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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창선 Apr 13. 2021

[프로젝트후기]다이트랩의 채용공고를 써보았습니다.

흥미진진한 온보딩콘텐츠 제작기 :)

브랜드텍스트 프로젝트에 중에 제일 재밌는 게 뭔 줄 아세요? 바로 채용공고에요. 요즘 채용공고는 옛날처럼 마케터OO명, 경력3년이상, 연봉협의후결정, 제출서류 이력서+자소서..뭐 이런 느낌이 아니에요. 한 줄 한 줄 굉장히 정성스럽다구요. 특히 요즘 노션으로 제작하는 스타트업의 채용공고는 거의 뭐 브랜드북 수준이더라구요. 웨딩북 채용공고 보셨어요? 거의 이건 채용이라기보단 홈페이지를 하나 구축해놓은 느낌이랄까요.

궁금하신 분은 여기




이렇게 자세한 채용공고가 대세가 된 건 3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우선, 인재들의 선택폭이 넓어지고 생각이 달라졌어요. 연봉 많이주는 곳도 좋지만, 그보다 더 우선시되는 가치들이 중요해졌어요. 정당한 대우를 받고 싶고, 단순한 하고싶은 일을 넘어 근거가 분명한 일을 하고 싶어 해요. 내 삶을 채우는 하나의 조각으로써 일을 받아들이죠. 마냥 '행복하고 즐거운 일'을 찾진 않아요. 가끔은 힘들어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정당한 보상과 의미가 있고 납득할 수 있는 이유가 있다면 말이죠. 좀 더 명확한 세대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두 번째는 브랜드이미지와 자산의 축적이 중요해졌기 때문이에요. 채용공고를 쓰다보면 말이죠? 그 브랜드를 거의 통으로 소개해야 해요. 가치와 철학, 미션과 목표부터 세부적인 업무사항과 우리의 업무환경, 비전까지. 브랜드를 완전 홀딱 까서 보여주는 작업이거든요. 브랜드 입장에선 이런 공고 한 줄 한 줄이 브랜드를 정리하는 과정이에요. 공고를 쓰면서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재귀적으로 판단할 수도 있죠. 또는 암묵적인 문화들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선언하는 의미도 있구요.


공고 뿐 아니라, 채용안내 문자, 안내문, 면접 방문 시 읽을 책자, 합격/불합격 통보메일 등... 브랜드의 진심을 여지없이 드러내는 수많은 '온보딩콘텐츠' 들이 있어요. 제품이나 서비스는 여러 에이전시가 멋지게 포장해줄 수 있지만 채용공고는 포장이 어려워요. 저는 온보딩콘텐츠가 가장 날 것에 가까운 콘텐츠라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축적된 습관과 문화가 고스란히 드러나죠. 브랜드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이를 더 기민하고 강렬하게 받아들일 겁니다.  지원했을 때야 지원자지만, 합격하면 멤버가 되는거고 떨어지면 소비자가 됩니다. 브랜드도 이 사실을 새삼 깨닫기 시작한 거겠죠.


마지막은 우리와 맞는 인재를 뽑고 싶기 때문이에요. 그렇게 길고 자세한 채용공고를 쓰는 건 지원자를 향한 배려때문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은근한 압박의 메시지이기도 해요. '우리에 대해 정확히 알고 와야 할 것이야.' 라는 느낌이랄까요. 요즘엔 면접도 점점 디테일해지고 있어요. 10년 뒤 뭘하고 싶어요? 따위의 질문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요즘이랄까요. 마치 짝을 찾듯 지원을 하고 있어요. 회사도 구직자도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의 성격을 파악하려고 하죠. 브랜드입장에선 채용절차 자체가 굉장한 이벤트에요. 리소스도 많이 들고, 비용도 만만찮죠. 뭐 찰떡같은 인재는 바라지 않더라도, 적어도 우리 브랜드에 대한 이해가 있고 방향성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들어와 주길 바랄거에요. 길고 긴 채용공고엔 그런 바람이 녹아있죠.



그런 의미에서 최근 채용공고 제작의뢰를 많이 받고 있어요. 이번엔 MSO중 하나인 다이트랩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했답니다. 이거 광고 아니냐 뭐 이런 말이 나올까봐 미리 말씀드리는 건데, 원래 전 프로젝트 끝나면 클라이언트 자랑하는 걸 좋아해요. 같이 일한 사람 고생했다고 토닥여주는 느낌이랄까요. 딱히 별도의 광고비를 받은 것은 아니니 덤덤하게 어떻게 제작했는지만 말씀드릴게요. 







다이트랩은 다이트한의원을 운영하는 MSO에요. MSO가 뭐냐면 Management Service Organization 의 약자에요. 병원경영지원조직이죠. 병원은 병원 나름대로 원장님이 있고, 채용/브랜딩/마케팅/인사/총무 등의 경영업무는 별도의 조직에서 담당하는 거에요. 

다이트랩은 다이트한의원이란 브랜드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거에요. 여기는 다이어트만 전문으로 하는 한의원이에요. 참 세상 신기하더라구요...내 뱃살도 한 번 보고.... 음..심각하네? 여튼 이번 프로젝트는 제가 처음 경험하는 분야이기도 하고, 직무가 많아서 좀 긴장되긴 했어요. 무엇보다 이 프로젝트를 의뢰하신 분이 HR쪽에 계시는데 심지어 국문과셔. 이게 얼마나 떨리는 일인줄 아세요? 


건물은 호림아트센터쪽이었어요. 거긴 애정하는 고위드도 있고 내가 좋아하는 와플가게도 있어. 아비꼬도 있어. 좋은 동네죠. 실장님과 이사님에게 간략하게 직무 브리핑 후루루룩 듣고 다이트한의원로 탐방을 갔답니다. 아 맞다, 마침 제가 미팅 차 사무실 방문했을 때 면접보러 오신 분이 있더라구요. 좀 뻘쭘하게 같이 앉아 있었는데 그래서 실장님한테 대기자들 읽을 거리 좀 만들자고 제안했어요. 면접대기자 옆에 있으니 나도 면접보러 온 기분이었어요. 두 손 모으고 있었다니까. 


다이트한의원은 다이트랩에서 가까웠어요. 논현역 바로 앞이었죵.

하얗고 예쁘죠? 전 성형외과나 이런 뭔가에 특화된 병원에 가본 적이 없었는데... 솔직히 좀 문화충격이었어. 그런 거 알아요? 문열고 들어가자마자 바로 미소공격과 업텐션의 환영인사가 쏟아지는 기분. 나 순간 에버랜든줄 알았잖아. 환상의 나란가..하는 사이 실장님이 일 돌아가는 과정을 소개해주셨어요. 병원 상담실장님은 365일 이 표정이래. 


거의 3시간 가까이 다이트랩과 다이트한의원의 일 돌아가는 얘기를 듣고, 돌아가서 기본 채용공고와 이번 채용 직군들 관련한 자료를 받았어요. 음. 자료는 

이렇게 생겼어요. 바쁘셔서 대강 간단하게 주셨대요. '척하면 착'하고 알아서 해주시라는 얘기겠죠. 그래서 챡챡 해보았습니다. 여러분 아실랑가 모르겠지만 채용공고는 노션으로 작성하는 게 참 편해요. 업데이트가 자유롭고 이것저것 콤포넌트를 임베딩하기가 참 좋거든요.

 

노션으로 작성할 땐..일단 그 머리그림부터 딱 넣어줘야 뭘 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따악. 이렇게. 응? 클라이언트도 보시기에 딱. 아 우리 색깔. 좋다. 이런 느낌. 응?




자 이제 본격적으로 채용공고를 작성해볼까요? 



채용공고의 머리에는 우선 브랜드를 규정하는 한 줄의 태그라인을 만들었어요. 

MSO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요. 자칫 병원이라고 착각할 것 같았어요. 우리가 어떤 곳인지 명확하고 직설적으로 표현해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브랜드 소개의 기본은 '상대방이 무엇과 헷갈릴 지' 를 잘 알고 있는 거에요. 우리 왜 이름 소개할 때도 '해진' 인지 '혜진' 인지 먼저 알려주잖아요. 'ㅏ ㅣ 해진이요.' 이렇게. 


MSO를 경영지원, 서비스조직 이라고 하는 건 좀 곁다리 역할같아 보였어요. 실제로 다이트한의원 말고도 다른 병원 브랜드도 만들어 런칭하려고 준비중이니. 컴퍼니빌더라고 정의내려봤어요. 다이트랩에서 원하는 인재는 스타트업 입사를 원하는 젊은 마케터와 브랜드, 콘텐츠메이커들이었거든요.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가 무엇인지 뒤적뒤적 거려 찾아낸 것이죠.



다이트 한의원같은 경우엔 새로운 개념정의를 먼저 진행했어요. '더하다' 라는 단어이 발음결이 '다이트' 와 비슷한 음조합을 지니고 있더라구요. 'ㄷㅇㄷ' 'ㄷㅇㅌ' 이렇게요. 모음도 ㅏㅣ조합이어서 발음의 유사성도 고려했어요. 의미는 써진대로 '기대, 가치, 건강을 더하는' 다이어트라고 규정했죠.




여기는 직무별 설명입니다. 상세설명 전에 간략하게 채용직군에 대해 서머리하는 곳이죠. 이 파트에서 신경쓴 건 마지막 문장이에요. 마지막 문장에 담는 것은 해당 직군에 대한 이미지와 핵심가치였어요. 상담실장은 경험이 훨씬 중요했고, 만족팀은 적극적인 태도가 더 중요했습니다. 치료팀은 차분함과 디테일한 배려가 더 중요했죠. 이런 내용을 마지막 문장에 담았는데 각 문단의 형태 일관성을 부여하기 위해 마지막문장은 모두 17자(6자+6자+5자) 조합으로 맞췄어요. 앞 모음은 모두 'ㅏㅓ' 계열의 세로모음을 활용했습니다. 





다이트랩의 경우 급격한 성장으로 굉장히 다채로운 업무들이 펼쳐져요. 다이트랩의 특징을 아주 쉽고 키치한 문장으로 풀어냈습니다.  그리고 중간에 브릿지 문 '그럼~하겠습니다!' 같은 게 되게 중요해요. 글이 길어질 때는 문단별 소개와 마무리가 꼭 필요하거든요. 각 직무별 소개문구도 모두 셋팅을 완료했습니다.



본격적인 직무 설명이 시작됐어요. 여기서 디테일한 거 '장소소개'


많은 브랜드에서 이거 많이 실수하던데... 나야 수도없이 찾아가는 곳이라서 익숙하지만 처음 찾아가는 사람에겐 이 건물인지 저 건물인지 엄청 헷갈립니다. 특히 호림아트센터는 1,2빌딩이 있는데 이게 엘베는 1빌딩에서 타고 사무실은 2빌딩에 있는 묘한 구조에요. 그래서 찾아오는 방법을 꼭 명확히 적어줘야 하겠더라구요.


'어떤 일을 하나요?' 부분에선 주된 업무부터 부가적인 업무까지 세세하게 기재했습니다. 100%를 담을 순 없겠지만 대략적인 업무범위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최대한 자세히 적으려고 했어요.


'이런 분과 함께 일하고 싶어요.' 부분에선 업무적인 부분과 마인드 부분을 쪼개서 설명하고 있어요. 마냥 우리가 잘해드릴게요!! 라는 식의 굽신굽신은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난이도가 있는 부분과 어려운 부분들도 솔직하게 얘기해야 해요.


나머지 복지에 대한 부분은 라이트하게 풀어줬어요. 복지는 말그대로 플러스옵션인지라... 그게 중요한 게 아니거든요. 요즘은 오히려 쓸데없는 복지를 줄이고 '일에 집중' 하자는 문화가 더 지배적인 것 같아요. 좋은 동료와 명확한 목표만큼 좋은 복지가 어디있겠어요. 


문법적으로 보면 주문장과 보조문장으로 쪼갰어요. 가급적 보조문장을 앞쪽으로 배치했답니다. 마지막 시술상품권을 제외하곤 모든 보조문장은 앞 쪽에 있어요. 정보전달보다 배려의 메시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에요. 단순히 퍼주기식 복지는 옛날 얘기에요. 복지에도 근거가 있어야 한답니다. 이 근거는 브랜드가 멤버를 어떻게 여기고 있는 지, 브랜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무엇인지를 보여줘요.


채용순서도 깔끔하게 정리해줍니다. 여기엔 따로 적히지 않았지만, 합격자에게만 통지하는지 불합격 통보도 같이 주는 지 주게 된다면 언제까지 주는 지도 알려주면 좋을 것 같아요. 저도 취준시절 통보만 기다리다가 다른 채용 타이밍을 놓치기도 했어요. 급기야는 내가 직접 물어봐서 내 탈락을 확인해야 하는... 이게... 되게 사람 맘 쫄리고 비참해지기도 하거든요. 





이렇게 해서 다이트한의원 5개 직무, 다이트랩 11개 직무에 대한 채용공고 작성이 끝났답니다! 

피드백은 많지 않았어요!


이 프로젝트 진행하면서 재미있었던 건 직접 다이트한의원가서 실무자들 인터뷰를 하며 직무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들었을 때였어요. 한의원인지라 일단 서비스음료도 굉장히 찐한 쌍화탕이었는데, 흩날리는 한약속에서 네 감초향이 느껴진 건 둘째치고 일하시는 분들이 정말 상세하게 인터뷰해주셔서 꽤나 직무파악이 쉬웠답니다. 원래 내가 그 회사에 직접 다녀보지 않으면 모를 이야기들이 많잖아요. 채용공고는 '무슨 일을 하는가?' 에 대한 부분을 상세히 적어야 해서 사실 꽤나 관여도가 높아야 하는 프로젝트거든요. 정성어린 인터뷰 덕에 즐겁게 끝날 수 있었답니다!


그리고 한편으론 산업군이 달라도 원하는 인재상은 거의 비슷하구나... 라는 생각도 했죠. 이번 달 부터 대규모 채용을 시작하신다고 하니 :) 이 멋진 채용공고로 훌륭한 인재들을 가득 맞이하셨으면 좋겠어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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