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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Jan 07. 2024

연쇄 실연 17범의 고백 2-1

하나가 되는 법과 쉐도우

(사진 출처: Photo by Marcus Bellamy on Unsplash)


2-1 하나가 되는 법과 쉐도우


전도 유망하고 유능한 "핸들러"라는 것을 어필하는 것 이상으로 "남자"의 집도 적잖은 재력을 가진 것처럼 보여야만 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


그래서 샐틈 없이 유사한 계층에 자라온 환경이 다를 바가 없어서 무엇 하나 다를 게 없는 하나처럼 보이도록 만드는 것이 그가 생각한 "샐 틈 없이 하나인 존재"가 되는 것이었다.


과학 기술이 진일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이 0에 가까워지는 동안 피임이나 임신 중절 등의 기술 개발은 국내에서 법적으로 억제되었다.


그것이 출산율을 다시 반등시키는 방법이라고 믿었던 정치 세력이 장기 집권했었다. 그렇다고 해서 혼외 상태에서 생긴 아이를 사회적으로 제대로 인정하려고 하는 것도 아니었다.


"출산율"은 더 높아져야 하지만 "지지율 확보"를 위해선 등록 참여 인구가 많은 종교 단체나 이익 단체 등의 눈치를 보는 것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결혼하지 않은 두 남녀 사이에 아이가 생겼을 경우, 어떤 방식으로든 결혼이 해결책이 될 수 있도록 하면 만사가 잘 돌아가리라 생각했다. 두 사람이 아이를 함께 키우기로 마음먹은 것에는 이런 사회적 배경도 있었다.


그렇지만 사회의 양극화는 항상 하루 전보다 그다음 날 멈춤 없이 더 커져갔다. 사회에 대한 적응이 제대로 일어나기 전의, 보다 더 순수한 사랑으로 만난 남녀가 "신분"의 차이를 갖고 있다면 결혼으로 이뤄질 확률은 그 어느 때보다 적었다.


대중문화는 여전히 꿈과 낭만이 이루어진 사랑을 그렸지만 현실과의 간극은 더 커졌다. 설사 두 사람 사이에 아이가 있다고 해도 사회적 신분이 훨씬 더 높은 집안은 결혼을 반대했다.


"남녀평등"은 이 시대에 완벽히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경제와 정치, 사회, 문화적으로 이뤄졌다. "남자"와 "여자" 그리고 그들의 각각의 부모 역시 모두 동일하게 결혼하게 될 상대방이 자신보다 나은 조건이길 바라는 경향이 강해졌다. 동등한 경쟁 상황에서 고학력자와 취업자의 수는 여자가 과반을 넘어 점점 더 많아졌다.


결혼 컨설팅 산업은 프리미엄 화했고, 양자가 만족하는 결론을 만들기 위한 빅데이터 분석과 배우자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덧붙었다. 결혼 전 단계의 연애에서부터 이런 현실을 잘 아는 "남녀"는 무척 고심해서 상대를 선택했다.

이런 상황에서 엄청난 부의 격차를 가진 "여자"의 부모가 한없이 초라한 "남자"를 동류로 인식하게 만들기 위해선 "철저한 기만 작업"이 필요했다. 그저 찾아가 만나서 "저희 집안도 꽤 훌륭한 집안입니다"라고 말해서 먹히는 시대는 수십 년 전에 지났다.


약간의 검색과 정보 수집으로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는 것은 꽤 수월했다. 하지만, 지금 이 "남자"의 직업은 국가의 모든 데이터 베이스에 접근 가능한 "핸들러"였다.


"아. 그래. '핸들러'가 그땐 '한국의 데이터 베이스'를 장악하고 주어진 역할인 '오류 수정' 외에도 다른 조작을 할 수 있는 기능도 가진 일이었던 거지."


"마스터"는 여러 데이터 베이스를 담은 네트워크 속의 정보 저장고를 순식간에 유영하다 "LOSER 17"의 아버지의 데이터 베이스를 가져왔다. 그의 시대엔 "의식"까지 침투해서 정보를 파악하는 기술은 없었다. 그러니까 "핸들러"로서의 그의 이름과 연관되어 있는 정보 모두를 다 꺼내서 봐도 속내는 잘 알 수 없다.


그런데 지금 그 직업을 그가 사적으로 유용한 이야기를 아들을 통해서 알게 된 것이다. "출산율"관 상관없는 얘기 같지만, 범죄는 자동적으로 “마스터”의 시스템에서 단속되어야만 했다.


"아버지는 자신의 데이터 베이스를 조작할 수 있는 권한과 능력도 갖고 있었다고 했어. '핸들러'에게만 부여된 능력인 데이터 접속 정보를 추적당하지 않는 "쉐도우" 상태에서 네트워크를 유영할 수 있었지."


그 이야기를 들은 뒤 수십 초 내에 "마스터"는 놀라운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다. 거의 모든 한국인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살필 수 있는 그의 네트워크 상에서 "LOSER 17"의 아버지는 탐색되지 않았다. "사망" 기록도 "행방불명" 기록도 없었다.


글로벌 네트워크로 확장해서 탐색을 해도 흔적이 없었다. 말 그대로 "증발"되어 버린 것이다. "LOSER 17"을 체포했을 때부터 그가 나타나질 않았다. 집 안에도, 현재 직장에도, 거리에도 없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포착된 장소는 남해안의 해변가였다. 밤을 경유하면서 그의 행방을 찾아낼 단서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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