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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Feb 04. 2024

연쇄 실연 17범의 고백 3-2

"커피색 머리"가 원했던 것(1)

(출처: Dall.E3가 그림)

3-2 "커피색 머리"가 원했던 것(1)


쓰러져 가는 다세대 빌라의 반지하 방에 사는 "LOSER 17"에게도 친구가 거의 없었지만 최첨단화된 신축 아파트의 펜트하우스 층인 49층에 살고 있는 "커피색 머리"에게도 친구가 없었다.

(출처: Dall.E3가 그림)


"LOSER 17"이 생각하기에 둘 간의 우선적인 공통점은 외로움이었다. 또한 지적인 허영심이 맞물려 있었다. "LOSER 17"에겐 보상 심리라는 것도 있었다.


이혼으로 망가진 가정에 형편은 가난하고 중독에 의한 폭력에 매 순간 노출 되어 있으면서도 무력했지만, 언젠가는 자신이 쌓아 올린 종합적인 지식을 통해서 "시뮬레이션 게임 스토리"의 창작자로 성공하길 꿈꿨다.


아직 사춘기의 아이들이 SNS와 동영상, 수많은 게임, 자극적인 예능 등에 빠져있는 동안 "정신분석학"이나 "뇌과학", "인공지능", "철학", "인문학", "물리학", "역사" 등 다양한 학문을 파고들었다.


"커피색 머리"가 다녔던 사립학교가 지향했던 것은 자유로운 학문에 대한 관심을 학생의 내적인 동기를 통해 끌어내는 방식이었다. 근본이 되는 학문이나 다양한 연결성을 자신이 추론해서 공부를 하는 방식을 장려했다.


"커피색 머리"의 아버지는 그런 방식으로 "사립학교"를 다니는 자신의 자식들이 보다 근본적으로 지식에 대한 흥미를 가지고 자발적으로 공부하는 파괴력을 가진 우월한 지식인으로 자랄 것임을 깨닫지 못했다.


언젠가 "딸"과 "아들"에게 자신의 사업체를 분할하거나 물려주려 했던 그는, 자신의 아이들은 "리더십"을 갖고 "군주론"에서 나온 리더처럼 수많은 이를 지도할 수 있는 이가 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독일식 교육"을 받았던 "커피색 머리"의 어머니는 한국에서 근원적인 "지"에 대한 교육을 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기에 그것을 할 수 있었던 사립학교에 두 아이를 보냈던 것이었다.


그러나 "남편"이 자식들이 리더가 되기 위해서 만나게 될 수많은 이가 있는 "공립"에서 공부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을 때, 그저 맥없이 "남편"의 주장에 동조했다.


그것이 "커피색 머리"에겐 비극으로 작용했다. 그저 적당히 변별력을 갖춘 시험을 치러서 등수를 나누고 적당히 공부하고 시험 잘 보는 인재로 자라는 스토리의 타율성이 그를 견딜 수 없는 권태감에 빠뜨렸다.


그 사립학교는 "국제 학교"의 성격을 가지고 여러 종류의 피부색과 문화를 가진 다양한 다문화 가정뿐만 아니라 한국어와 다른 언어를 통한 2중, 3중 언어를 구사하는 여러 국가의 학생이 다니는 곳이었다.


공립학교에도 다문화 가정으로부터 온 아이가 있었고, 해외에서 공부를 하다 한국으로 오게 된 이도 종종 있긴 했다. 하지만 그가 경험했던 학교에선 느끼지 못했던 배타성과 인종적인 위화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LOSER 17"이 빠져 있는 불행스토리가, 곧, 자신의 어머니와 떨어져 살아가는 것과 자신의 아버지가 음주만 하면 벌인다는 폭력 등에 대한 연민을 가진 "커피색 머리"에겐 자신의 불행스토리와도 교차하는 것 같았다.



"이건 여러 차례 기억을 뒤돌려 보면서 추리해 본 건가? 꽤 그럴듯하지만 뭔가 좀 엉성한데?"

"마스터"는 일사천리로 "LOSER 17"의 의식 위로 떠오르는 이야기가 그냥 그대로의 생각인지 인간인 이상 필연적으로 벌어지는 기억의 망각과 왜곡을 거쳐서 합리화된 상태로 전달되는 것인지 알고자 했다.


"추리라...... 내가 추리 소설은 좀 읽기를 좋아하긴 했지만, 내 주변에 벌어진 이야기를 명석한 두뇌로 추리해 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봤던 적은 없거든.


하지만..... 우리 둘을 마치 사이비 종교 단체를 차린 열렬한 교주와 한 명의 광신도라도 된 것처럼 생각했던 애들이 적지 않았어.


"커피색 머리"의 미모와 뛰어난 두뇌, 잘난 집안 때문에 그와 가까워지고 싶어 했던 남자애들이 많긴 했었지. 나중에 알아보니 주변의 그런 친구들이 우리 둘을 "원숭이교"라고 불렀다고 하더군."


"누가 교주였던 거지? 선과 악의 양쪽을 오가는 '아프락사스'인 나였나?"

"마스터"는 지금까지의 이야기만으로는 누가 주였고 누가 종이였는지 계산하기 어려웠다. 미모와 경제력, 두뇌를 모두 가진 "커피색 머리"가 당연히 그를 지배했을 것 같긴 하지만, 의외일 수도 있으니까.


"아니야. '커피색 머리'가 자기가 가진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교주로서 나를 지배했던 거야. 처음부터 끝까지. 좀 더 정확하게 하자면 그의 끝까지 만 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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