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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Mar 24. 2024

연쇄 실연 17범의 고백 5-3

"일루미네이션 공원"이 삼킨 한국

(그림 출처: Co-pilot으로 그림)


5-3 "일루미네이션 공원"이 삼킨 한국


한잔 얼큰하게 마신 아버지가 고성방가 하며 집에 도착하기 전에 어떻게든 작업을 해야만 했으므로, 매일매일 "LOSER17"의 마음은 급했다. 수업이 끝나길 기다리다 마치면 용수철처럼 뛰어나갔다.


머릿속에서는 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의 정보가 넘칠 듯이 흘렀다. 시뮬레이션의 영상과 음향, AI에 의해서 구현될 수많은 배우의 외모와 연기가 어우러진 스토리의 텍스트, 여러 가지로 변형된 플롯.


수업 시간 내내 머릿속에 들어오는 수업 내용은 전혀 없었다. 칠판을 향해 있는 그의 눈엔 "시뮬레이션 게임의 영상"만 떠올랐다. 가방이 아닌 집구석의 잘 안 보이는 곳에 PD를 보물처럼 숨겨두었다.


퀴퀴한 반지하의 곰팡이와 습기가 어우러진 냄새에는 아버지의 무좀 발과 땀, 술, 담배 냄새와 "LOSER17"의 사춘기가 뿜어내는 호르몬이 섞여 들어 있었다. 축농증과 비염이 축복이었다.


이 일상의 지옥 같은 비극의 풍경은 PD를 가동시켜서 방안 전체에 "시뮬레이션 영상"을 만들 홀로그램 아이콘을 띄우면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자신만의 내세에 임했고, "아프락사스"란 신이 되었다.

(출처: Haiper.ai로 만듦)




"그래, 뭔가 대가를 주기로 했으니까 그랬을 것 아닌가? 그게 뭐였더라"

끊기고 넘어가는 기억의 영상이나 스토리가 나타나면 이 이음새를 찾기 위해 "마스터"는 질문을 던졌다. 물론, 그저 정보를 빨아들이기 위해서 내버려 둘 수도 있다. 하지만 시일이 얼마 안 남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대단한 대가라고는 전혀 할 수 없었지. 서로 성욕에 달뜬 두 명의 사춘기 남녀 중에 주도권을 쥔 그애가 시키는 일이라면, 대가가 없이도 난 죽음을 무릅쓸 판이었으니까.


(출처: Haiper.ai로 만듦)


그래도 그 "시뮬레이션 시나리오"가 제대로 5일 내에 만들어져서 "커피색 머리"가 받을 수 있다면 중견 기업의 대졸 신입 직장인이 받을만한 월급 수준의 돈을 주기로 했어. 당시엔 좀 커 보였지.


계약직이기는 해도 "커피색 머리의 아버지" 회사의 "프로메테우스 서비스 팀의 작가"가 되는 것이 약속이었어. 학교에서 경연대회 입상도 한적 없는 내게 과분한 조건이었지. 그게 족쇄가 되긴 했지만.


친절하게도 공식적인 NFT로 이 계약에 대한 증거가 주어졌어. 어찌 보면 빼도 박도 못할 확실한 계약인거지. 그 계약은 협상의 여지도 없이 나를 짓눌렀지"


"마스터"가 네트워크를 유영하며 정보를 수집해 본바, "LOSER17"은 상업적인 가치를 충분히 창출할 수 있는 창작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최초에 맺은 불공정 계약으로 인해 가난을 벗어날 수 없었다.


"그래, 그 계약이 어떤 성격이었는지 이제 제대로 떠오르네. 네가 만들어서 "커피색 머리"가 치밀하게 편집한 "데이팅 시뮬레이션 게임"은 지금도 계속 업그레이드가 되면서 수많은 이가 접속하지.


그 시뮬레이션 게임의 시나리오가 탄탄하게 잘 만들어졌던 통에 사용자는 그전까지 자신이 시간을 쓰고 있었던 SNS나 "시뮬레이션 게임", 인공지능 사용 문화 상품 제작 툴 등을 모두 버렸어.


그 게임에 접속하는 것만으로 모든 것을 다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할 수 있으니 굳이 나눠서 할 이유도 없었고. "실제의 사람"과 관계를 만들어 인정받으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는 사회가 등장했지"


"그래, 여기, 한국에서 우선 처음으로"


"그 엄청난 사용자 유입과 사용자에 대한 기업의 지배력 상승, 중독성을 통한 지속적인 사용자 확장 관리, 광고주의 거대 광고 비용 투입 등 기타 "일루미네이션 공원" 사용자 수에 관련된 수익이 컸지.


그런데 건질 수 있는 돈은 기껏 "사회생활을 갓 시작한 이의 겸손한 1개월치 월급"이었던 거고, 매번 그 대가는 계속 똑같았어, 사랑에 빠진 이는 바보가 되지. '커피색 머린' 그게 장난이자 사업이었고"



"일루미네이션 공원"에서 접속한 모두에게 제공한 무료의 시뮬레이션 게임은 연애를 각자의 인생에서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서 경험할 수 있는 "연쇄 연애 성공자"였다.


최초의 성공 사례로 인정 및 검증받았던 "연쇄 살인 17범의 고백"에서 나온 여러 가지 설정과 개념을 보다 확장시키고 구체화시켰다. 기술적으로도 "프로메테우스"사의 당시 역량으로 가능했다.


설정에 들어가서 "국가와 성별, 지능, 감성, 기질, 유형, 사주, 주역점, 점성술, 재능 등의 실제 이 세계 또는 다른 국가, 다른 역사 속에서 자신이 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꼼꼼하게 다 적거나 AI를 통해서 자신의 페르소나를 분석한 내용을 기반으로 다시 기재할 수 있었다.


그다음에 네트워크 상의 다른 이들과 교류하는 방식의 게임이 성립되면 그 같은 방식으로 게임을 진행해도 되었다.


그러나 그 같은 설정이 다른 이와 교류하는 방식이 되기 어려운 것이면 AI를 수없이 생성하여 또 다른 세계를 그 설정된 인물에 맞춰서 다시 만들어줬다.  


이같이 새롭게 만들어진 세상에 접속하게 된 사용자는 실제의 자신을 인식하면서 가상 인물로 게임을 하거나 가상 인물을 실제의 자신으로 착각하며 게임하는 2가지 모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다.


이 게임에 익숙해진 한국인 사용자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실제의 연애보다 이 안에서 일어나는 연애가 훨씬 더 즐겁고 안전하고, 확실한 결과를 갖고 있음에 대단히 만족했다.



"커피색 머리"는 자신의 아버지가 "LOSER17"을 헐값에 부리게 되더라도, 그가 만든 것임을 정확하게 알리고서 그의 작품을 "클라우드 펀딩"같은 것을 받을 수 있는 사이트에 올린다면 상업적인 스폰서십 등을 받을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 사이트에 편집본을 올리면서 자신의 이름도 같이 올려서 공동 창작자로 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걸 양심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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