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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Sep 29. 2020

<아메리칸>-시대가 지난 감성의 절절함

90년대의 동양적인 감성을 지닌 누아르 영화

스포일러가 암살자처럼 등장합니다.


이 영화의 감성은 2010년대에 만들어진

영화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나 홍콩,

대만, 중국, 홍콩, 태국 등지에서 90년대에

만들어진 듯한 이른바 고전적인 느낌을 주었다.


미스테리어스함이나 누아르물로서의

어둡고 눅눅한 느낌은 그대로였어도

왜 제목이 “아메리칸”인지가 의문시

될 정도로 그 정서는 동양의 것이었다.


“조지 클루니”가 연기했기 때문에

이 영화가 할리우드 작품이란 것을

간신히 기억에서 끌어낼 수 있었다.


스스로의 이름을 숨기고, 무기를

총알부터 커스터마이징 해서

직접 암살을 하거나 그 무기를

다른 암살자에게 팔기도 하는

한 외로운 남자가 등장한다.

특이한 점은 등의 목덜미 쪽에

나비 문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그는 “아메리칸”이라고

불리는 동시에 “나비 신사”라고도

불린다.


중개인 같은 역할을 하는 남자가

그에게 계속 공중전화를 통해서

지시를 내리는데, 그 남자와 주인공

간에는 의뢰인과 하도급 업자 간의

냉랭함만이 오갈 뿐이다.


그 주인공을 이미지 메이킹하는

방식이 매우 동양적이라 느껴진

것인데, 그의 암살자 인생의 시작이

언제였는지는 모르지만 그는 자신이

하는 이 인간 도살업에 회의를

느끼면서도 그 일을 벗어나 다른

일을 할 생각을 오랫동안 하지

못한 존재로 나온다.


그런 그가 이탈리아에 와서

몸을 파는 육감적이고도 감정이

풍부한 여자에게 빠져들면서

점차적으로 그는 사랑을 갈구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그를 죽이려고

보낸 자객이 그 여자가 아닐까란

의심에도 빠지며,

그 의심이 틀린 것을 알게 된 뒤에,

자신의 사랑을 확신한 그는,

자신의 청부업을 청산하고자 의뢰인에게

저격용 총탄을 커스터마이징 하는 일을

끝으로 이 일을 떠나겠다는 말을 한다.

그러나 원래 암살계가 그런 것인지,

그 의뢰인은 중간 연락책인 또 다른

여자에게 그를 죽일 것을 요청하고,

총탄을 판매한 뒤의 그가 큰돈을

쥐고서 길거리의 행진 물결 속에서

사랑을 고백하고 같이 다른 곳으로

가자는 이야기를 할 때, 그가 만든

저격용 총으로 먼 거리에서 그를 쏜

또 다른 여자는 거꾸로 발사되는 총탄을

맞아 죽는다.

그가 전통적인 서양 무비의 암살자였다면

우선 사랑을 느낀 여자와 그 모든 것을

무시하고 바로 도망을 갔으련만,

아니 사랑에 빠졌더라도 배신을 당했으련만,


자신이 장치해 놓은 저격용 라이플을

쏘려다 역으로 당한 여자를 확인하러 그는

인파 속에서 총을 들고 언덕길을 올라간다.

사랑하는 여인에겐 같이 갔던 강변 숲가로

가 있으라고 하며, 돈다발을 건네주고서.


물론, 자신을 죽이러 그 삭막한 의뢰인이

따라왔을 거라 예상을 했었겠지만,

아무리 뛰어난 암살자라도 골목에서

몰래 쏘는 총을 피할 수 없는 것은

뻔했을 텐데, 그는 골목길을 뒤지다

뒤에서 그를 노리는 총구를 느끼고

바로 돌아 방아쇠를 당기고 상대를

쓰러뜨리지만 동시에 한방을 맞아

비틀거리며 차를 몰고 흐려져 감기는

눈을 부릅뜨고 차를 운전한다.

이 장면에서 한국과 홍콩 등지의

수많은 감성 누아르물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아마 나와 동떨어진 세대의

분들임이 분명할 것이다.


그리고 차가 간신히 도착한 강변 숲에서

사랑하는 이에게 안겨 있는 동안

카메라는 줌 아웃하며, 높은 나무 위로

나비 한 마리가 날아간 뒤에 영화는

막을 내려버린다. 구슬픈 음악과 함께.

나온 인물을 모조리 한국 배우나 홍콩

배우 등으로 바꿔도 위화감이 전혀

들지 않을 것만 같은 이 작품을 본 것은

어언 2개월 전의 일이다. 그런데 마치

1990년대의 어느 날 사춘기의 감성을

가지고 눈물을 훔치며 본 것 같은

아련함을 느끼게 된다.


어쩌면 그 감독, “크리스 스미스”는

동양 누아르물 덕질을 하던 사람이었던 게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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