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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Jul 19. 2017

<스파이더맨 홈커밍>-사춘기로 돌아오다

소니 픽처스의 오리지널, 리부트를 지나서, 사춘기의 관점으로 돌아오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 영화는 마블 히어로물의 인기에 편승해서 기존 시리즈물이 아직 갖지 못했던 연령층들을 편입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는 느낌으로부터 벗어나기 힘들었다. 아마도 영화가 중점을 둔 관객 연령대로부터 그만 내가 너무 멀어져 버린 탓일 것이다.


마이클 키튼이라는 배우가 없었다면, 그리고 토니 스타크가 준비한 수트와 어벤저스 팀원으로 데뷔시킬 기자회견을 피터 파커가 거절하자 내뱉은 "노동자 계급 태생이라 어쩔 수 없구만~" 운운하는 내용이 나오지 않았다면, 이 영화는 그 자체로 한없이 가볍기 그지 없는 영화였다. 한마디로 사춘기 소년의 고난 극복 성장 스토리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같았다.


이 영화가 가진 약간의 무거움은 결과적으로 무기상이라는 면에서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토니 스타크가 운영하는 무기 회사 스타크 인더스트리나 벌처가 만든 불법 외계인 무기 수집 개조 판매상이나 솔직히 위험하기는 똑같지 않냐는 질문으로부터 나온다.


어벤저스 2편에서 외계인과의 전쟁 때문에 폐허가 된 스타크 건물 주변. 벌처가 되기 전까지의 마이클 키튼은 폐허 속에서 외계인들과의 전쟁이 남긴 폐기물들을 처리하는 일을 하는 하도급 업자로 나온다. 그런 그에게 청천 날벼락 같은 일은 갑자기 들이 닥쳐서 "이제부터 이곳은 우리가 맡아 처리한다"라고 나타난 일련의 관료집단에게 자신의 일을 빼았기게 된 것이다. 그는 그 중에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어야지"같은 대사를 말한 이에게 펀치를 날리고도 잡혀가지 않는다.


계약을 따내서 트럭도 사고 사람들도 모았고, 자신이나 자신이 모은 사람들 모두가 식솔이 딸린 가장들인데, 들이닥친 관료들은 그들을 별다른 설명이나 위로의 말 하나 없이 매몰차게 몰아냈다. 투자에 대한 배상도 계약권에 대한 보상도 없이 말 그대로 거리로 이들을 내모는 무지 막지한 행정적 처분이 이뤄진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일반적으로 자영업자는 더이상의 저항을 포기하고 손해를 감수하면서 움추릴 수 밖에 없지만 불굴의 의지를 가진 이 업자 앞에서 오히려 이러한 관료제의 폐해는 또다른 종류의 악당을 만들게 되었다.


하도급 업자에서 악당으로 변하기로 마음 먹은 그는 이 과정에서 수집하고 훔쳐온 외계인들의 에너지원이자 신비한 힘을 내는 광석들을 반납하지 않고, 그대로 무기로 만들어 판매하기로 한다. 그로부터 8년 뒤, 이들은 나름 성공적으로 마이클 키튼이 결합되어서 날아다니는 벌처의 슈트와 가공할만한 위력의 무기를 만들어 범죄자들에게 판매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집단이 된다. 어벤저스나 기타 막강한 히어로들의 눈을 피해서 치밀하게 불법 무기상 노릇을 하게 된 것이다.


정부와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무지막지한 행정 처분에 생존권의 위기를 맞이하게 된 이들이 살기 위한 다른 길, 불법적으로 먹고사는 일을 택하게끔 되어버린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심정적으로 악당이 되기로 결정한 이들에 대해서 연민과 우호의 감정 비슷한 것이 싹트지 않을 수 없을 정도다. 물론, 이런 심정은 왕년의 DC코믹스의 배트맨 영화에서 팀버튼의 페르소나인양 나타나 엄청난 인기몰이를 했던 마이클 키튼이 연기하지 않았다면 나타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악당에게 심정적인 동의를 하게 만드는 일은 그다지 쉽지 않은 과제다. 그런데, 그가 가진 명분은 스타크 인더스트리가 벌어들이는 돈의 부스러기도 되지 않는 푼돈을 벌어서 자신의 가족과 동료들의 생계를 지키는 것이었으며, 나아가서 피터 파커가 스파이더맨임을 알게 되었음에도 자신의 딸과 호감을 가진 사이가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죽이지 않으려 하는 인간미를 고뇌에 찬 표정과 함께 보여줌으로써 이같은 동의를 얻는 것을 가능하게끔 만들었다. 뛰어난 연기력과 어설프지 않은 연출이 이뤄진 덕분이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러온 층 자체가 거의 대부분은 10대와 20대인 상황에서, 이런 무거움은 주 타킷 관객층에게는 거의 전달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들은 극장 좌석에서 쿠키 영상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큰 소리를 외치는 치기 어린 젊은이들이었고, 주차장 앞에서 큰 소리로 욕을 하면서 누구의 눈도 게의치 않는 것을 멋으로 아는 이들이었다. 아마도 히어로 무비의 아직 제대로 개척되지 않았던 관객층을 이 영화가 잘 편입한 증거는 아닐까 싶었다.


스파이더맨의 대결 중에 죽을뻔 했던 벌처는 스파이더맨 덕에 목숨을 구했지만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감옥에서 그는 또다른 죄수에게 스파이더맨의 정체를 알고 있지 않냐는 질문을 받지만, 끝내 모른척한다. 그러다보니 이 영화의 주인공은 오히려 마이클 키튼인 것처럼 느껴졌다.


이정도 중량급의 연기자가 연기하면 과연 악당도 매력적인 캐릭터로 보일 수도 있는 것이구나를 또 한번 느끼게 해주었다. 그런 의미에서 스파이더맨 홈커밍에서 히어로물이라는 홈으로 돌아온 사람은 오히려 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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