭐라고 했는지. 게다가 QnA시간이 그리 길지 않은 경우나, 다른 분들의 눈빛이 '아 젭라 그만.' 이라고 바뀌는 시점에선 나도 좀 민망해지더라구. 하지만 질문을 해준 것만으로도 응당 감사와 넙죽


14. 끝나고찾아오는형


진짜 재밌는 건 질문있어요? 라고 하면 질문 안하다가, 이제 강의 끝나고 갈려고 하면 막 오셔. 일단 명함교환하고 '아 제가 진짜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요...' 하면서 소근소근 퍼스널톡 하는거야. 이 때 그 뒤에도 사람들이 줄 서 있으면 좀 맘이 쫄려. 일대일로 얘기하는데 한 두마디 하고 가세요 할 수도 없고...뒷사람들 마냥 기다리게 만들기도 미안하고... 뭐 하지만 충분히 이해해요. 나도 강의들을 때 쪼르르 가서 강사님들 연락처 받고 막 물어보고 이랬던 부류여서.


15. 업무제안형


일단 명함교환의식을 치른 후 3가지 정도로 얘기가 나와요. 내가 뭐하고 있는 데 와서 강의 좀 해줄 수 없냐, 아니면 내가 뭘 하는 데 같이 좀 해보자, 마지막으론 혹시 이런 것도 하시냐는 제안이죠. ㅎㅎㅎ 자리에서 성사되는 경우는 거의 없어서 일단 명함드리고 메일로 관련내용 한 번 보내주시라고 하는 편이에요. 굉장히 생산성높은 케이스라고 할 수 있어요. 이런 제안하시는 분들은 보통 북토크할 때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한 분씩 계시는데 그런 분들께서 제안주시는 경우가 있더라구요.


16. 중간에가는형


이게 노잼이어서 나가시는 분들은 거의 없어요. (아닌가?) 내가 그 정돈 아닐거야. 주로 무슨 일이 있어서 경우가 많은데 하아..난 너무 안타까워. 전 이게 말에 시동걸리는 게 좀 늦어서 초반엔 아무말이나 하다가 뒷부분에 핵심적인 것들을 말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차라리 늦게 오셔서 뒷부분을 들으세요. ㅠㅠ 녹화해서 드리고 싶다. 왜 중간에 가시냐면 이게 엄청 멀리 사시는 분들. 또는 잠깐 짬내서 오신 분들. 너무 배고프신 분들. 등 다양한 이유가 있어요. 이중에서 너무 멀리사시는 분들은 정말 감사하고 죄송하기도 해요. 막 수원, 광교 이런데 사시는 분들은 일단 가는데만 막 2시간넘게 걸리고 이러거든. 배웅은 눈빛으로.

멀리 못나간다. 잘 가고.



17. 끄덕끄덕형


북토크를 지산락페로 만들어주시는 격한 끄덕임. 뭔가 엄청 본인의 문제에 팍팍 꽂히나봐요. 강의하다가 이런 분들 있으면 되게 힘이 돼요. 뭔진 모르겠지만 내가 하는 말이 되게 맞는 말 같은 느낌이거든. '어 너 잘하고 있어' 이런 느낌이랄까.


18. 무표정이지만만족했어형

그 왼쪽오른쪽 사이드에 보면 꼭 아무 표정없이 정말 뚫어져라 쳐다보며 듣고 계신 분들이 있어요. 근데 이게 무표정이라고 해서 싫은 게 아니라, 되게 진지하게 듣고 있는거야. 나중엔 막 잘들었다고 악수하러 오고 그러시더라구. 하아 하지만 심장이 좀 쫄리긴 하지.


19. 고민하는형


강의듣는 내내 혼자 뭔가 고민 엄청 많아보여. 일단 펜을 들고계시고, 뭔가 한쪽 손은 턱이나 입술에 가져다대시고 뭔가 엄청 골똘하게 고민하시더라구. 무슨 생각하세요? 라고 물어보고싶을 때도 있었어. 뭔가 해결하고 싶어서 왔는데 더 고민거리만 안고가시는 느낌이랄까. 원래 강의란 게 답을 줄 순 없잖아요. 세상 사는 일이 너무 심플해서 개빡치는 경우가 더 많고. 사실 내 고민이 단순하다는 걸 아는 순간부터 더 고민이 되는거거든. 강의를 듣는 시간은 자기 생각을 정리하고 들을 내용과 거를 내용을 정리하는 시간이기도 해요. 물론 거를 타선이 없는 강의도 있겠지만, 내 이야기는 거를 게 많으니 오셔서 자기 고민하셔도 돼요.


20. 내분야는아니지만그냥들어주는지인형


이런 분들은 주로 제 지인들인 경우가 많아요. 사실 내가 뭐 한다니까, 한 번 와서 들어주는 느낌이징. 일단 기본적으로 중간중간에 발췌청취를 하시더라구. 전반적으로 내 분야가 아니기도 하고, 나에게 지금 꼭 필요한 강의는 아니라서 노잼일거에요. 북토크나 강의를 하다보면 그래도 꼭 지인들이 한 두명은 섞이기 마련인데... 사실 친할 수록 안왔으면 하는 바람이야. 오지마. 뭔가 오글거리고 떨려서 못하겠더라구.




결론은 와주시는 모든 분들, 매우 감사해요 :)

강의나 뭐 토크 이런건 젬병이지만, 최대한 편하게 썰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7월에도 남은 북토크가 몇 개 있어서... 많이들 오세용!


책도 지금 열심히 팔구 있으니까, 안 보신 분들은 구매도 좀 해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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