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의 선택과 부유하는 공상(스포일러 유의)
2012년에 개봉된 영화들 중에 2편의
영화가 비슷한 이미지로 내게 다가왔다.
그 유사성은 서로 다른 시간이나 공간의
사람들이 밀접하게 한 곳에 존재하는 방식이었다.
보고 나니 서로 간의 차이점은 역시나
주제의식이었고, 현실을 해석하는
방법이었다. 아마도 영화적 소재가 이렇게
서로 다른 시공을 병합하는 트렌드를
따르고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영화 한쪽이 더 마음에 와 닿았다.
물론, 내가 처한 상황, 나이, 사회적 위치
그런 것에 의해서 선호가 가려졌을 것이다.
아마도, 내가 좀 더 밝고 긍정적인 마음의
상태였다면, 선호의 기준은 달라졌으리라.
돌아보니, 이 영화를 보던 시기는 하나의
분기점이었다.
우리가 후세에게 주어야 할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
감독: 라이언 존슨
출연: 조셉 고든-레빗, 브루스 윌리스, 에밀리 블런트, 폴 다노, 노아 세건
정보: SF, 액션 | 미국 | 119 분 | 2012-10-11
이 영화는 또한 한국 영화계에
던져주는 희망을 일부 갖고 있었다.
자본보다는 스타일과 독창적인
스토리가 잘 드러나는 재기 넘치는
작품인 동시에 한 순간 한 순간을
넘어서면서 감탄사가 흘러나오는
여러 가지 장치들을
적절하게 깔아 두었다.
미래를 디스토피아로 그려놓는
작품들은 수없이 많지만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는 긴장과 흥분 속에 독특한
결말로 "질문"을 던지는데서 멈추곤 한다.
우리가 무신경하게 미래에 벌어질 것이
뻔한 악몽들을 벌어질 때까지 방치한다면
그 예상되었던 어두운 상황이 벌어지고야
말 것이라는 경고를 주는 것이 공익적인
역할이다.
"루퍼"는 결말에 이르러서 한 개인이
사회를 위해서 무엇을 선택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숭고한 답변을 반전처럼
내밀었고 그 답변이 주는 여운은 길게 지속되었다.
그 이유는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이
시간여행을 소재로 만든 영화들에서
보여준 결론들을 나름대로 참고한 뒤에
착실한 논리적인 구조를 성실하게 쌓아서
만든 것이기 때문인 것 같다.
터미네이터2 마냥, 미래에 화근이 될만한
원인이 무엇인지 깨닫고 이것을 제거한다.
이 영화는 정말로 화려하지 않다.
조셉과 브루스라는 걸출한 배우가
갖고 있는 이미지를 십분 잘 발휘하면서
영화를 이끌어 가고,
대량의 살상이 일어나는 영화에 들어맞는
브루스 윌리스의 다이하드 같은 액션이
설득력 있게 나오는 수많은 장면들이
약간의 화려함을 영화 속에 불어넣지만
영화는 주제 하나만큼은
일관되게 유지해서 잊지 않고
그 주제에 맞는 결론을
담백한 반전으로 잘 드러내 주었다.
우리가 후세에게 주어야 할 것이나
후세를 위해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주제였다.
그 질문은 후세에게 무엇을 줄까 보다
그냥 있는 그대로를 다 소진하면서
살아가기 급급한 자기중심의 시대에
계속적으로 나와야 하는 것이다.
무형적으로는 용서와 연민
유형적으로는 자원이나 물자 등등.
이 영화에 대해서 공간의 측면에서
또 다른 종류의 디스토피아를
보여주는 SF영화가 같은 시기에
한편 더 있었다.
이 영화는 매우 화려한 비주얼과
신기한 중력의 곡예를 통해서 승부한다
감독: 후안 디에고 솔라나스
출연: 커스틴 던스트, 짐 스터게스, 제인 헤이트미어, 닐 네이피어, 돈 조던
정보: SF, 판타지 | 캐나다, 프랑스 | 108 분 | 2012-11-08
현실에 일어날 가능성이 없는 환상과
낙관적인 화합의 꿈을 그리는 영화를
꽤 오랜만에 만난 것 같았다.
멜로를 중심으로 한 판타지에
잘 사는 사회와 못 사는 사회라는
두 개의 서로 다른 중력이 거하는 행성을
붙힌 세계로 묘사하여 상징성 있게
잘 붙여서 보여주었다.
한 눈에 보이지 않는 현실 세계의 모습을
한 포커스에 담을 수 있었다는데
점수를 주고 싶다.
두개의 다른 방향의 중력을 가진 세계가
한 곳에 붙어 있는 구조가 나타난다.
이 세계의 조화는 신기로운 테크놀로지
하나를 통해서 아주 단시간에
이뤄져 버리는 통에 이 결론에 대해서
감동을 느껴볼 여유로움이 부족하다.
이 영화는 매우 화려한 비주얼과
신기한 중력의 곡예를 통해서 승부한다.
미술이나 기타 그래픽의 측면에서
우리가 이미 보았던 인셉션에서의
거대한 공간이 위 아래로 접혀서
마주하고 있는 영상을 다시
재탕하는 느낌이 들지만
나름 심혈을 기울여서 중력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접해있는 세계를 오가며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낭만적으로 잘 그려내었다.
케이블 TV를 지나치다가
그만 메이킹 필름을 보면서
이 아이디어를 실제로 형상화하는
힘이 넘치는 장면들이 나와버린 탓에
그러한 신기함을 신기함 그대로
인식하지 못하게 된 탓도 있겠지만,
영화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잘 나타난
몇 장면들을 제하고 나면,
관객들은 더 이상 집중력을 유지할 힘마저
잃을 수 있을 정도로 스토리에는
이상하리만치 힘이 들어가 있지 않았다.
또한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흘러간 희망에 넘치는 결말 부분은
너무너무 순진하기 그지 없어서
이미 자라 버린 어른들에게는
감동을 주기가 어려워 보였다.
결국에는 스토리가 어찌 되었든
독특한 아이디어가 형상화되고
영상이 아름답고 좋았다면
그만이 아니겠는가라는 반문으로
이 영화는 마무리를 맺었다.
질문이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이다.
두 영화는 서로 다른 세계관으로 만들고
많이 동떨어진 다른 영화였다.
유사한 부분들이라 여겼던 내용들은
영화를 보고 난 이후 사라져버렸다.
같은 돈이 든다면 만들어야 될 영화는
루퍼같은 영화겠지만 그럼에도
업사이드 다운은 영상의 측면에서
고유한 씬들을 많이 보여준 작품으로서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