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man Nov 13. 2023

로키 시즌 2, 찔러 보기

흥행한 전작 시즌 1보다 훨씬 더 복잡해지고도 실타래를 잘 풀며 마무리

(사진 출처 : Disney Plus Press)


빌런과 히어로를 오가는
복합적인 캐릭터인 "로키"의
시즌 2편을 다루는 것이기 때문이다


11월 극장에는 MCU의 "더 마블스"가 걸려 있다. 디즈니가 추구하는 PC(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저항 때문에 흥행성공은 다소 불투명해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개봉일 이후부터 다른 국내외 작품을 모두 눌렀다. 2위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보다 2배 이상의 관객 동원을 하면서 1위를 지키고 있다.


이 두 작품 모두 관객의 평점은 낮은 편이다. 지난날의 명성에 의지해서 팬심은 이끌어 냈지만 기대 충족 수준은 이전 작품 같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런데, 그런 흥행성적에 관심을 두면서 영화를 보는 것은 일단, "영화 찔러 보기"를 위해선 중요한 이야기가 아니며 평점조차도 중요하지 않다.


무엇을 보던 유익한 경험으로 바꾸려면 어떻게 봐야 하는가를 실험하려는 것이니까. 그런데 살짝 "더 마블스"를 이야기한 것은 이번에 처음으로 찔러볼 영화가 바로 MCU의 또 다른 빌런과 히어로를 오가는 복합적인 캐릭터인 "로키"의 시즌 2를 다루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의 외부의 변화보다
내면적인 변화가
크게 일어났음을 알린다


"영화 찔러보기"와는 다른 방식으로 보고 내용을 적은 "로키 시즌 1"에 대한 이야기는 아래에 있다.

https://brunch.co.kr/@rpyatoo/384


간략하게 결론부터 먼저 끌어와 이야기하자면, "유아적인 인정 욕구에 사로잡혀 자신 외의 거의 모든 생명체에게 피해만 끼치던 '장난의 신'이 극적으로 변화하고 성장하여, 우주 생명체의 소멸을 막기 위해 타임슬립과 공간이동을 하며 모든 노력을 기울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각성하게 된다"다. 그걸 잘 그려냈다.


시즌 1의 1화 제목과 시즌 2의 마지막 편 6화의 제목은 동일하게 "영광스러운 목적(Glourious Purpose)"이다. 주인공 "로키(Loki)"가 추구하던 "목적"의 의미가 그 첫 화와 마지막화에서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시청자가 명확하게 알 수 있게끔 만든 것처럼 보인다. 그의 외부의 변화보다 내면적인 변화가 크게 일어났음을 알린다.



1. "선입견을 갖지 않는다"


*시즌 1이나 "토르 시리즈"와 "어벤저스 시리즈"의 로키 이미지를 머릿속에서 지워냈다. 지워내기도 전에 이미 희미해져 있었긴 했다.


이전의 시즌 1 작품에 대한 내용의 연장선임이 분명하다는 것을 드러내고 여러 번 반복하고 있다. 그렇지만 극의 진행이 시즌 1의 패턴과 유사하게 일어날 거란 기대를 접었다. 시즌 1을 보지 않아도 좋을 만큼 매화가 시작할 때마다 연결되는 설명을 담아두었다. 방대한 스토리라는 MCU의 가장 큰 장벽 중 하나의 높이를 낮췄다.


시즌 2의 내용 자체에 제대로 몰입해서 보다 보니 시즌 1에서 잘 안 보이던 디테일이 잘 보이기 시작했다. 배우 개개인의 연기도 잘 들어왔을뿐더러 이야기하려고 하는 드라마의 주제가 무엇인지도 점점 더 내부로 잘 들어왔다. 시즌 1이 꽤 잘 만들어졌음에도 시즌 2의 장점이 새롭게 들어왔다. 보는 감각과 해석이 더 확장되어서다.


2. "평론가의 해석을 맹종하지 않는다."


평론은 일단 비판적인 견지에서 작품을 보지 않을 수 없다. 평론가가 영화를 이해하고 해석하고 비판하기 전에 쌓은 수많은 지식과 경험, 데이터 베이스, 이론서, 인적 네트워크 등등을 생각하면 그 비판적인 "평론"이 올바를 거란 신뢰감을 갖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보고 난 뒤에 봐야 도움이 되는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시청자나 관객보다는 상대적으로 더 신뢰가 가는 평가가 나올 확률이 높다. 그러나 그 해석을 참고하는 것을 넘어서서 그대로 "맹종"한다면 우리 인생에서 나름대로 경험하고 느끼며 살아왔던 수많은 생각과 느낌, 감각은 일정 부분 무시당하게 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이해했던 못했던 간에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만큼을 알고 해석하고, 비판적인 시선도 내 안에서 찾아내려고 노력했다. 그러기 위해서 평론이나 리뷰 등을 전혀 보지 않았다. 그러고 나니 비로소 좋아진 것이 있었다. 생각과 생각이 충돌하면서 벌어지는 모순된 느낌이 사라졌다.


3. "자신의 상상과 연결시킨다"


매화가 밀도 높게 진행되고 있고, 각 캐릭터 간의 숨가쁜 대화가 쉴 새 없이 이어진다. 각 캐릭터가 개별적으로 깊은 생각을 한 뒤에 어떤 행동을 취하게 된다기보다는 극 중에 이뤄진 대화에 따라서 행동의 방향이 잡히고 국면이 변화하는 것이 다소 어색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건 "찔러 보기" 전엔 잘 경험하지 못한 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극에서 이야기하지 못한 각 캐릭터의 생각과 표현되지 못한 감정에 대한 상상이 머릿속에서 번지기 시작했다. 이것이 "선입견"을 버리고 다른 이의 영화에 대한 해석을 "맹종"하지 않으면서 내부에서 급격하기 일어나기 시작한 가장 중요하고도 긍정적인 현상이다.


일단 우주 공간의 왕좌에 올라서 시간의 분기선을 휘어잡고 있다가 긴 세월이 지난 뒤의 로키에 대한 상상이다.


1) "실비"는 왜 그렇게 "로키"에게 냉정해졌는가?


그 역시 마찬가지의 변종인 "로키"가 사랑한 자신의 변종인 "실비"와의 "러브스토리"는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그것이 크게 아쉽지 않았던 것은 "선입견"을 버리고 이 드라마가 보여주고자 하는 스토리와 장면에 최대한 집중해서 내용을 "즐기려고 애썼기" 때문이다.  


"로키"가 우주 전체의 소멸을 막으면서 동시의 자신의 자유와 더불어 편한 인생을 선택하기 위해 보다 간단했던 방법은 "실비"를 죽이는 것이었다. 수많은 시간과 공간을 오가며 "닥터 스트레인지"보다 더한 시공 이동술을 보여주던 그는 "사랑"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한다. 결말에서 "사랑"을 품고 내린 결론이 이성적으론 납득되는 이유다.


"실비"는 "캉"을 죽이기 직전에 "로키"에게 키스를 하고서 그를 다시 TVA"로 돌려보낸 것처럼, 그 역시 사랑하고 있음을 드러냈었는데, 왜 "로키"가 우주의 멸망을 막기 위해 "캉"의 죽음이 일어나지 않도록 아무리 많이 시간을 돌려서 찾아가 이야기를 해도 "캉"을 살리려면 “실비”가 자신을 죽여야 한다는 말밖에 고집스럽게 하지 않을까가 감정적으로 낯설었다.


다른 시간 분기선에 떨어져 패스트푸드 식당의 직원으로의 삶을 살아가는 "실비"를 "로키"가 찾아가 만났을 때 그저 냉정하게 "실비"는 자신의 삶을 살아가겠다고만 말한다. 그리고 모든 것이 다 끝나고 "로키"가 신다운 행위를 한 이후에도 일언반구 그에 대해서 아무 말도 않는다. 왜 "실비"의 감정은 말라붙었을까?


(출처: Comicbook.com)

물론 "실비"는 자신이 TVA로부터 말살해야 할 변종으로 쫓겨 다니면서 잃은 인생에 대한 커다란 피해의식과 더불은 보상심리를 갖고 있고, 설사 우주 전체가 말살되더라도 만날 수 있는 모든 "캉"은 죽여야만 하고, 그가 만든 TVA도 말살해야만 한다는 극단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보다 합리적이 된 "로키"는 "적"의 편이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해 봐도 이것은 꼬리에 꼬리를 물게 만드는 의문으로 남았다. 시즌2를 끝으로 어쩌면 시즌3가 만들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미 각본가인 "에릭 마틴"이 "시즌 3"은 나오지 않을 확률이 크다고 언론에서 이야기(링크)를 했다. 그렇다면 이 부자연스럽게 내 안에 남아버린 의문은 어떻게 해소될 것인가?


2차 저작권을 가진 스토리까지 만들어낼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겠지만, 이 상상의 꼬리를 잡고 한 편의 소설을 만들어 내는 것도, 드라마가 내게 끼친 긍정적인 느낌과 더불어 생긴 에너지 때문에 가능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물의 이름이 바뀌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내겐 납득할만한 설명이 필요한 것이다.


2) 수많은 "캉"이 어떻게 나올 것인가?


시즌 1에서 "로키"가 자신과 동일한 "신"이자 변종인 "실비"와 사랑에 빠진 뒤에 "계속 존재하는 자/정복자 캉"을 만나서 "시간의 분기선"을 하나의 분기선으로 통제하는 일을 받지 않고, "실비"가 "캉"을 죽이고 분기선이 무한하게 팽창하면서 자신보다 더 "악의적이고 강력한 캉"이 오는 걸 선택한 내용이 반복된다.


(출처: MCU Report on X: "Every notable Kang variant we've seen so far in the MCU #Loki)


"시간 분기선"의 팽창으로 소멸된 우주를 지켜냈지만, 그 결과 각각의 다른 "시간 분기선"에서 살고 있는 또 다른 수많은 "캉"이 어떤 식으로 또 우주에 영향을 끼치고 혼란을 일으킬지 아무런 단서를 남기지 않은 채로 끝이 났다. MCU에서 이와 연결된 스토리에 대한 궁금증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미 여러 가지 방식으로 "캉"이 영화 속에서 등장했다. 이 내용에 대해서 별도로 해볼 만한 상상의 여지는 불투명해 보이고, 혹 해 본다고 하더라도 유효한 작품으로 남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 그렇지만 제대로 된 "캉"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때는 시도해보고 싶다. "시간의 끝"에 남는 존재가 무엇일지 쓰는 것 말이다.


3) TVA의 직원은 자신의 삶을 어떻게 찾아가게 될 것인가?


"시간변동관리국(Time Variance Authority)"이 와해되다시피 하고 "기억"을 상실시킨 채로 자신의 인생과는 동떨어져서 그곳에서 일하고 있던 수많은 "헌터"와 "미닛맨"이 수많은 시간 분기선 속의 세계로 흩어지고, "독스"같은 이는 여러 무기로 인위적으로 생성된 분기선을 제거하면서 수십억의 생명체를 소멸시켰다.


"독스"의 활동은 끔찍한 악행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분기선의 팽창으로 소멸될 우주를 구하려 한 것이었다. 그러나 "렌슬레이어"와 "미스 미닛"은 저마다의 "권력욕", "시간의 끝"에서 궁극의 한자리를 갖게 되는 것이 목표다. 그것은 이미 죽은 그들의 메인 시간 분기선의 "캉"의 하수인이었던 그들이 그 없이도 얻게 될 자리를 말한다.


"미스 미닛"은 TVA 전체 전력을 차단한 순간 초기화되어 버리고, "렌슬레이어"는 "로키"의 진압봉으로 처단당해서 소멸의 공간인 VOID로 떨어져 최후를 맞게 된다. "로키"가 자신도 모르게 시공 이동을 하다가 통제권을 갖게 되고 가고 싶은 곳과 장소를 오가다가 "캉"과 다시 만나서 결국에는 "신"으로서 승부하게 된다.


이런 디테일하면서도 순간순간 전체 우주에서 시간의 전후 관계를 떠나서 벌어지는 이루 다 통제할 수 없을 것 같은 위기를 많은 세트장 이동이나 장소 이동, 수많은 그래픽을 동원하여 현란한 장면으로 그리지 않았다. 이를 통해 특정화된 몇 개의 장면이 반복되면서도 매우 혼란스러운 느낌을 자아내지만 결국 정리된 이유다.


(출처: Digital Spy)


극의 마지막 "로키"가 모든 시간 분기선을 다 잡아 끌어안고 제어하게 되어 우주의 종말이 멈추고, 이전과 다름없이 80-90년대의 미국 관료제 기관의 느낌을 초지일관 유지하는 TVA는 다시 정상적으로 "시간 분기선"에 관련된 업무를 정상적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나왔다. "모비우스"는 스스로 이 조직을 떠나게 된다.


나머지 TVA의 직원도 극 중에 밝혀졌듯이 "캉"의 명령으로 "미스 미닛"이 실행한 기억 삭제 때문에 잃어버린 자신의 원래 인생이 있던 사람이다. 이제 더 이상 그와 같은 일을 할 필요가 없는 이 조직의 수많은 인원은 과연 무슨 일을 해야 할 것인가? 이것에 대한 단서가 없이 극이 끝난 상황이라 얼떨떨하다.


그들은 우주의 히어로와 신의 능력을 제어하는 기술과 더불어 시간과 공간을 이동하며 여러 가지 일을 하기 위해 전문적으로 교육을 받고, 오랜 시간 그 일을 해온 강력한 무력도 함께 갖고 있는 MCU 세계관 내의 또한 엄청난 캐릭터 집단이다. 그런 그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이곳저곳에 등장해야만 하지 않을까?


그렇지만 다시 등장해서 관심을 끌만큼 매력적인 조직이라고 불리기에도 "모비우스"를 제외하자면 좀 빈약한 매력을 가진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나같이 오랜 직장 생활을 해온 이에겐 상대적으로 잘 다루어볼 만큼 매력적인 소재다. 직장 생활과 연결해서 지루한 일상적 존재로 변화한 그들을 따로 그려볼 의향이 있다. 언젠가.


4) "로키"는 멀티버스에서 어떤 모습으로 다시 등장할 것인가?


딱히 머릿속에 떠오르게 된 상상은 없다. 그러나 한번 빙챗에 그림을 그려달라고 요청했더니 아래와 같이 그려주긴 했다. 모든 멀티버스의 시간 분기선을 끌어안고 우주의 소멸을 막고 있는 가장 위중한 자리를 차지한 그는 사실 등장하지 않아도 모든 우주의 시공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는 어찌 될까?

아마도 시간 분기선을 잘 말아서 여러 묶음의 실패를 만들어 갖고 놀지 않을까? 히어로의 바깥에 위치한 신적인 존재가 되어

이렇게 "영화 찔러 보기"를 하고 다시 이를 리뷰로 작성해 보니 그 작품 하나만을 이해하고 본 것으로 끝나지 않고 확장성을 지니게 된 것 같다. 그전까지는 모든 스토리를 다 이야기하고 관련된 모든 것을 가능한 한 많이 붙인 글을 쓰는 게 성향이었지만 그러지 않아도 좋게 되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상상과 연결된 스토리"를 이따금씩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 동시에 쉽게 주어지지 않는 일상의 영화를 볼 시간에 온전히 집중해서 작품을 볼 의욕과 힘을 더 얻게 된 것이다. 물론, 이 글을 마친 뒤에 쌓여 있는 일과 마주하기 위해 출근을 해야 하고 매일 최소 8시간 그 일에 최대한 집중한다.


그 집중하는 힘에는 이렇게 또 다른 영역의 일을 할 수 있는 힘과 집중력을 갖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그 어떤 작품의 감상도 시간 낭비인 것은 없다. 다시 비일상에 쏟은 힘은 일상을 유지하는 힘으로 되돌아온다. 일과 취미는 각기 별도로 있는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것이다. 한쪽이라도 제대로 하는 사람은 다른 쪽에도 소홀해질 수 없는 법이다.



이전 01화 영화 찔러 보기, 방법 3가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