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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창선 Feb 10. 2023

조직문화와 박효신 그리고 하입보이

대부분의 조직문화는 박효신 효과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자이언티의 마브붸성(a.k.a 마법의성) 을 따라부르라고 하면 좀 부담스럽습니다. 따라하기도 힘들고 자이언티가 아니면 그 보이스와 소울을 내기가 영 어렵죠. 혼코노에서 살짝 따라해보다가 현타가 오기도 하고. 실제로 해보면 옆방에서 작은 적막이 감돕니다. (졸라 귀기울이고 있는게 느껴진다고)


문화는 결국 옳은 창법이 아닌, 개성있는 창법으로. 우리만의 목소리를 드러내고 가지고 노는 것이에요. 그러나 보통 '개성'을 드러낸다는 건 우리에게 좀 조심스러운 일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박효신'을 지향합니다. 누가 들어도 존나 잘부르고, 모두가 부르고 싶은 거부할 수 없는 완벽 그 자체인 '야생화'같은 조직문화를 만들고 싶어하죠. 



여기서의 딜레마는 다음과 같습니다. 


아무리 잘해도 결국 박효신이 될 순 없습니다.

완전히 비슷해도 결국 박효신 모창일 뿐입니다.

어설프게 따라하면 니가 뭔데 박효신 노랠 부르냐고 놀림을 당합니다.

이상하게 따라하면 그래도 원곡을 따라갈 수 없다고들 합니다.

아무리 잘해도 박효신은 이 노래를 부르며 울 수 있지만, 나는 울기 힘듭니다.


못하면 욕먹고, 잘해도 박효신이며, 더 잘해도 결국 박효신의 감성을 얘기하며 그 본질을 뛰어넘기 힘든 이른바 박효신 딜레마에 빠집니다. 조직문화도 비슷해.




  

토스, 메타, 에어비앤비, 구글, 우아한형제들 등 멋진(또는 멋져보이는) 기업의 조직문화 제도는 제3자 입장에서 박효신 같습니다. 화려하고 기교쩔고 섬세하며 대단해보이죠. 우린 지금 그걸 노래방에서 부르는겁니다. 그것도 구성원들 앞에서. 


재밌는 건 이런 겁니다. 그게 대표 혼자 미친 가창력으로 열창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잖아요. 조직문화는 단독 콘서트가 아니라고. 합창같은 거거든. 


대표님 신나쪄



결국 조직원들은 그 노래를 감상하는게 아니라 따라 부를 수 있어야 합니다.
대표와 직원이 모여 야생화를 합창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아주 충격적인 풍경이 연출될 겁니다. 그리고 우린 왜 야생화를 박효신처럼 부를 수 없는가를 고민하겠죠. 


사실 그 이유는 명확합니다.


우린 박효신이 아니여

그리고 박효신은 솔로가수지만 우린 합창단이거든. 

게다가 개개인의 실력이 박효신의 복숭아뼈 정도에 머무르고 있어.

심지어 박효신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어.



조직문화란 건 모두가 발맞춰 통일된 각도로 팔을 들어올려야 하는 게 아닙니다. (물론 그것도 문화의 일종이지만) 분명 개개인으로 봤을 땐 이찬혁인데 모였을 때 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거거든요. 근데 그걸 간과하고 자꾸 SK와 토스와 아마존의 문화체계를 가져오잖아요? 애당초 이게 문제였다고! 물론 참고는 할 수 있지. 하지만 토스가 얘기했듯 '토스의 문화는 토스 안에서만 옳은 것' 입니다. 이걸 간과하고..뭘 하냐면. 이제 분석을 한다? 억대를 들여서 맥킨지 출신, 조직문화 박사과정을 수료했거나 SK조직문화실에 계셨던 상무님급을 모셔놓고 설문조사를 시작하고 경쟁사 분석을 하는거야. 


흡사 야생화가 몇 옥타브고 어떤 창법을 쓰고, 여기서 호흡을 어떻게 쓰는가를 분석하고 저기서 입을 얼마나 벌렸어야 했는지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디테일하게 '자문'받고 '컨설팅'받는다고. 물론 그것은 몹시 도움이 될 수 있지.


자문을 받는다.


전문가들은 형식의 완결성에 와우를 보냅니다. 실제로 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라 하면 일단 정확한 음정과 호흡을 낼 수 있어요. 근데 문제가 뭐냐면, 그렇게 해도 진짜 박효신처럼 노랠 부를 수 있다고 치자. 결국 그건 모창일 뿐이잖아요. 그리고 그건 결국 뭐가 되는 줄 알아요?


모두가 각자 최적의 소리를 내서 해줄수없는일 시절 기교와 워후우어우우우허어엉우어어어 바이브를 넣었을 때 만들어지는 결과물은 결국 대기업입니다. 어떤 다수의 둥그스름한.... 그것으로부터 탈피하고 싶었던 그 자체에 가닿게 되죠. 






문화는 결국 맥락과 과정 그 자체입니다. 그것으로부터 나와야 할 결과물은 하입보이야. 우리들의 목소리가 각각 다름을 인정하면서 칼군무 없이도 명확한 예술이 되는 하입보이. 그래서 조직문화가 뭐냐고 물어보면 앞으로 뉴진스의 하입보이요.

각 안잡혀도 결국 하입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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