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쪽 캐릭터를 다른 의미로 세상이 받아들이는 이유
스포일러가 있는 글입니다.
두 영화를 보시지 않으신 분은
읽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실제로 영화의 흥행에 대한 통계를
찾아보면 여성 관객의 비중이 높다.
이 정도 결과를 예상하고 전반적인
페미니즘 이슈화 전략을
짰던 것이다.
영화 외적인 내용이 영화 흥행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이건
그저 모두가 알고 있는 상식적인
내용이다. 그런데 그것이 전부
영화 개봉 전에 관련자의 입을
잘 틀어막고 좋은 이미지만 주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결론을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다.
굳이 필립 코틀러의 "마케팅 4.0"
같은 책의 내용을 들어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지금의 과잉 생산, 공급의
시대에서 인기 상품이 되고자 하는 모든
시도에 필요한 것은 소비자의 관심이다.
좋건 나쁘건 관심이 유발되는 제품이
되는 것이 대량으로 유통시키고자 하는
지금의 공급자에게는 지상과제이다.
기술적으로 뛰어난 제품이 아무리
잘 개발되어도 이슈화 되거나
최소한 입소문이 모바일 세계에서
확산되지 않는다면, 기대하는 매출이나
수익은 제대로 생겨나지 않는다.
평판은 위험과 기회 두 가지를 모두
가지고 작용한다. 아무 관심 없는
제품이 된다면, 그 제품 안에 들어
있는 기술이던 정성이던 그 무엇이던
팔리지 않는 제품이 된다.
마블이나 디씨 같은 히어로물을
세상에 수십 년 이상 유통시킨
코믹스 물의 선구자들은
필립 코틀러가 마케팅을 정리하기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세상이
이슈화시킨 히어로물을 유통시키던지
이미 있는 히어로물을 이 이슈화의
물결 안에 잘 띄워놓지 않는다면,
코믹스의 판매 부수가 늘지 않는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프로 생산자다.
원더우먼은 일단, 그런 마케팅의 견지를
떠나서 여성인권도 남성만큼 존중받아야
한다는 이념적 기치를 가지고 탄생한
히로인(여성 히어로)물이었다. 정작 이건
외면 당하고, 유엔으로부터 여성을
성 상품화 시키는 유해 캐릭터로
낙인찍혔지만, 잘 만들어진 이 영화는
종전의 디씨 히어로물의 실패를 뛰어넘은
높은 흥행 성과를 낳았다.
그곳에는 물론 관리되지 않은 부정적인
겔 가돗의 시오니스트성의 발언과 배우의
불륜과 제작사의 잭 스나이더 전 감독의
방출 시도 등의 악재가 있었지만.
이 영화의 주제인 "강한 여자 히어로"란
내용은 달달한 연애 라인과 겹쳐서
관객으로부터의 큰 저항을 낳지 않고
아름답고도 육감적이고 강력한 캐릭터의
성공적인 흥행을 가져왔다.
반면에 "캐럴 댄버스"라는 글로벌 관객에게
낯선 이름을 가진 주인공이 분한
"캡틴 마블"은 "원더우먼"처럼 그 자체로
페미니즘을 확산시키고자 하는 목적을
지니고 만들어진 캐릭터는 아니다.
이 캐릭터는 이미 50년 전에 만들어진
남성 히어로 캐릭터인 "캡틴 마블"에서
슈퍼맨의 애인 "루이스"처럼 양념 격의
인물이었던 "캐럴 댄버스"가
"크리 족"이었던 "캡틴 마블"과
함께 방사능 에너지를 뒤집어쓰면서
DNA 변형과 더불어 슈퍼 파워가
결합된 형태로 신체가 재창조되면서
만들어진 히로인이다. 이와 동시에
마블은 원조 “캡틴 마블”을 죽여서
무대에서 끌어 내리고, 여성 “캡틴
마블”로 대체했다.
당시 1970년대의 자유주의의 물결과
히피 문화, 여성이 직업을 제대로 갖고
사회 참여가 급속도로 늘어난 사회상,
이로 인해 발생한 "페미니즘"을 흥행으로
연결시키기 위해 작고한 "스탠 리"님 등이
적극적으로 만들어낸 능동적이고도
지도자적인 "여성 히어로물"로 성공한,
말 그대로 시류에 맞게 만들어진,
이념보다는 이념이 만들어낸 상업성의
산물이었다. 잘 팔릴 것 같으니까
만들어낸 여성의 호주머니를 노골적으로
노린 캐릭터였다.
이것은 그러니까 이미 글로벌 관객이
페미니즘에 입각한 새로운 여권 신장의
흐름에 휩싸이기 전에 미국에서 한차례
불었던 여성인권 신장의 백신을 맞은
마블 코믹스 안의 강력한 "여성용"상품
이었던 "캡틴 마블"이 미국 밖으로
제대로 진출한 케이스가 된 것이다.
"브리 라슨"은 뛰어난 연기력으로
아카데미 주연상도 수상하고,
가수로서도 재능을 발휘하였기에
다재다능한 여성상에 적합한 이미지를
가진 인물이었고, 그 어떤 배우보다
이 배우가 "캡틴 마블"에 적합했던 것은
시류에 맞춰서 "어쩔 수 없이" 만들어진
상업용 캐릭터가 아니라, 영화 속의
이미지 가공에 맞게끔.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제대로
어필하는 능동적인 여성상이라는
상징성을 전달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남자 "캡틴 마블"==> 보호받는 애인
"캐럴 댄버스"==> 실제로는 공군이자
CIA, NASA 직원이었던 제원==> 강력한
힘을 얻게 되자 모든 것을 팽개 치고
기자(데일리 플래닛 같은 신문사에
입사)가 되어, 자신의 능력에 맞는 제대로
된 대우를 요청하는 당시 시대상에도
무척 진보적인 여성==>"미즈 마블"
==> 히어로를 이끄는 지도자인 "캡틴
마블"이 된 마케팅적인 역사를
축약하고 압축시켜야만 했던 마블의
입장이 있었다.
지금의 글로벌 트렌드에 맞는 히어로로
일거에 납득시키기에 효과적인 배우가
되기에 "브리 라슨"은 잘 맞는 옷을
이미 입고 있는 인물이었다. 또한
원더우먼처럼 헐벗은 옷을 입지 않고,
신체 노출을 최소화한 캐릭터의 의상이
유엔 같은 이상한 국제 협력체의 이상한
성적 상품화라는 기준에도 걸리지
않았기 때문에, 실상 이성 연애라는
달달한 소재도 나오지 않은 채, 여성 간의
우정이 낳은 "히어로"의 창출이라는
스토리에 그 이상 잘 맞기가 힘들었다.
영화를 보면서 "원더우먼" 갤 가돗 같은
미모나 "블랙 위도우" 스칼렛 요한슨 같은
육감적인 배우에 비견될 만큼의 매력적인
주연이 아니었어도, 이 영화는 배우 하나를
제대로 고른 것으로 트렌드에 편승하면서
동시에 "페미니즘"을 인정하는 주로 여성일
관객과 나머지 남성 관객을 히어로물로
끌어들일 수 있었다.
이전에 "퍼시픽림"에 대한 감상문을 쓰다
매력적이지 않은 여성 배우가 나왔다고
신랄한 비난을 그 글에 남겼던 적이
있었다. 이때의 관점은 두 남녀의 매력을
어필하고, 그 둘 간의 로맨스를 흥행에
긍정적인 효과를 낳게끔 하는 것이
목적이었음에도 여성 배우의 "매력"이
떨어졌다는데 포인트가 있었다.
“캡틴 마블” 또한 그런 관점에서
보고자 하는 대부분의 남성 관객 입장에선
매력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져 보인다.
사춘기 남성의 시선으로 쳐다보자면
그렇다. 물론 상대적으로.
왜냐면, 갸르스름한 계란형의 얼굴형이
미인이라고 생각하는 적지 않은
남성 관객의 입장에서, 가녀린 바가 거의
없이 남성적인 듯한 느낌마저 보이는
근육질의 "브리 라슨"은 이른바
이성적으로 끌릴만한 느낌은 약했다.
의도적이라 생각될만큼.
물론, 후반부엔 더 주체적이면서
자신감 넘치는 존재로 변화하고,
지금까지의 마블 캐릭터 중 히어로
누구와 비교해도 가장 강력한 능력치를
자랑하기에 "멋지다".
그러나 그런 여성 히어로의 모습은 실상은
히어로물을 즐기는 대다수 남성 관객에겐
티켓팅 파워를 발휘하기엔 약하다.
그러나 극장 안에서야 이미 이들은
수준급 이상의 스토리와 영상에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영화사는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결국 여성에게 많이 팔던 남성에게
많이 팔던 표만 많이 팔면 된다는 경제적인
사고방식이 체계화되어 있는 오랜 업력을
가진 회사에겐 남자만을 위해야 한다는
당위같은 것은 없다는 것을.
신데렐라나 백설공주가 피동적으로
왕자 하나 잘 만나서 잘 살게 되는 수동적
캐릭터로서 잘 팔렸던 시대가 끝났다면
그와는 대극적인 인물로서 능동적이고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는 "공주"를
새로운 캐릭터로 재창조해서 내놓는다.
실제로 영화의 흥행에 대한 통계를
찾아보면 여성 관객의 비중이 높다.
이 정도 결과를 예상하고 전반적인
페미니즘 이슈화 전략을 짰던 것이다.
"브리 라슨"이 SNS에서 공공연히
이 영화가 페미니즘 영화라고 언급한 것
"스탠 리"의 죽음에 대해서 애도하는
언급을 하는 과정에서 고인의 사진보다는
자신이 쇼핑한 신발과 제품을 전면에
올리고, 자기 자신의 모습을 더 강조한
사진을 올린 것은,
후에 그것을 삭제하고 내렸다고 하더라도,
그녀 자신이 그것을 선택했던지 영화사의
마케팅 기획팀에서 제시했든 간에
'엄청난 이슈화"를 시키고 관객들이
정말 어떤 "페미니즘"영화가 만들어진건지
"브리 라슨"은 어떤 연기를 이 영화에서
한 것인지, 궁금증을 가지고 극장으로
몰려오도록 만든 것이다.
다소 위험한 방식의 이슈화였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진보적인 여성상에 걸맞은,
주체적이면서 제대로 컨트롤되지
않는 여배우가 출연한 페미니즘을 담은
영화다라는 인식을 제대로 던진 것이다.
이런 시도에 대해서 가장 좋은 반대 진영의
이를테면, 사춘기 시선을 가지고 여배우의
몸매를 훑는 남성 관객의, 제대로 된
대응은 무관심과 조용한 "보이콧"이었는데,
웹 상에서 분노하고, 가서 영화를 보고서
티 잡아서 감상평 올리다 보니
이슈화 마케팅 전략에 성공적으로
조력을 제대로 해냈고, 지금도 하고 있다.
앞 서 이야기하다 말았지만, 필립 코틀러는
자신의 책 "마케팅 4.0"에서 '이제 제품이
성공적으로 팔리기 위해선 고객이 제품을
알고, 인지도만 올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제품에 대한 반대와 적대에 맞서서
옹호할 정도로 충성도를 올리는 것이
더더욱 중요해졌다'라는 내용을 남겼다.
"브리 라슨"과 "캡틴 마블"이 '페미니즘'을
과격한 방식으로 개봉 전에 드러낸 만큼,
적대 세력의 공격은 거세어졌고, 때문에
옹호자들이 많아지면서 영화에 대한 충성
관객 층이 더 두터워진 것이 이 영화의
흥행의 가장 중요한 면이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영화사의 영리한 점은 실제로
영화는 발톱과 엄청난 괴력을 속으로
감추고 있는 고양이 "구스"처럼,
영화 속에서 이 '페미니즘'을 완곡한
어법으로만 표현한 부분이다.
"캐럴 댄버스"는 크리 족에 의해서
세뇌당하고, 자신의 지구인으로서의
기억을 잃어버리고, 이를 "메멘토"처럼
단서를 찾아가는 과정을 플래쉬백으로
거치면서 회복해 가는 장면에서
'지구인 여성"으로서 분명히 차별당하고,
아버지에게 주제넘는 짓을 했다고
혼쭐 나는 등, "연약한 여성"으로서
넘어지고 다치는 장면을 보여준다.
하지만 '남성'들을 뛰어넘어 인정받는
공군 파일럿의 위치까지 올라가는
장면이라든지, 현실의 남자로부터
받는 차별을 극복해내는 명시적인
장면은 명확히 나타나지 않는다.
크리 족의 "욘-로드" 역의 "주드로"는
그런 그녀를 여성이기 때문에 차별한다기
보다 지구인이 아닌 "크리 족"으로 기억을
조작해서 세뇌하고,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감정적이 되지 말라"는 제어를
계속하는데, 이를 극복하고 자기 자신이
되는 장면은 페미니즘 영역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그럼으로써, "욕"이 확산되지
않게끔 차단한 것이다.
이 영화는 오히려 "스크럴족"이 "크리족"에
의해서 말살당하는 위기에 빠져 있어
이를 피해 도망쳐 다니는 "난민"처럼
그려지고 있어, 두 가지 이슈를 영화 속에
녹이면서 "페미니즘"에 대한 반발로
흥행이 저조해질 부분에 대한 방비책을
세워 두었다. 지나칠 정도로 영리하다.
"인랑"이나 "공각기동대"같은 영화가
따라가지 못한 마케팅 전략은 바로,
이슈화가 될 부분을 미리 파악하고,
이슈화를 통한 장점과 단점에 맞는
각각의 대응책을 제대로 세운 것이다.
이번 영화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계속 그래왔다는게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