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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창선 Jul 07. 2021

뜻밖의 브랜딩 : 버튼의 찰진 손맛

살다가 느낀 브랜드의 감동포인트를 그때그때 적어보았습니다.

<밑밥>

지금부터 쓰는 글은 앞옆뒤대각선상하단 그 어느곳에서도 광고를 받지 않았고, 만약 받게 된다면 정말 기쁠 것 같음을 전해드립니다. 그렇다고 브랜드 소개글은 아니라서, 본격적으로 막 여기는 무슨 회사고 어쩌고 이런 식으로 풀진 않을 거에요. 제가 느꼈던 것만 간결하게 적을 거에요. 다만, 제목처럼 의외의 포인트만! 




제 매출의 20%는 채널톡에서 나와요. 일단 남쪽으로 절 한 번 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채널톡이 뭐냐면 여러분 스마트스토어나 브랜드샵에서 온라인 배송제품들 사잖아요. 그 때 홈페이지 오른쪽 밑에 보면 뭔 똥그랗게 채팅할 수 있는 버튼이 있단 말이에요. 그게 채널톡이에요. 이거 수량 남았냐, 반품 어케하냐, 이번 랍스타 수율이 괜찮냐, 참치 특수부위만 가능하냐 이런 것들을 물어볼 수 있는 곳이죠. 

아니 근데 저희 회사 홈페이지에 분명 의뢰를 작성할 수 있는 게시판 양식이 있거든요? 저흰 아임웹 쓰니까 뭐 엄청 대단하진 않아도 '아, 여기에 쓰면 되겠구나.' 라고 보일 정돈 된다고 생각해요. 아니 근데 자꾸 채널톡으로 문의를 주시는 거야. 여기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하나는 '이것도 할 수 있냐?' 라고 원래 저희가 하는 일 이외의 것을 문의주시는 경우가 있어요. 오케이 이건 그렇다 쳐. 근데 두 번째 이유가 너무 신박해.


채널톡으로 문의주신 클라이언트에게 여쭤봤죠.


"아니 근데 뻔히 의뢰주는 양식이 있는데 왜 채널톡으로 문의 주셨어요?"

"아, 그게 더 빠를 것 같아서요."


그렇지. 빠른 건 소중해요. 이게 어느 세월에 그걸 기다리고 앉았어. 근데 신기한 의견이 있었어요.


갑자기 손맛이야기를 하더라고. 공식홈피 문의하기 양식버튼은 뭔가 공허하대요. 눌렀을 때 인터랙션이 심심하단 거에요. 고작해야 테두리선이 바뀌는 정도니까요. 꿈속에서 주먹질하는 기분.. 내지는 건너편에 사람이 없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하셨어요. 


근데 채널톡 버튼은 쑈옥! 이런 소리도 나고 뭔가 쑤욱 눌리는 느낌이 나요. 마치 아날로그 버튼을 꾹 누르는 것 같은 느낌. 그래서 버튼이 콩찰떡마냥 손가락에 찹쌀찹쌀 달라붙는다는 거지. 근데... 그래. 눌리는 게 쑈옥 쑈옥 기분은 좋을 수 있는데 그 타격감을 즐기고 싶어서 누르는 건 아닐 거잖아요. 좀 더 캐묻기로 했어요.


"버튼의 타격감을 즐기는 편이신가요?"

"아.. 손가락에 붙는 맛이.."

"아..변태?"


가 아니고, 돌아온 답변이 흥미로워요. 이 쑥쑥 눌리는 버튼 인터랙션이 '내 의견이 잘 전달되고 있는 듯한 느낌' 을 준대요. 


아! 확실히 메시지가 갔구나! 아 제대로 문을 땅땅 두드렸구나! 

전 UI 디자이너는 아니지만, 아...꾹 눌리는 버튼 느낌이 이런 감정으로까지 연결되는구나 싶었어요. 


사실 전 이걸 통해 UX 디자인적 관점을 느꼈다기보단..오히려 불확실한 정보와 희미한 소통이 만연한 시대의 반증을 본 듯 했어요. 저만 해도 인쇄소에 견적의뢰 던지면서...인쇄소의 '견적문의' 버튼이 영 공허했거든요. 답변이 언제올지 맘 졸여야 하고... 답변이 달려도 노티스 주는 곳이 드물어요. 그리고 내 의견을 얘네들이 잘 듣고있는 지도 모르겠고. 눌러도 뭔 표시도 없어. 그래서 몇 번씩 눌렀다가 메일 여러번 가서 괜히 욕먹은 적도 있어요. 아니 그게 내 잘못인가...

패스트푸드점 키오스크
도 그래. 아니 눌렀으면 뭔가 눌렸다는 표시를 좀 해줘. 소리를 내던가 뭔가 버튼을 꾹...그런 애니메이션을 주던가. 안그래도 딜레이가 있어서 환장하겠는데 몇 번씩 폭폭폭폭!!! 누르다가 다른 거 눌리고 이러면 하아..이마짚..





생각해보면 자동차의 대시보드, 특히 센터페시아쪽의 인터페이스가 대부분 터치로 바뀐 요즘, 오히려 손맛이 없다고 싫어하시는 분들도 많다고 했어요. 그래서 인위적으로 눌리는 느낌과 소리를 만들기도 한다고.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싶어요. 운전중에 누른 버튼이 '제대로 작동하는 지' 다시 체크해야하고 잘 눌렸는지 불안해 하는 건 스트레스가 심한 일이거든요. 

명확성은 반응에서 나온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봤으면 보여야 하고 누르면 눌린 것 같아야 해. 행위가 있으면 인지할 수 있는 명확한 대답이 있어야 정보가 완성되는 거잖아요. 


결국 기계든 서비스든 앱이든 사람이든..


눌렀으니. 답이 오겠다!

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원하는 것 같아요. 하긴 사람도 그렇잖아. 내가 뭔 말을 했을 때 리액션이 있거나 듣는 척이라도 해주는 사람에게 호감이 가는 것처럼...이걸 명확히 해주는 브랜드에 좀 더 애정이 가는 듯 해요. 

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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