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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May 14. 2023

<웨이코: 아메리칸 아포칼립스>-공권력과 사이비의 격돌

미국 공권력이 제대로 사이비 종교 집단에 대응 못했던 케이스 스터디

*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등장합니다.


주변에 이와 같은 집단에 속한 이와
어느 곳에서라도 만난다면
도망가야 하니까.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고 선량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친 뒤에 아직도 그 상황이 그대로 진행 중인 JMS에 관련된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를 선정성이 어쩌고 하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도 기어이 집에서 넷플릭스로 보고 난 다음에 가당찮은 교주에 대한 분노에 연이어 따라오는 막막함을 느꼈다.


사이비 종교 집단과 사이비 지식인에 관련된 글을 몇 개 써봤었고, "무라카미 하루키"가 일본의 사이비이자 폭력적인 종교단체인 "옴진리교"의 일본 내 "지하철에 사린 독가스 살포 테러"의 피해자들을 인터뷰해서 써낸 "언더 그라운드"란 책에 대한 비교적 긴 감상문도 적었던 바가 있다.


한국의 "JMS"도 일본의 "옴진리교"도 아직 그 종교 단체로서의 명맥은 계속 이어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사이비 종교 단체이든 사이비 지식인 집단이든 자신을 따르는 이들을 바깥의 정보와 차단함으로써, 조직의 허상이 무너지지 않도록 잘 관리하는 비법을 거의 대부분이 전통적인 기술처럼 공통적으로 갖고 있고 이것이 매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미디어 채널의 기사와 책, 다큐멘터리, 수많은 입소문과 사람들의 평가가 상식이 되어도 일단 만들어진 뒤의 사이비 단체가 살아남아 있는 중요한 이유다.


또한 "베네데타"같은 영화를 보면, 정통 종교 집단에 속해 있는 사람조차 자신이 "절대자이자 신이자 메시아"라고 진심으로 믿는 "자기기만 또는 기억의 조작"의 달인이자 화신도 있는 법이라 이에 영향을 받은 추종자를 완전히 박멸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자신의 신념으로 사이비의 교리를 믿거나 그 집단의 교주를 따르기로 굳은 마음을 먹은 사람을 그 세계 밖으로 데려 나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종교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가 허용되는 사회에서 이들이 완전히 와해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때로 아주 길다.


이런 답답함을 그저 일상적인 내용으로 이해하고 살아가던 어느 날 "웨이코: 아메리칸 아포칼립스"란 다큐멘터리를 발견하게 되었고, 내용을 본 바, "JMS"나 "옴진리교" 이상의 폐해를 미국 사회에 끼친 "다윗 가지파"가 만든 참극이 나와 있어서, 보게 되었다.


어디까지나 이런 이들이 주변에 있다면 피해야 한다는 방어 차원에서 내용을 보게 된다. 주변에 이와 같은 집단에 속한 이와 어느 곳에서라도 만난다면 도망가야 하니까.  



문제의 원인이 되는 사이비 종교에
일반인이 휘말리지 않을 방법이
나오지 않는 것이 안타까웠다.


"웨이코: 아메리칸 아포칼립스"는 1993년에 벌어진 미국 내에서 이른바 사이비라 불리는 "제 칠일 안식교" 내에서조차도 극단적인 이단으로 불리는 "다윗 가지파"에 속해 있는 교도들이 텍사스의 웨이코 시에 자신들의 성전을 만들어 살고 있다가 자신이 부활한 "메시아, 곧, 예수"라고 주장하는 교주인 "데이비드 코레이시"가 신도들에게 불법 무기 개조를 지시하는 등의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자 미정부가 개입하면서 벌어진 사건이다.


이 교주는 신도들 중 결혼한 이들의 아내와 성관계는 교주만이 가질 수 있다는 교리를 만들어, 신도들 중에 결혼한 부부들을 모두 이혼시키고, 그 외의 모든 신도 중에도 여성과의 성관계는 교주만이 가질 수 있다는 교리를 만들면서 미성년인 여신도도 유린했을 뿐만 아니라, 미국 정부를 교리상 사악한 집단으로 해석해서 이들과 이른바 "성전"을 벌일 수 있도록 신도들을 규합해서, 무기를 불법개조하고, 탄환을 160만 발이나 보유했었다.


이 종교 집단 내에서 이 같은 교리는 12세 이상은 성인으로 규정한다는 합리화를 하고 있어서 미성년이 아니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는 내용도 나중에 확인했고, 다큐 내용 중에 교주와 어린 소녀들이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화면도 나와있긴 하다. 이른바 종교 교리에 의한 세뇌의 무서움을 보여주는 증거다.


당시 미 법 집속기관들이 보유한 브래들리 장갑차도 뚫을 수 있을 수준인 50 구경의 총기류도 갖고 있었고, 성채처럼 넓은 평원의 한복판에 위치한 이 신도가 모여 있는 건물은 요새화되어 있었고, 교주의 지시하에 일사불란하게 총기류를 다룰 줄 아는 군인화가 되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진심으로 교주가 메시아라 믿고 있었다. 그들은 미 연방정부와 전쟁을 하는 것이 "아포칼립스, 종말"이 되며, 이 과정에서 순교하기를 원했다.


당시에 ATF(미국 담배와 화기, 폭발물 관리 기관)가 이곳을 불법 범죄 집단으로 규정하고 단속하기 위해 1993년 2월 28일 방탄복과 헬멧, 중화기 류로 무장하고 들이닥칠 때, 이미 정보는 새나가 있었기 때문에 기습의 이점이 사라진 상황이었지만, 미 연방정부는 이 신도들이 쉽게 항복하리란 오판을 하고 있었다.

출처 : Esquire

그러고 나서 벌어진 교전 중에 ATF 요원 4명이 죽고, 팽팽한 난전 중에 부상을 입은 요원을 치료하기 위해 ATF가 먼저 휴전을 제의하면서 자신들이 패배했다는 것에 대해서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는 당시 인원의 증언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다윗가지"도 신도가 6명 죽고, 교주인 "데이비드"도 옆구리 등에 총상을 입었다.


이 내용이 아이러니했던 부분은 당시 33세였던 "데이비드"는 예수가 로마군에 의해서 십자가형으로 죽음을 당했던 나이인 33세에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처럼 옆구리에 관통상을 입은 "메시아" 코스프레에 적절한 상태가 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출처 : Yahoo sports

원래부터 "메시아"로 인정받는 교주로서 절대적인 지배력을 "교인" 거의 모두에게 발휘하고 있었는데, 이 연방정부의 첫 공격의 실패는 결국 끝이 날 때까지 상황을 "데이비드"가 전반적으로 지배하고 영향력을 미칠 수 있게끔 만드는 여러 유인을 제공했던 것이다.


이후 51일간의 대치 상황이 있었다. 이것이 하루에 십수억 원이 넘어가는 포위 비용을 쓰던 미 연방정부의 부담으로 작용했을 뿐만 아니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빌 클린턴" 정부에 대한 비난도 쇄도했다.


협상해서 신도들이 항복하고 나오도록 하려 한 온건파적인 입장과 강력하게 대응해서 모두 사살하거나 체포해야 한다는 강경파의 입장이 서로 통일되지 않은 채로 포위 중이었던 ATF와 FBI 간의 혼선을 낳았던 것이다.


교주는 시종일관 단일한 지휘 채널로 신도들을 규합하면서, 협상과정에서는 건물 밖으로 일부 신도들을 나가게끔 하는 협상의 대가로 자신의 교리를 방송을 통해서 중계해 달라는 것을 제안해서 이를 관철시켰다.


다큐의 마지막 장면에서 협상팀의 요원은 그 상황을 내내 지배했던 것은 교주였고, 그가 "다윗가지" 집단내에서 권력 투쟁을 통해 교주까지 올라가는 과정에서 진심으로 자신이 메시아일 거라고 믿었으리란 의견을 제시했다.


19명까지의 여성 신도와 일부 어린 신도가 건물 밖으로 나올 수 있었지만, 그 이후의 협상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FBI는 미군으로부터 탱크도 가져와서 무력시위를 하고 불쾌한 소음 등을 살포하며 강력한 심리전까지 수행했으며, 결국 51일째 되는 날에 건물을 부수고 최루탄을 투입하면서 이것이 "공격이 아니므로 대응하지 말고 나오라"는 방송을 했지만, 신도들은 끝까지 저항했고 이 과정에서 화재가 일어난 상황에서 집속기관이 기중기로 부순 건물 잔해 등이 신도들의 탈출을 막게 되면서 결국 참극이 발생하게 되었다.

출처: Vanity Fair

화재의 원인에 대해서 양측은 각각 상대방이 화재를 냈다는 주장을 하지만, 결과는 법 집행관 4명에 아동 28명을 포함한 신도 82명이 사망하고 생존한 신도는 9명이었다.


그리고 이 같은 참사에 대해서 미정부는 실패한 작전으로 인정했다고 한다. 이 이후에도 "다윗가지"파는 아직 소수 기는 해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 참극을 아직도 종교적인 순교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때의 무자비한 진압에 반발했던 반 연방정부주의자가 오클라호마의 FBI 사무실에 폭탄 테러를 감행하는 원인도 이 사건에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사태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할 경우 정부기관이 겪을 폐해도 그려졌다.


출처: Daily Express

"다큐멘터리"에 나와서 증언하던 일부 신도 중에는 아직도 "다윗가지파"의 교리를 믿으며 "데이비드"를 메시아로 생각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당시 작전에 참여했던 여러 ATF와 FBI의 요원은 패배감을 곱씹는 회상을 하고 있었다.


다큐가 보여준 것은 여기까지의 벌어진 상황에 대한 복기였지만, 보고 있는 내내 문제의 원인이 되는 사이비 종교에 일반인이 휘말리지 않을 방법이 나오지 않는 것이 안타까웠다.


무엇이 사이비이고 아닌지를 가릴 수 있는 근거가 알려져야만 대책 없이 그 같은 집단에 휘말려 들 수 있는 사람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 후에도 더 대책 없는 사이비 종교 집단과 미연방정부 간의 대치가 벌어졌고, 일본과 한국 같은 나라에서도 유사한 사이비 집단이 버젓이 명함을 내걸고 사회에 폐해를 끼치는 상황이 아직도 나타나고 있다. 문명이 발달해 왔다고 해도 인류 모두가 계속 지혜로워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와 내 가족이 이런 위험으로부터
확실하게 멀어질 방법을 찾기 위해
이 같은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는 것이다.


그 사이비 집단의 신도나 교주도 악랄한 범죄자이지만 이것이 큰 화를 불러일으키기 전에 방지할 수 있는 교육이나 좀 더 영향력 있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 (이 집단 내의 아이들은 무슨 죄가 있었을까? 그들에겐 종교 선택권이나 자신이 속한 집단에 대해서 판단할 지식이나 정보가 처음부터 그때까지 없었다.)


아직 이 시대에도 신이라고 자신을 말하는 자가 교주인 집단이 있다면 우선 요주의 대상으로 분류해야 하고, 이런 집단이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경로가 차단되어야 한다. 이들의 유형화된 행동 양식과 비논리, 비상식적인 교리에 의한 폐해를 교육 과정 상에서 알려야 한다.


교주를 신으로 믿고 있는 집단은 그 어떤 집단보다 위험하다. 신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그 어떤 일도 할 수 있다면 그 폐해는 감잡을 수 없는 수준이 되니까. 믿음이야 자유지만 이런 집단의 신도가 되어 교주의 노예가 되고 비신자를 처단하는데 거리낌 없는 존재가 되는 것은 그 자체로 이 사회에 비참함을 더 가중시키는 것일 뿐이다. 그들이 바라는 구원이나 영생은 절대로 그 교주로부터 오지 않는다.


그렇지만 사이비 집단에 대한 경각심과 더불어 제대로 된 인식으로 100% 변화하는 일이 범 국가적인 차원에서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다. 이미 이전부터 사이비로 시작했던 적지 않은 종교 집단이 적지 않은 국가에서 이미 자기 세력을 갖고 정치와 행정, 경제에 영향력을 끼치면서 이 같은 활동을 "종교의 자유"라는 명목하에서 무화시키고 있으며 수많은 신도를 포섭하고 자본을 축적하면서 이미 기업화되었기 때문이다.


"종교의 자유"는 물론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인권을 유린하는 "사기"가 특정 종교 집단을 통해서 벌어지고 있다면 이 폐해는 적어도 회피되어야만 한다. 그래서 나는 적어도 나와 내 가족이 이런 위험으로부터 확실하게 멀어질 방법을 찾기 위해 이 같은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는 것이다. 이런 다큐멘터리를 찾아보지 않아도 안심할 수 있는 시대가 오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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