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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Oct 13. 2024

모나크:레거시 오브 몬스터즈 시즌 1, 돌려 보기

일본 특촬물의 대표작 "고지라"를 미국 드라마화하는 데 성공한 작품

(포스터 출처: Rotten Tomatoes)


시즌 1의 종장을 다 보기 전에 미리 이 작품이 내게 준 느낌을 전달하는 것이 제작자나 이 작품의 팬을 위해서 더 예의를 지키고 결말에서 보게 될 내용에 대한 누출을 방지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시즌1 마지막 회를 남겨 두고는 이렇게 글을 쓰기 위해 노트북을 열었다.


비행기를 타고 LA를 오가면서 "인사이드 아웃 1"편도 봤고, 기억이 잘 나지 않는 작품도 하나 봤지만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서 말과 글로 이끄는 내용은 영화에서는 찾질 못했다. 귀국한 이후에 "한강 작가님"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나라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들었기에 오히려 그 기억이 더 났다.


그렇지만 곧 "모나크 시즌 1"을 다시 이어 보면서 2차 대전 이후의 시공과 한참 지난 현재의 시공을 밀도 높게 자주 오가면서 만들어진 이 작품의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구조의 이야기가 지닌 매력에 다시금 끌려 들어갔다.


하지만 시즌 1~8화까지 화가 바뀌는 것을 느끼지 못할 만큼 잘 짜이고 그다음화를 갈구하게끔 만들었던 비밀스러운 단체 "모나크"의 매력이 사라지고 관료제에 찌들고 사실을 밝히기보다는 조직이 그럭저럭 굴러가기만을 바라는 유용성을 잃어버린 방대한 비용 지출 조직으로 드러나며 망가졌다.


그런 과정에서도 가공할만한 "악"한 존재가 되거나 반대로 조직의 기강이 뒤바뀐다든지 밝혀진 사실인 지구의 내부 세계와 연결된 외계 공간의 존재가 드러나고 그 세계로부터 괴수가 오는 위기를 밝혀낸 뒤에 "지구의 초토화"를 막기 위한 "선역"들과 협력하는 모습으로 갈지 그 갈림길에 서게 된다.



이 작품이 왜 나같이 X세대에 속하는 이의 관심을 끌고 있냐면, "고질라"라는 특촬물이 그 외의 일본 애니메이션과 만화 등으로 한국의 아동을 포함한 젊은이의 문화를 지배하다시피 할 시점에 홀딱 빠져들었던 그 세대에게 이것은 대중문화의 취향에 큰 영향을 끼친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출처: Reddit)

제대로 수입이 되어서 상영되지는 않았어도, 괴수 대백과 같은 소형 책자 등으로 판매되거나 어찌어찌 송출된 영상을 비디오테이프 등으로 보면서 이런 작품을 자주 티브이에서 볼 수 있는 일본 아이를 부러워하기도 했다. 물론, 지금 와서는 그렇게 부럽지도 않은 수준의 나라가 되어가지만 그땐 그랬다.


그런데, 그것이 비단 일본과 한국 사이에서만 벌어졌던 일이 아니었기에 "고질라" 시리즈의 유명세는 전 세계에 퍼져 있었다. 아주 예전에 "고질라(1998)"가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되었던 적이 있었다. 수많은 일본의 "고지라 시리즈"에 나온 디테일을 상당수 무시하고 스케일에 집중해서 만들었다.


"고지라"가 계속 보여줘 왔던 외양과 너무 큰 차이가 났고, 스토리도 긴박감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으며, "매튜 브로데릭"이란 매력적인 주연과도 왠지 안 맞았다. 그 때문에 기대만큼의 아주 큰 성공작이 되지 못했었고, 그 이후에 할리우드에서 꽤 오랜 기간 다시 리메이크 작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출처: Vanity Fair)


그러다 16년이 지난 2014년에 다시 리메이크 시도한 "고질라(2014)"가 "애런 테일러 존슨"과 "엘리자베스 올슨", "와타나베 켄", "줄리엣 비노쉬" 등의 북미와 유럽, 일본에서 글로벌 유명세를 구축한 배우를 대거 기용하면서 이전의 리메이크작보다 월등히 좋은 결과를 이루고 후속 시리즈를 만들었다.


(출처: Cameronmoviesandtv)


단, 한편도 아직 본 적이 없으나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2019)"와 "고질라 VS 콩(2021)", "고질라  X 콩: 뉴 엠파이어(2024)"까지 줄기차게 나온 것은 투자대비 수익이 좋았음을 방증한다.


여기에 마치 "고질라 X 콩: 뉴 엠파이어"의 마중물이라도 된 것처럼 개봉 전에 "모나크"가 "애플 TV"의 드라마로 나온 것은 그냥 우연은 아니었던 것이다. 본디 일본 애니메이션이었으나 미국식 실사화로 성공한 "트랜스포머"처럼, 일본 특촬물이 미국식 그래픽과 극화 기술로 변환되었다.



(출처: X.com)


그런데, 이 작품에 대한 기억이 점점 더 선명해지고 더 보고 싶어진 것은 내게도 우연은 아니었는데, 10월 4일과 10월 7일 이틀 동안 미국에서 "유니버설 스튜디오 할리우드"에 갈 때마다 8시간 가까이 놀이시설과 쇼를 보면서 "투어 버스"를 타고 특정 스튜디오에 들어가 "킹콩"이 "고질라"같이 육중한 크기의 공룡과 싸우는 장면을 4D 그래픽으로 흔들리는 버스에서 실감 나게 봤기 때문이었다.  



(출처: Coeur d'Alene Press)


2차 대전 이후에 지구에서 벌어지는 이상 현상을 쫓는 "미우라 케이코 박사"와 그를 돕게 된 미군 장교인 "리 쇼(아들인 와이엇 러셀이 청년 시절 연기, 아버지인 커트 러셀이 노년 시절 연기)"와 "케이코 박사"와 재혼한 "윌리엄 빌 랜다"가 "모나크"의 창설 멤버로서 벌이는 모험이 나온다.


(출처: Los Angeles Times)


이 시점의 이야기로부터 매우 먼 시점에, 그 시점 직전에 "G-Day"라는 것이 언급되면서 미국을 침공한 거대 괴수로 인해서 수많은 이가 죽고 도시가 파괴된 일이 벌어졌음이 언급된다.


(출처: Looper)


그와는 별개인 것처럼 아버지 "히로시 랜다(히라 타케히로)"의 죽음으로 그의 유산을 찾아 일본에 온 딸인 "케이트 랜다(사와이 안나)"가 찾아간 아버지의 집에는 배다른 남매인 "켄타로 랜다(렌 와타베)"가 그의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고, 이 기막힌 비밀이 밝혀지면서 아버지가 어떤 사람이었는가에 대한 혼동이 생긴다.


(출처: Radio Times)


그저 자기 가족과 일밖에 모르는 사람인 줄 알았던 각각의 집안의 아버지 "히로시"가 각각의 가정의 식구 모르게 딴살림을 차리고 미국과 일본을 오가고 있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에 당황하는 이의 모습은 과연 "히로시"는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기에 가정을 2개나 갖고 있다가 실종되었는지 궁금케 한다.


(출처: IMDB)

그 과정에서 이 모험에 동참하게 되는 인물로 "켄타로 랜다"의 연인이자 해커인 "메이 휴잇(키어시 클레멘스)"은 자신만의 비밀을 안고서, "히로시"와 "케이트"가 아버지의 일본의 사무실을 뒤지다가 발견한 "모나크"의 파일 문서를 해킹하여 보고, 이들과 같이 "히로시"와 "모나크"의 비밀을 찾는데 동참한다.


그리고 바야흐로 2차 대전 직후의 군인 장교였지만 요양원에 갇혀 있는 "리 쇼"를 찾아가 2차 대전 직후의 장면에서는 젊고 활력 넘치는 인상의 그가 90대의 노인임에도 여전히 정정하여 이들과 함께 "모나크"의 방해를 넘어서 "고질라"와 유사한 괴수가 지구를 파괴하는 것을 막는 길에 오르게 된다.


(출처: Scraps from the loft)


이 전체 시리즈를 통틀어서 한국인 관객을 위한 서비스가 하나 나온 것은 일본에서 중간 기착지로 한국으로 이동한 뒤에 이상하게도 강압적이고 삭막한 검색 과정에서 구금될 위기에 처한 일행을 구해서  "쌍발 프로펠러 비행기"에 태워 이동시킨 "리 쇼"의 협력자 "두호"란 한국인이 전체 "고지라 및 고질라 시리즈"에서 처음으로 나온 "한국인" 조연이란 것이다. 극 중 죽긴 하지만.



(출처: Gojipedia-Fandom)


문화 상품으로써 한국이란 나라와 한국인 등을 언급하거나 출연시키는 것이 나름 효과가 좋다는 것을 충분히 제작진이 잘 알고 있거나 "고질라 시리즈"의 흥행이 인구 대비 매우 높은 국가였기 때문에 여기에 맞는 팬서비스를 해주었을 거라 생각했다.

 


시즌 1의 9편에서 "미우라 케이코" 박사가 죽은 곳으로 나오는 "카자흐스탄"의 괴수 출몰 장소로 와서 벌어지는 "모나크"와 주인공 일행 간의 여러 우여곡절과 난관은 긴장감의 최고조를 찍고 있고, 이제 10편을 보게 되면 그 긴장감이 낳을 결론이 무엇이고 시즌 2로 연결되는 이유도 알게 될 것이다.


(출처: Gojipedia-Fandom)


이 작품이 가진 역사적인 의의와 미국과 일본 간의 태평양 전쟁 이후에 일본의 박사가 미군의 특별 소속체인 "모나크"의 일원이 되기까지 겪은 "인종차별"도 언급되는 등의 사회정치 시사적인 내용은 미국과 일본 간의 관계가 이 작품 속에서 현시대에 더 끈끈하게 맺어진 것처럼 그려져서, 와패니즈(일본 문화에 심취한 서양인)가 떠오를 정도의 일본 문화에 대한 강력한 몰입감이 느껴질 정도다.



(출처: Sceen Rant)


좋다, 아무리 한류가 어떻고 K-POP이 어떻고 해도 인구가 항상 우리나라보다 많고 땅덩이도 큰 국가인 일본에서는 훨씬 예전부터 팔아왔고 아직도 팔아먹을만한 문화 상품이 더 있다. 미국에서도 우리나라와 중국 차에 점점 밀리고 있는 형세가 보이긴 해도 6개 자동차 회사가 경쟁하며 각기 색다른 제품과 팬층을 나눠갖는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고, "라인"도 정치경제적으로 압박해서 뺏어 갔다.


그러나 그럼에도 이렇게 미국인과 세계인을 아직도 열광시키는 일본의 상품을 난 좀 더 제대로 보고 흥행을 높이는 데에도 일부 도움을 주는 한국인으로서 다시금 한국의 창작자와 생산자에게 이것을 뛰어넘는 우리만의 작품을 만들어야만 할 이유를 전달해주고 싶다.


3-40년 전만 해도 그 어느 분야에서든 일본을 뛰어넘는 것은 뜬구름 잡는 꿈처럼 보였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격차는 점점 줄어들었고, 때로 어떤 것은 넘었다 생각했다가 다시 그 기선을 제재압 당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우리의 경쟁력이 이 나라에 비해서 월등히 떨어지지 않으며, 조금만 더 노력해도 뛰어넘을 수 있는 영역이 꽤 여러 곳에 넓게 포진해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노벨상"이란 것도 우리와는 거리가 먼 상이라고 느꼈지만 벌써 두 번째의 수상이고, 그중에 "노벨문학상"이란 것은 더더욱 먼 상이 아닐까 생각했었지만 글로벌 서가를 두드리고 엄청난 책 판매고를 오랫동안 올리고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같은 서구인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는 작가조차 넘어서서 우리의 문화적 영역에서 소설을 쓴 작가가 그 상을 받았다. 이제 이과 계열의 상 받는 것만 남았다.


문화적으로나 문명적으로나 우리는 이제 그들에게 마냥 열등감을 느끼거나 질투심에 휩싸이지 않는다. 오히려 이제는 그들이 열등감과 질투심에 휩싸일 때다. 이런 이야기와는 또 다르게 우리 역시 중국 같은 거대 국가의 맹렬한 추격에 여러 곳에서 패배를 맛보고 있고, 동남아시아의 우리를 벤치마킹한 "베트남" 등의 국가와도 민족감정 같은 것과 크게 상관없는 경쟁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런 경쟁상황에서 자신이 속한 분야가 어디에 있던지 우리가 다른 나라보다 못한 국가라고 단정 짓거나 반대로 근거가 희박한 자만심에 빠져 우쭐거린다면 샌드위치 안의 잼이나 버터, 내용물처럼 눌려질 것이 분명하다. 최소한 아무런 근거 없이 "선진국"이라던가 "대국"이라던가 하는 이유를 달아 이들에게 납작 엎드려 고개를 숙이고 시키는 대로 하자는 말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다.



(출처: Rising Sun Pictures)


정체불명의 거대 괴수의 출몰에 대해서 "수소폭탄"으로 섬멸가능하다는 오판을 했던 극 중 예전의 미군이나, 색다른 관점에서 괴수의 출몰을 조사할 의지를 잃어버린 "모나크"의 관료주의에 빠진 "매너리즘"같은 요소를 극화가 드러내면서 미국 속의 부정적인 질서와 문화를 공격하는 것과도 같이 우리 문화상품도 우리를 보다 지속가능하고도 생산적인 방향으로 이끌 올바른 비판자가 되어야 한다.


(출처: Up Your Geek)

그런 의미에서 "한강 작가님"의 소설은 그런 역할을 시대에 맞는 방식으로 하고 있는 서적이며, 그럼으로써 존재의미를 갖게 된다. 그리고 그 비판이 단지 한국 사회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글로벌적인 보편성과 결합되어 있기에 상을 받을 가치를 지니게 되었던 것이다.


"모나크"역시 그런 것을 일부 지니고 있는 작품이다. 최소한 "울프스"보다는 훨씬 더 좋은 품질의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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