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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창선 Sep 02. 2022

대통령 말투를 회사에 적용해보자.

대통령 말투가 듣다보니 중독성이 있드라고.

사람의 말투라는 게 참으로 고유합니다. 내가 요즘 뉴스를 보면서 도어스테핑하시는 대통령 말투를 듣는데 아...이게 아이덴티티가 있어. 흥미진진하더라고요. 그러던 와중 아 이게 만약 피칭하는 대표님이 이런 말투라면 어떨까 하고 쓸데없는 호기심이 돋았단 말이지. 그래서 한 번 적용을 해보려고 합니다. 그 전에 일단 어떤 말들을 즐겨 쓰시는 지 한 번 살펴봅시다.



01. 어떤, 그, 좀, 이런 그, 여러가지, 그런것들

02. 하하하하(4번 정도 웃으심)

03. 글쎄 그거는 뭐. 

04. 아니 긍까. 

05. 어?

06. 가급적이면, 뭐, 사이사이에, 

07. 뭐뭐 하지 않겠나

08. 내가 하이튼(표준어 : 하여튼)

09. 국민밖에

10. 잘 살펴보겠다



보통 이런 것들이 있더라고. 제가 지난 담화문부터 도어스테핑, 기사, 영상까지 다 찾아보고 귀에 맴맴 도는 것들을 좀 정리해봤어요. 각각의 언어엔 나름의 이유가 있고 행간이 있단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ㅎㅎ... 특유의 말버릇도 있으실거고, 저런 말이 나오는 특별한 상황도 있죠. 그런 걸 감안하고!




자 이제 이 말투를 가지고 대통령이 아니라 대표님이다!~ 생각하고 타운홀미팅을 하는거야. 타운홀 미팅 한다. 자 고!!



대표님 오프닝해주세요!

"에.. 그 이번 분기에에..... 이제 그으 여러가지 고객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을 해왔습니다. 이 고객이라고 하는 것으은 또 우리 여러 젊은 세대와아?.... 어? 중장년층이 이렇게 어우러져서 우리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그런것인데에...  그래서 그 이제 우리가 치열하게 논의하고 결과는 받아들이고 뭐 그렇게 하는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또 다들 모인 거 아니겠습니까? 하하하하."


근데 대표님, 저희 내부적으로 업무가 좀 흩어져서 돌아가는 듯 해서, 자꾸 엎어지는 프로젝트들이 요즘 많은 것 같아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리 멤버들도 이렇게 한 몸이 되가지고? 에? 어떤 사명감에 의해 움직여야 되지 않겠나아. 이렇게 생각합니다. 물론 이제 체계를 잡아가는 과정이니까 그렇게 생각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조급하게 생각하는 게 또 그런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네.


저희 이번에 브랜딩한다고 했던 건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요?

그건 이제 가급적이면 좀 빠르게 진행하고 있고오, 사이사이 좀 내용이 나오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브랜딩하는 것에 대해 내부적으로 반대의견이 좀 있기도 한데 혹시 그쪽 의견도 들어보셨나요?

그런 얘기가 있단 사실은 알고 있지만 제가 뭐 그분들 하나하나의 그런 의견에 대해서? 뭐 하나하나 설득하고 그런 입장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들 어떤 그 여러가지 자유가 있고. 또 이렇게 흩어진 의견은 하나로 모으고 해서 다같이 합심해서 가는 게 또 회사고 하니까


하지만 확실히 이번 프로젝트 때문에 지금 당장 급한 것들이 막히고 있는 것도 사실인데요.

그 부분은 제가 잘 살펴보겠습니다. 뭐 좋은 방법있으면 얘기 좀 해주세요. 하하하하


개발인원 보충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을까요?

이게 이제 제가 대표로 이렇게 있다보니, 우리 사업이 어떻게 하면 잘될 지 그런 걸 더 걱정하고, 우리 멤버들이 어떻게 해야 행복할 지 이런 부분을 챙기는데 집중하고 있어서, 그런 부분까지 하나하나 꼼꼼하게 챙기진 않습니다. 일단 우리 멤버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대표님과 이번에 원온원미팅 진행하면서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많이 있을까요?

제가 뭐 그런 건 자주 하는 걸 워낙 좋아합니다. 하하하하. 기회가 되면 또 이제 이런 것들 하면서 원온원이나 그런 여러가지 제도를 한 번 잘 만들어봐야겠습니다. 내가 하이튼, 그거 누가하고 있지? 피플팀? 그런 것좀 많이 만들어줘요. 


대표님 개발인원 보충 계획이 나와야 이번 프로젝트 R&R을 짤 수 있는데 답변 좀 부탁드립니다.

글쎄 이제 그거는 뭐 제가 아까 말씀드렸듯 그, 그런 것들은 개발자분들이 또 보시고 하는 과정이 있기 때문에. 당장 뭐 어떻게 한다고 확정을 지을 순 없고, 또 그게 제 역할도 아니고 명백히 그건 또 피플팀의 권한이기 때문에 여기에 대해선 제가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타운홀 미팅을 마치는 말

내가 하이튼 그.......우리 멤버들을 많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떤 그런 그 일들이 있으면...... 허심탄회하게 에? 이렇게 얘기하면서 또 풀고.....에? 그런 과정들이 있으면 좋을 것 같고. 이렇게 전체적으로 비전에 합심해서 나아갈 수 있게 그런 제도나 복지같은 걸 잘 신경써서 잘 해보겠습니다. 아니, 저 시리즈B 이런 라운드 잘 되면 김치찌개 제가 끓일게요. 하하하하. 그 뭐 다들 좋아하잖아?

하이튼, 잘해봅시다.






제가 이걸 쓰면서 아, 사람의 말투라는 게 단순히 의사소통의 도구가 아니라 전체적인 분위기와 문화를 만드는 일종의..뭐랄까.................입김? 그런 거라고 생각했어요. 드래곤의 브레쓰같은?.... 

이게 리더의 언어라는게 그냥 소리를 내뱉는 것 같지만 사실상 분위기를 내뱉는 것이거든. 뭐 개인간의 대화에서도 물론 그렇겠지만 아무래도 위계라는 게 있는 곳에선 더더욱 말의 무게감이 있는 것이니까요. 그것들이 이제 홀에 가득 쌓이면서... 사람들의 발을 적시는거지. 시리도록 싸할수도 있고, 따뜻할 수도 있고, 간질간질할 수도 있고, 레고마냥 개아플수도 있고. 


여러분의 대표님은 어떤 분위기를 토해내시나요? 그리고 나는 어떻게 하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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